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쇼트트랙대표 곽윤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곽윤기는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남자 5000m 계주 은메달에 일조하며 자신의 이름을 각인했다. 다리 골절상을 당해 2014소치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나서지 못했고, 이후 부진까지 겹치며 팬들의 뇌리에서 잊혀져갔다. 4위로 2017~2018시즌 대표 선발전을 통과했을 때도 “기적에 가깝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어렵게 다시 선 두 번째 올림픽 무대. 국내에서 열리는 첫 동계올림픽에 임하는 그의 자세는 간절함이었다.
막내가 아닌 맏형으로서 책임감도 컸다. 팀워크가 핵심인 계주의 특성상 화합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곽윤기도 이 부분에 집중했다. 11살 어린 막내 황대헌(19·부흥고)도 스스럼없이 맏형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만큼 후배들에게 믿음이 두터운 선배였다. 계주 결승에서 아쉽게 넘어지며 메달을 따내지 못한데 따른 아쉬움이 더욱 큰 이유도 그래서다. “남자 계주는 정말 특별하게 생각했다. 금메달을 못 따내기 시작한 대회가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이었다. 12년간의 부진을 꼭 만회해서 국민들께 좋은 선물을 드리고 싶었는데…” 22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경기 직후 만난 그의 목소리에는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러나 좌절은 잠시뿐이었다. 그는 곧바로 힘을 냈다. “오늘의 이 마음을 4년, 8년 뒤에도 잊지 않고 단단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서 베이징올림픽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드러냈다. “한 번 더 도전해야 할 이유가 확실해졌다”는 그의 말에는 큰 울림이 있었다. 올림픽 시즌인 2021~2022시즌까지 계속해서 국가대표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지금의 곽윤기의 마음가짐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강릉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