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트로트가수 서민경 “노래로 심금 울린다는 말 들어보고 싶어요”

입력 2017-02-16 18:21: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서민경, 사진=레드라인엔터테인먼트

트로트 가수 서민경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인간극장형 가수’이다.

일단 서민경은 트로트라는 장르적 특수성을 고려한다고 치더라도 상당히 늦은 나이(1982년생)에 데뷔한 경우다.

다수의 경연대회 수상 경력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실력이 있지만, 젊은 시절에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가수의 꿈을 접어야 했고, 그사이 서민경은 어머니가 됐다.

또 육아에 힘을 기울이다 보니 서민경은 자연스럽게 가수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고,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야 다시 무대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났다.

정식 데뷔한 가수는 아니라고 하지만 실력이 있다 보니 2015년부터 이른바 ‘밤무대 가수’로 활동할 수 있었고, 그렇게 2년이 지나 서민경은 드디어 정식 데뷔라는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16일 정오 자신의 데뷔곡 ‘핑글팽글’을 발표한 서민경은 “걱정이 앞서는데 설레기도 한다. 신경성 때문에 요즘 잠을 더 못 잔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좋은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은데 부족하진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 한 아이 엄마로서 무대에 서는 거니까 아들에게 당당하게 보여주고 싶은데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그냥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서민경은 “아들도 정말 기뻐한다. 다 잘 됐으면 좋겠다고 한다”라며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인데 빨리 유명해져서 마마무 만나게 해달라고 하더라”라고 데뷔와 동시에 아들이 부여한 미션을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사실 서민경에게는 더 빨리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릴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고등학교 때 iTV 노래경연대상을 수상했고, 2002년 KBS1 ‘전국노래자랑’에서도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밖에 iTV ‘열전가수왕’ 대상, 2008년 ‘전국노래자랑’ 우수상을 수상했고, 연말결선까지 출연했다.

이런 경연대회 수상경력 때문에 서민경은 “여러차례 기획사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서민경, 사진=레드라인엔터테인먼트


서민경은 “상 타고 그러면서 여기저기 기획사에서 전화를 많이 받았다. 그랬는데 연이 안됐다”라며 “항상 꿈은 있었다. 20대에 상도 타고 그랬는데 방향을 못 잡았다. 이끌어주는 분도 없었고, 노래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러다가 결혼도 하고 아이도 키우다보니까 내 꿈을 잠시 접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서민경이 가수의 꿈을 포기한 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잠시 접은 것’일뿐이었다.

서민경은 “언젠가 큰 무대에서 노래하고 싶다는 꿈은 계속 있었다. (전국노래자랑)연말결선에서 입상을 못했을 때는 포기하려고도 생각했는데, 가수도 아니고 일반인이었던 나에게 해외 팬이라고 메일을 보낸 사람이 있었다. 나이가든 아저씨인데, 그때 내 노래를 듣고 좋다고 꼭 가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해줬다. 한국에 오면 꼭 내 노래를 듣고 싶다고 하더라. 지금은 연락이 안 되지만 정말 감사했다. 응원을 해주는 분이 있다는 게 감사했다”라고 가수의 꿈을 간직한 이유를 밝혔다.

결국 그 꿈을 이룬 서민경은 “내 디너쇼를 하는 게 꿈이다. 가수라면 다 그럴 거다. 아직 많이 배워야할 거지만, 최종목표가 디너쇼다”라고 당당하게 목표를 밝혔다.

재미있는 건 서민경은 일찌감치 ‘트로트 가수’로 데뷔를 결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서민경은 “고등학교 때부터 트로트 좋아했는데, 그때는 서문탁, 소찬휘, 마야 등이 유행해서 그런 노래를 많이 했다. 그렇다고 ‘락을 해볼까’정도의 생각뿐이었지 ‘하겠다’는 아니었다. 예전부터 다른 장르를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전국노래자랑도 그렇고 다른 대회도 트로트로 상을 받았다. 트로트는 원래 좋아했지만 접할 기회가 없다가, 경연대회에 나가서 부르면서 완전히 트로트에 빠져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일찌감치 트로트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서민경인 만큼, 밤무대 활동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밤무대에 오르는 표면적인 목적은 고정적인 수입 때문이지만, 데뷔도 하지 않은 무명 트로트가수가 설 수 있는 무대는 사실상 밤업소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서민경은 “요즘은 밤무대도 설 자리가 많이 없어졌다. 내가 항상 막내다. 정식 데뷔를 하지 않고 활동하는 무명 가수가 많다. 그 자리라도 오르고 싶지만 못서는 분들이 진짜 많다. 어떻게든 그 무대라도 서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자기 손님들 데려와서 테이블 잡아서 매일 출근하는 사람도 있다”라며 “또 업소 무대인데 나를 보러오는 사람이 있다. 그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힘이 나고 작은 무대라도 설 수 있는 게 감사하다”라고 밤무대 활동이 데뷔의 큰 자야분이 됐음을 밝혔다.

서민경, 사진=레드라인엔터테인먼트


밤무대 활동과 더불어 서민경이 정식 데뷔하게 된 또 하나의 계기는 청소년 선도위원회 홍보대사 활동이다. 서민경은 사단법인 청소년선도위원회의 홍보대사와 ‘청소년 끼 페스티벌’의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서민경은 “아버지 지인이 청소년선도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분의 추천으로 홍보대사로 활동하게 됐고, 그러다가 지금 회사 대표님을 만났다”라고 말했다.

데뷔를 위한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자,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데뷔곡 ‘핑글팽글’을 받고, 녹음을 하고, 16일 정식으로 발매를 하면서 서민경은 더 이상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가수’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서민경은 “‘핑글팽글’이 내가 처음으로 녹음해 발표한 음원이다. 고등학교때 OST오디션을 보고 녹음은 했지만 떨어졌고, 리믹스나 메들리도 부르지 않았다. 나는 정식으로 하는 게 좋았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라며 “‘핑글팽글’은 음이 재미있고 중독송 있는 곡이다. 편하고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곡이다. 아들 또래 친구들도 바로 따라 부를 정도로 쉽다”라고 말하며 파란만장한 스토리 끝에 세상에 나온 자신의 첫 번째 곡 ‘핑글팽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제 첫 발을 내딛은 서민경이지만, 이 첫 발까지 걸린 시간이 길었던 만큼 포부도 남달랐다.
서민경은 “(트로트는) 그냥 내 인생 같다. 심금을 울린다고 할까. 세미도 좋지만, 정통 트로트가 하고 싶은 노래다. 일단은 ‘핑글팽글’하면 서민경 떠올릴 수 있으면 그게 최고 같다. 요즘은 예쁜 트로트 가수가 정말 많은데 나는 그런 것도 아니다”라며 “그냥 지나쳐가는 가수가 아니고, 마음을 소통할 수 있는 진정한 가수로 기억해주면 좋겠다. ‘핑글팽글’로 기억하는 게 지금 목표인데, 그 뒤 어떤 노래가 나와도 진심으로 노래를 부른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많이 사랑해주면 좋겠다. 그냥 편안한 노래로 심금을 울린다는 말을 들어보고 싶다. 열심히, 더 열심히 해서 트로트 성인 가요에 맥을 잇는 가수가 꼭 되고 싶다”라고 마음으로, 진심으로 노래하는 가수가 될 것을 약속했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