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경 “솔로앨범 낸 자체가 잘 하고 있는 것”

입력 2017-01-25 15:31: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세븐시즌스

그룹 블락비의 멤버이자 래퍼 박경은 생각이 많은 타입이다.

실제 박경은 간담회 도중 잠시 동안의 침묵을 가진 후 생각이 정리된 다음 말을 시작하는 경우가 잦았다.

생각이 많아서 영재인 건지, 영재라서 생각이 많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가볍게 농담 섞인 이야기를 이어가다가도 질문에 따라 깊은 생각에 잠긴 후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박경의 모습은 일종의 신뢰감으로 다가왔다.

그러다보니 박경의 첫 솔로 미니앨범 ‘NOTEBOOK’의 발매기념 간담회 자리는 박경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더불어 우리나이로 26살이 된 박경의 여러 생각들을 듣는 자리가 됐다.

일단 시작은 역시 음악 얘기였다. 미니앨범 ‘NOTEBOOK’에 대해 박경은 “연애 3부작이라고 하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5부작이다. 맥락이 비슷해서 5부작이라고 안했는데, 처음부터 순차적으로 곡을 들으면 만남부터 이별까지의 과정이 들었다. 엔딩은 이별이다. (‘NOTEBOOK’을 끝으로)완결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연애’를 할 때는 (이런 스토리를)생각을 안했는데 ‘자격지심’ 하면서 많이 생각한 거 같다.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왜 ‘연애 5부작’일까. 이유는 단순명료했다. “쉽고 재밌어서”이다.

박경은 “나의 감성과 사랑이라는 주제가 잘 맞는 거 같다. 난 내 자신이 세다고 생각 안하는데, 내가 잘하고 멋있고 해야 간지가 난다. 그런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게 나와 안 어울리는 거 같다. 내가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니고 CCM을 많이 듣고 자라서 그런지 감성적인 멜로디가 많이 배어있는 거 같다. 그런 노래 만드는 게 가장 쉽고 재밌고, 그런다”라고 말했다.

그럼 실제 사랑 경험도 노래에 담겨 있는 걸까.

아쉽게도 박경은 “(연애를)해본지 오래됐다”라고 정작 자기 스스로는 연애 경험이 오래됐음을 털어놓았다.

이어 박경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 건 주위 형들과의 술자리가 제일 도움이 된다. 영화나 드라마는 이야기에 필터링이 있는데 직접 말하는 경험담은 필터링이 없다. 이렇게 주위사람이 얘기 해주는 데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 거 같다”라고 연애 감정을 얻는 출처를 밝혔다.

이렇게 완성된 연애 이야기 ‘NOTEBOOK’의 타이틀곡은 ‘너 앞에서 나는’이다. ‘너 앞에서 나는’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달콤한 연인의 모습을 그린 곡으로, 재즈 사운드를 바탕으로 로맨틱하고 딥한 연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박경은 “나는 멜로디를 먼저 쓰는데, 원래 브라더수와 함게 만들려다가 시간이 안 맞아서, 스코어라는 형과 만나서 작업을 했다. 그러다가 장르를 재즈로 해보는 게 어떨까 했다. 원래 재즈 사운드를 좋아하고, 브라스가 나오는 걸 좋아한다. 이번에는 딥한 재즈로 가면 어떨까 싶어서 그렇게 가게된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사진=세븐시즌스


또 ‘NOTEBOOK’를 통해 공개된 ‘너 앞에서 나는’과 ‘잔상’이 모두 남자 보컬과 호흡을 맞췄다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이에 박경은 “(피처링이 둘 다 남자 보컬인건)실수라고 생각이 든다”라며 웃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여자와 내가 하는 컬래버레이션을 좋게 들어줬는데, 이번에는 남자와만 한 거 같다. 한 곡정도는 여자와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며 “내가 곡을 쓸 때 사실 피처링을 생각하진 않는데, 일단 메모장 리스트에는 유성은이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에이프릴이란 걸그룹이 좋더라. 그래서 같이 프로젝트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해 이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기대케 했다.

농담처럼 실수가 있었다곤 했지만, 이게 음악적인 완성도가 아쉽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박경은 “지코가 처음으로 ‘너 음악 잘한다’고 하더라. 그전에는 ‘너 색깔이 드러난다’ 라고만 했는데 이번에는 ‘너 음악 잘하는 거 같다’고 했다. 재효형은 가평 레스토랑에서 틀면 어울릴 거 같다고 했고, 피오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초콜릿에 빠져죽는 느낌이라고 표현하더라. 태일이 형은 노래가 좋다고 하는데, 태일이 형이 좋다고 하면 안되고, 안 좋다고 하면 잘되더라. ‘베리굿’도 태일이 형은 별로라고 했는데 잘됐다. 그런데 태일이형도 좋다고 했다”라고 말해 ‘NOTEBOOK’은 멤버들까지도 음악성을 인정한 앨범임을 알렸다.

