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의 ‘유광우 효과’는 시작됐다

입력 2017-06-2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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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유광우. 사진제공|우리카드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은 단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다. 삼성화재로 이적한 프리에이전트(FA) 센터 박상하의 보상선수 리스트를 받아본 순간, 단 하나의 이름만 눈에 들어왔다. 세터 유광우(32).

유광우의 실력은 의심할 일이 없어도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히기 전, 한 가지 과제는 남았다. 유광우의 멘탈을 ‘어떻게 보듬어주느냐’였다. 결정 직후, 일단 문자로 간단히 일정을 조율한 뒤, 마주 앉았다. 유광우 레벨의 선수에게는 진솔하게 다가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김 감독의 예기치 못했던 현역 은퇴 순간, 느꼈던 경험을 얘기해줬다. ‘당혹스러운 순간에도 의연함을 지키니, 길은 있더라’는 요지의 얘기였다.

김 감독이 생각했던 이상으로 유광우는 상황을 납득하고 있었고,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마음을 정리하라”고 휴가를 줬던 1주일 동안 유광우는 우리카드 인천 숙소 근처로 이사까지 해놓고 찾아와 김 감독을 내심 놀라게 했다.

지난시즌 우리카드 주전세터는 김광국(30)이었다. 2016~2017시즌 ‘베스트7’에 들어갈 정도로 기량이 일취월장했지만 군 입대를 해야 했다. 김 감독은 그 공백을 메울 카드로 유광우를 낙점한 것이다. 김 감독은 김광국을 배려해 비교는 의식적으로 삼가지만, 원숙함 면에서 유광우가 대한항공 세터 한선수와 더불어 V리그 현역 최고임을 부정할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카드 유광우. 사진제공|우리카드


실제 우리카드 바깥의 타 팀에서 유광우의 가세로 우리카드 양 날개 공격의 파괴력이 올라갈 것을 경계하고 있다. 유광우는 주 공격수인 라이트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토스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보여 왔다. 김 감독도 유광우와 라이트 크리스티안 파다르의 호흡에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파다르(21)의 나이에 따른 감정 기복을 고려할 때, 유광우의 관록이 더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이다.

이밖에 김 감독은 레프트는 최홍석, 김정환, 신으뜸, 나경복 등의 경쟁구도를 열어놓을 방침이다. 특히 2017~2018시즌의 히든카드로 왼손잡이 레프트 김정환에게 공을 들일 방침이다. 약점으로 지목되는 미들블로커 라인은 김은섭, 김시훈 등이 맡는데 사이드블로커의 활용 방안을 고심 중이다.

유광우의 가세는 리더십 측면에서도 무형적 플러스 전력이다. 김 감독은 유광우를 주장 후보로도 검토하고 있다.

유광우는 디그 능력도 수준급이다. 관건은 늘 불안한 발목 등 몸 상태인데 김 감독은 “괜찮을 것 같다”고 기대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7월 강원도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힘들기로 악명 높은 산악 달리기를 실시한다. 유광우는 이적 전, 삼성화재 강원도 캠프에서 이미 산을 한번 넘었다. “유광우가 우리카드에서도 또 산을 달려야 되느냐?”고 묻자 김 감독은 “예외는 없다”고 웃었다. 유광우가 우리카드에 녹아들고 있다. V리그의 다크호스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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