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 또 변명’ 슈틸리케, 우린 당당한 리더를 보고 싶다!

입력 2017-03-25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축구대표팀 슈틸리케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반복된 잘못의 반복으로 비난 여론 들끓어
변명 대신 긍정의 비전이 필요한 슈틸리케호


기가 막힐 노릇이다. 어디선가 우리가 많이 접한 특유의 ‘영혼이탈’ 화법이 또 등장했다. 한국축구에 선장은 없었다. 마치 자신의 책임은 없다는 듯한 태도로 일관한 수장의 모습에 혀를 찰 수밖에 없다.

23일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은 실로 참담했다. 극심한 빈공 끝에 0-1로 무너졌다. 같은 날 말레이시아에서 중립경기를 치른 시리아가 우즈베키스탄을 1-0으로 물리치면서 조 2위는 유지했으나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허술한 준비와 무기력한 대응, 누구라도 뻔히 예측할 수 있는 정해진 전략·전술 등 모든 것이 안타까웠지만 가장 한심스러운 부분은 사령탑의 행동이었다. 경기 후 이어진 공식기자회견에서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은 “상대가 쓰리톱으로 나섰다. 이에 대해 포백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어떤 전술로 나갔어야 할지 내가 (기자들한테)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마치 벤치는 최선의 준비를 했는데, 이를 선수들이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32번째 한중전에서의 참사가 빚어졌다는 의미로 밖에 해석할 수 없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3명을 최전방에 세운 상대 공격에 맞서 수비라인에 4명을 세우는 것이 적합하다는 것은 축구를 좀 아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수비진에서만 드러난 것은 아니다. 더욱이 ‘졸전’이란 간단한 표현만으로도 충분한 중국전을 복기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명확한 패인, 이에 대한 대비책, 당장 코앞으로 닥친 28일 시리아와의 홈 7차전 비전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사령탑은 이번에도 자신은 쏙 빠져나갔다.

과거에도 슈틸리케 감독은 입이 가장 큰 문제였다. 실언을 반복했다. 속 시원한 해명 대신, 변명으로 일관했다. 선수들을 국내·해외파로 구분 짓고, 경기 중 교체되며 물병을 걷어찬 손흥민(토트넘)을 감싸기보다 ‘감정론’을 운운해 비난을 샀다. 하이라이트는 카타르의 귀화선수 소리아를 예로 들었을 때였다. “한국에는 소리아와 같은 공격수가 없다.”

여론이 악화되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을 남겼다. “소리아의 장점을 접목시키자는 의미였다.” 심지어 “이러한 경기력이라면 우린 월드컵에 나갈 수 없다”고도 했다. 월드컵에 태극전사들만 나설 뿐, 감독 자신은 없다는 것처럼 들렸다. 때론 통역 탓도 했다.

제대로 추스를 틈도 없이 시리아전이 임박했다. 시간은 짧은 데 할 일은 많다. 지난해와 달라진 상대에 대한 명확한 분석은 당연하고 뚝 떨어진 사기를 끌어올리며 팀 전체 분위기까지 추슬러야 한다. 우리는 구구절절한 변명이 아닌, 책임을 인정하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그런 당당한 리더를 보고 싶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