다만 박경은 태일의 징크스때문인지 몰라도, 다소 기대치보다 낮은 순위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다.

박경은 “당연히 앨범이 나오면 순위 생각을 한다. 근데 아쉬운 게 사람들은 차트에 든 곡만 듣는 경우가 많다. 진입 순위가 안 좋으면 못 듣고 지나 칠 거 같아서 신경을 많이 쓴다. 대부분의 대중들이 차트에 따라 노래를 듣는 다고 생각한다. (음원 발매 전에는)원래 자신 있었는데, 이미 결과가 나와버렸다”라며 씁쓸하게 말했다.

이어 박경은 “샵에서 니엘을 만났는데,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서로 열심히 하자고 했다”라고 니엘과 동병상련을 나눴다고 털어놓기도 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머러스하게 앨범 이야기를 늘어놓던 박경이지만, 이야기의 주제가 이번 앨범을 넘어 ‘솔로 뮤지션 박경과 그의 음악’으로 넘어가자 사뭇 진지해졌다.

사진=세븐시즌스


박경의 음악색을 설명해달라고 하자 그는 “음악적 색깔이라기보다, 그냥 듣기 좋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고 써 놨다. 나의 모토는 장르와 템포를 불문하고 들었을 때 좋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거다. 나는 ‘NOTEBOOK’을 통해 듣기 좋은 음악을 들려줬다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으로 ‘박경이라고 하면 노래 좋지’라는 인식이 박혔으면 좋겠다. (‘NOTEBOOK’은)그 발판 중에 하나였던 거 같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나는 일단 모든 곡을 만든다는 게 특징인 거 같다. 내 생각인데 곡에 내 색깔이 묻어난다고 해야 하나? 그게 있는 거 같다. 통통 튀는 것도, 발음하는 것도 내 스타일이 있다. 그래서 내 곡을 많이 들은 분은 내 노래를 들으면 바로 박경곡이라고 안다. 그런 색깔이 있는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박경이 추구하는 ‘듣기 좋은 음악’이 탄생하기까지는 박경 스스로의 고민과 혼란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고민과 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박경은 “나는 지금이 내 혼란기라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어렸을 때는 팬들 앞에서 애교를 부리고 그런 게 즐거웠다. 하고 싶어서 한 일이었으니까. 내가 아직 어리긴 한데 올해 26살이 됐고, 아직 아이돌이지만 나이를 먹으면 사람이 변한다. 아이돌로 활동하는 게 어떻게 보면 버겁기도 하다. ‘자격지심’을 내고 공백기동안 정체성의 혼란이 왔던 거 같다. 이번 곡의 분위기가 바뀐 것도 조금 진지하게 하고 싶었고, 이미지 변신도 잘 맞았고, 그게 나와 잘 맞는 것 같았다. ‘오글오글’은 2013년도에 쓴 곡인데, 내가 쓰면서도 ‘이걸 어떻게 해’라고 오글거려했었다. 지금은 그런 부딪혀가는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사실 난 방송에도 최대한 안나가려 한다. 요즘에는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내 모습을 내가 확립해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붕 떠있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블락비에서 많이 떠들고 예능 담당이라고 했는데, 요즘엔 잘 모르겠다. 연차가 돼서 그런 거보다 (내)감정을 잘 모르겠다. 이제 (예전같이)하라고 하면 당황스럽다”라고 털어놓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혼란과 방황 속에서 계속 머물면 결국 길을 잃고 헤맬 수밖에 없다. 혼란과 방황을 끝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나아갈 길에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야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다행히 박경은 지금 자신이 가는 길에 확신이 있었다.

박경은 “내가 정확하게 나아갈 길을 정하면 (내 정체성이)확립되지 않을까. 다음에도 사랑을 주제로 곡을 쓴다면 사랑을 쓰지 않을까 싶다. 어떤 노래를 만들어도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게 목표다 보니 그렇다”라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 잘 해나가고 있는 것 같냐고 묻자 잠시 동안 생각에 잠긴 박경은 “잘 해나가고 있는 거 같다. 미니앨범을 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잘 헤쳐 나가고 있는 거 같다”라는 확신에 찬 대답을 내놓았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