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의 주인공 김호철 남자배구대표팀 감독 마침내 입을 열다

입력 2019-04-22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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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철 감독. 스포츠동아DB

요즘 배구계에서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김호철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9일 자격정지 1년의 징계를 받았다. ‘남자국가대표 감독 중징계 결정’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가 밤 11시11분에 발표됐다. 이례적이었다.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 제25조 1항 제5호 ‘체육인으로서 품위를 심히 훼손하는 경우’를 적용해 1년 자격정지(중징계)를 내렸고 이 효력은 즉시 발생한다고 했다. 사실상 대표팀 감독에서 퇴출이다. 국가대표 팀을 내버려두고 먼저 프로팀에 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만으로 그는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협상을 진행했던 OK저축은행 측에서 “김호철 감독이 먼저 프로 행을 제의해왔다”는 주장을 했고 그가 시인하면서 파장은 컸다. 과연 그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22일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들어봤다.

그가 스포츠동아에 털어놓은 얘기를 종합하면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과 다른 부분이 많다. 기자가 가장 의문을 가진 것은 4일 김호철 감독이 OK저축은행 감독 후보로 거론됐다는 첫 보도와 9일 OK저축은행으로 가는 것이 논란이 된다는 보도 이후 대한배구협회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행동을 했느냐는 것이었다. 15일 당사자가 “OK저축은행에 가지 않겠다”고 협회를 방문해 U턴 의사를 밝히기 전까지 어떤 공식적인 행동도 입장발표도 없었다.

그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것은 협회가 프로행을 만류하지도 않았고 이미 대표팀을 떠난다는 것을 전제로 다른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사실 전임감독 계약서가 대표팀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내용인지 떠나도 된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도 않았다. 계약서 전문도 협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인지 김호철 감독은 징계가 결정되자 법무사를 만나 대한배구협회와 맺은 계약서 내용을 다시 따져봤다. 문구상 이적이 가능한지 여부부터 확인했다. 법무사는 “이적해도 되는 조항”이라고 판단했다.

그의 프로행 소문이 나돌 때 대한배구협회 임원 가운데 오직 한사람(이선구 수석부회장)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대표팀에 남아야한다고 말하지 않다가 문제가 커지자 뒤로 빠져서 침묵하는 사람들과 함께 협상을 해놓고도 비난이 쏟아지자 괴상한 논리로 자신들만 빠져나갔던 OK저축은행에 대해서도 그는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그가 가진 자료가 대중에 모두 알려지는 순간 해명해야 할 사람은 많을 것 같다. 기자는 그 자료를 공개하자고 설득하고 있다.

김호철 감독은 “최근 며칠 사이 많은 비난을 받았다. 내가 자초한 일이다. 비난을 달게 받아들인다. 왜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서 다른 결심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제 지쳤다”고 했다. 그는 “우리 배구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 그동안의 과정을 솔직하게 알리고 싶었다. 누구를 탓하거나 비난을 받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진실을 알리고 싶어서”라고 했다.

-주초에 열릴 것으로 알려졌는데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예상외로 빨리 열렸고 결정사항도 밤 11시에 나왔는데 그날 어떻게 일이 진행됐는가.

“오전에 배구협회 관계자와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오후에 갑자기 위원회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오후 5시에 위원회가 시작돼 30분 정도 내 입장을 소명하고 나왔다. 회의장 밖으로 나와서 결과를 기다렸는데 한 시간이 넘도록 연락이 없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나중에 뉴스를 보고 심야에 박희상 송산고 감독이 전화를 걸어와서 결정사항을 알았다. 오늘까지도 협회는 내게 어떤 결정사항도 알려준 것이 없다. 전화도 문자도 없었다. ”

- 그날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어떤 얘기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선처해달라고 했다. OK저축은행과의 접촉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번 시즌 남자대표팀이 출전해야 하는 챌린지컵 대회가 협회의 예산이 없어 출전이 어려워지자 프로팀에 협조를 구하려고 (내가) 돌아다녔다. 몇몇 팀을 만났는데 스폰서를 해주겠다는 곳이 없었다. 그러다 러시앤캐시 네이밍스폰서 팀 때 함께했던 인연으로 OK저축은행의 고위인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 시작이다. 그쪽에서 먼저 자기 팀의 문제점을 하소연하면서 해결방법을 물어보기에 배구인으로서 설명해줬다. 그러자 ‘감독님 같은 분이 우리 팀에 필요한데’라고 하기에 ‘혹시 감독이 정해지지 않았으면 저도 후보로 넣어주세요’라고 한 것이 전부다. 이후 OK저축은행 관계자로부터 먼저 만나자는 연락이 와서 3번 만났다. 그때부터 협상을 했다. 내용은 배구협회에도 알렸다. 회장님에게도 보고해달라고도 했다. 이후 여론도 나쁘고 파장이 커져서 내가 먼저 포기를 결정하고 14일 OK저축은행과 배구협회에도 알렸다. (OK저축은행의 주장과는 다른 부분이다.) 이 것이 전부다. 그 과정에서 더 많은 구체적인 얘기가 있지만 ‘파장이 너무 커서 안 하겠다. 없는 것으로 해달라’고 공정위원회에도 말했다. 그들도‘파장이 커질 것 같으면 안 듣겠다’고 했다. 그동안 나 혼자 짊어지고 가려고 했지만 그동안의 일을 숨김없이 알리는 것이 내가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징계를 받아들이면 그 즉시 대표팀 감독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팬과 배구 관계자 모든 분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드린다. 어떤 경우에도 대표팀 감독으로서 해서는 안 될 처신을 한 것은 맞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지겠다. 이제 대표팀 감독은 물론이고 배구계에서 완전히 떠나겠다. 이미 논란이 됐을 때부터 그런 생각은 굳혔다. 다만 내가 그렇게 파렴치한 인간은 아니라는 사실만은 확인하고 싶다.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중징계 결정을 받아들으면 나 혼자 파렴치한 행동을 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기에 이것만은 바로잡고 싶다. 대한체육회의 재심은 고민하고 있다.”

- 이 발언은 아직도 대표팀 감독자리에 있고 싶다는 뜻으로 들릴 수도 있다.

“이렇게 창피당하고 도덕적으로 떨어진 사람이 어떻게 대표팀 감독으로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겠나. 억지로 하라고 해도 못 하겠다. 내 염치가 그 정도는 안 된다. 선수들 앞에 도덕적으로 설 수 없다. 이제 내 배구인생은 끝났다. 다만 내가 여기서 물러나더라도 이번 일이 벌어진 과정은 소상하게 밝히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내게) 프로팀에 가라고 권유했던 사람과 그 것을 통해 이득을 기대하던 이들, 대표팀 감독으로 이적이 불가능한지 여부를 가려줄 계약서의 정확한 해석내용, 프로행 보도가 나왔을 때 대한배구협회에서 어떤 대응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리고 싶다. 그래야 나중이라도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이번 일도 어떤 사람이 비난 받거나 나로 인해 처벌을 받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혼자 안고가려고 했지만 그 것이 능사만은 아닌 것 같아서 다음에는 더 잘해보자는 뜻에서 그 동안의 과정을 알리는 것 뿐이다. 이제 나도 지쳤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서 쉬고 싶다. ”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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