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유해진 “‘럭키’로 인생 최대 전성기? 다시 또 달려야죠”

입력 2017-01-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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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모자를 푹 눌러쓰고 편안한 복장으로 인터뷰 장소에 도착한 유해진이 “식사는 하시고 오시는 거죠?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맛있는 것 좀 드시고 오시지”라며 정답게 인사를 건넸다. 즐거움과 정다움. 유해진을 만난 첫 인상은 그랬다. 인터뷰 내내 웃음은 그치지 않았고 유해진에게 몇 번이나 정수리를 보였는지 모르겠다. 원래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그의 성격이 고스란히 대화 속에 묻어났다.

곧 개봉하는 영화 ‘공조’에서도 유해진은 인간미를 드러낸다. 생계형 남한형사 ‘강진태’역을 맡았다. 매사에 허술하고 낙천적인 성격이지만 공조수사에 투입된 후 15년 형사생활의 모든 기술을 총동원해 림철령(현빈 분)의 임무를 방해하지는 강진태는 유해진 특유의 능청스럽고 맛깔나는 연기가 더해져 캐릭터가 완성됐다. 처음 이 시나리오를 읽고 난 후 유해진은 “결국 사람 이야기라는데 매력이 끌렸다”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공조수사’라는 소재가 신선했고 그 안에서 남북한형사가 티격태격하는 재미도 있더라. 가장 좋았던 부분은 ‘사람 대 사람’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나라 간의 갈등이 아니라 결국 두 형사가 이야기를 끝맺는다는 것이 가장 끌렸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태 캐릭터가 마냥 밉게만 보이지 않길 바랐다. 물론 임철령을 방해해야 되는 임무를 받았지만 너무 차갑게만 보여서는 안 되는 인물이기 하고. 허술한 구석이 있지만 온기가 있는 사람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필요할 때는 애드리브를 직접 만들어 가기도 했다. 대본을 보며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고 생각한 아이디어는 곧장 적었다. 그는 “현장에서 순간적으로 만들어 하지는 않는다. 많이 생각을 하고 작품을 위해 필요한 것이어야지, 내가 돋보이려 하는 것은 안 된다”라며 “작품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게 바로 ‘뉴 발란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이렇게 웃을 거면서 ‘아재’개그라고 뭐라 그러면 그렇게 원통할 수가 없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지금 유해진은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N ‘삼시세끼 어촌편’으로 친숙하고 소탈한 매력으로 안방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이후 원톱 주연으로 나선 ‘럭키’까지 700만 관객을 육박하는 대박을 거둬냈다. 유해진은 “마치 보이지 않은 곳에서 나를 밀어주는 느낌이다. ‘이게 웬 복이야?’ 싶을 정도다”라며 “돌아가신 어머니가 돌봐주시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라고 말했다.

“‘럭키’는 정말 제게 찾아오기 힘든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언제까지 이걸 내가 안고 있어야 할까요? 언제나 행운을 바랄 수는 없는 거고. 빨리 떨쳐내고 정신을 다시 바짝 차려야죠. 관객들의 기대치가 커지는 만큼 저도 열심히 달려야겠죠. 계속 한 색깔로만 연기를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제 유쾌한 연기를 좋아하셔도 언젠간 질릴 때가 올 거예요. 그런 의미로 어느 정도 관객들을 ‘배신’할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언제나 연기적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는 거죠.”


무대 경력까지로 치면 배우를 시작한 지 어느 덧 30년이 됐다. 씬스틸러로 시작해서 이제는 원톱배우으로 우뚝 선 그에게 ‘연기’란 더 이상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그는 “언제나 연기는 어렵고 개봉날이 다가오면 두렵다”라고 말했다.

“아까도 그런 말을 했었는데, 우리가 평생 라면을 끓여도 어떤 날은 물을 더 넣어서 싱겁고, 어떤 날은 대충 넣어도 맛있는 날이 있잖아요. 수없이 라면을 삶는데도 맛이 다른 것처럼 연기도 그래요. 그래서 어렵죠. 그런데 왜 하냐고요? 예전에는 ‘배운 게 도둑질’이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하면 관둬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지금까지 하고 있는 걸 보면, (연기라는 것이) 매번 출발하는 기분이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까도 말했지만 이제 다시 달려야죠.”

한편, ‘공조’는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남북 최초의 공조수사가 시작되고,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특수부대 북한 형사와 임무를 막아야만 하는 생계형 남한 형사의 예측할 수 없는 팀플레이를 그린 영화다. 1월 18일 개봉.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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