포항 떠나는 최순호 감독 “아쉬움 남지만 후회는 없다”

입력 2019-04-22 1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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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호 감독.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1 포항 스틸러스가 최순호 감독(57)과의 두 번째 동행을 마쳤다. 포항은 올 시즌 성적 부진을 보인 최 감독을 경질하기로 결론 내렸고, 최 감독 역시 이에 수긍하면서 22일 선수단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포항을 떠났다.

굴곡이 깊었던 지난 3년이었다. 포항 레전드 출신으로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사령탑을 지냈던 최 감독은 2016년 9월 친정으로 돌아왔다. 당시 강등 위기로 몰려있던 포항을 살려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안고 선수단을 추슬렀고 9위로 시즌을 마쳤다. 이어 2017년 7위로 순위를 조금 끌어올린 뒤 지난해 짜임새 있는 공격축구를 앞세워 4위까지 성적을 상승시켰다.

지난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포항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주목해야할 다크호스로 꼽혔다. 그러나 8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2승1무5패로 부진하며 10위로 추락했고, FA컵에서도 32강전 탈락이라는 고배를 맛봤다. 최 감독은 결국 포항 특유의 색깔을 잃어버렸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구단은 내부 논의 끝에 경질이라는 선택을 내렸다.

최 감독은 22일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2004년 포항을 떠나면서 다시 돌아오리라는 생각을 쉽게 하지 못했는데 2016년 구단의 요청으로 복귀하게 됐다. 이후 강등권에 있던 팀을 살려내고 조금씩 순위를 끌어올리면서 3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한 뒤 “지난해까지는 계획대로 팀이 움직였는데 올해는 그렇지 못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축구를 펼쳤다는 점에서 후회는 많지 않다. 행복하게 감독을 지냈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축구 철학이 담긴 유소년 육성 시스템 확립이 마음에 걸린다는 최 감독은 친정을 향한 애정과 쓴 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최 감독은 “사실 지난해 4위로 시즌을 마친 뒤 구단의 지원을 조금 더 기대했었다. 그러나 바람과는 달랐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면서 “포항은 내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포항이 ‘셀링 클럽’으로 바뀌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반면 현재 K리그1 기업 구단은 물론 여러 시도민 구단들이 투자를 앞세워 상향 평준화를 이루고 있다.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22일 선수단과 작별인사를 나눈 뒤 당분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이후 축구계 현장을 둘러보며 생각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최 감독 경질로 사령탑 공백이 생긴 포항은 김기동 수석코치(48)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기기로 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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