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전북-서울 명품매치, 가슴 울리는 뜨거운 경쟁을 기대하며

입력 2019-04-2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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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감독(오른쪽)과 최용수 감독. 스포츠동아DB

지난 시즌을 끝으로 K리그1 전북 현대 지휘봉을 내려놓은 최강희 감독(다롄 이팡)은 “어느 순간 외롭다는 감정이 들었다”며 2005년 여름부터 함께한 정든 팀과 이별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수년간 전북이 독주한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다.

누굴 만나든 전북이 당연히 이겼고, 우승하는 패턴이 계속되면서 방향을 잃었다. 전북은 2009년부터 10년 동안 6차례 정상에 섰다. 최 감독은 특히 라이벌의 실종을 아쉬워했다. 적이 사라지자 참모들과 머리를 맞대고 플랜A를 마련하고 변수에 따른 플랜B·C를 준비할 때의 치열함도 없어졌다.

물론 전북도 껄끄러운 상대가 있었다.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FC서울이다. 최강희 감독이 국가대표팀을 다녀온 2012년을 제외하고 둘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5시즌 동안 뜨겁게 부딪혔다. K리그에서만 13차례 격돌했는데 전북이 4승6무3패로 살짝 앞섰을 뿐이다.

더 이상의 만남은 없었다. 장쑤 쑤닝(중국)으로 향했던 최용수 감독이 지난 연말 강등 위기에 놓인 친정의 호출을 받고 복귀했지만 상·하위 스플릿으로 두 팀의 무대가 갈리면서 조우할 기회가 없었다.

최용수 감독의 서울과 대결이 다가오면 최강희 감독은 각별히 공을 들였고, 웃음을 지운 선수단 집중력은 평소의 배가 됐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순간까지 선발 라인업을 고민할 정도로 수 싸움도 대단했다.

‘그때 그 시절’이 그립기는 최용수 감독도 매한가지다. 얼마 전 그는 “최강희 감독님이 정말 보고 싶다”며 “전북전은 펄떡펄떡 살아 숨쉬는 경기였다”고 되돌아봤다. 시즌 일정이 연초 배포되면 클럽하우스 감독 실달력에 동그라미와 별을 그려가며 마음을 단단히 했다. 선수들도 평소와 다른 기운을 느꼈고, 이는 경기력으로 표출됐다.

독수리 사냥 나선 최강희 감독. 사진제공|전북 현대


장외 싸움도 대단했다. 최용수 감독의 별명이 ‘독수리’라는 점을 떠올린 최강희 감독이 사냥총 방아쇠를 당기는 모션을 취하며 “탕~독수리 잡는 날”이라고 선포하면 최용수 감독은 “전북을 잡기 위해 전복만 먹고 있다”며 받아쳤다. 이렇듯 설전부터 남달랐고 흥미로웠다.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하나원큐 K리그1 2019’ 9라운드에서 전북과 서울이 올 시즌 처음 만난다. 최강희 감독의 빈 자리를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이 채웠으나 여전히 전북은 강하고, 서울도 명가의 위상을 회복 중이다. 8라운드까지 함께 승점 17을 쌓은 가운데 다득점·골 득실에 앞선 전북이 1위, 서울은 울산 현대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많은 게 걸린, 승자의 기쁨보다 패자의 후유증이 훨씬 클 승부, 전북은 3만 관중의 함성을 기대하고 서울은 대규모 ‘원정 승리버스’를 운영해 맞불을 놓는다. ‘최씨 더비’는 추억이 됐지만 아직 스토리는 살아있다. 흥행요소도 충분하다. 시즌2를 맞은 전북과 서울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까. 더 이상 누구도 외로움을 느껴서는 안 될 K리그를 위해 리딩 클럽들의 노력이 중요해졌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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