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지창욱 “난 욕심 많은 배우, 어디서나 연기하고파”

입력 2017-02-22 15: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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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창욱이라는 배우에게 출연작에 대해 ‘흥행’ 면에서 성적표를 매긴다면 ‘올 수’를 줄 만 하다. ‘난 네게 반했어(2008)’를 시작으로 ‘솔약국집 아들들(2009)’, ‘웃어라 동해야(2010)’ 에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고 ‘무사 백동수(2011)’, ‘다섯 손가락(2012)’, ‘기황후(2014)’, ‘힐러(2015)’, 그리고 ‘THE K2(2016)’까지 안방극장에서 맹활약했다. 그 뿐인가, 뮤지컬 배우로도 자리매김을 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영화에 도전했다. 그 이유에 대해 “뭐든지 다 해보고 싶었다. 배우가 어떤 곳에서든 연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약간의 ‘본능’ 같기도 하다”라며 “사실 욕심이 많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가 처음으로 고른 작품은 ‘웰컴 투 동막골’로 이름을 알린 박광현 감독의 ‘조작된 도시’였다. 지창욱은 태권도 국가대표 유망주였지만 나락으로 떨어진 ‘권유’ 역을 맡았다. 권유는 내세울 것 하나 없지만 온라인 게임에서는 ‘신(神)’이라 불리는 인물로 어느 날 살인 사건에 개입되면서 살인자로 낙인 찍혀버린 청년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면서 의문을 가졌던 지창욱은 박 감독을 만났고 뭔지 모를 듯한 감독의 확신에 영화를 참여하게 됐다.

“좀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지만 감독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일반적인 색을 가진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웰컴 투 동막골’을 연출하셨던 감독님이라 이 만화적인 요소가 잘 맞을 것 같았고. 함께 하면 재미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죠.”

지창욱이 맡은 ‘권유’는 사회에서는 ‘아웃사이더’지만 온라인 게임 방 안에서는 팀의 ‘리더’라고 불릴 만큼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게임 실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지창욱에게 PC게임에 대해 묻자 그가 유일하게 했던 “가장 큰 일탈”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어렸을 때 익숙한 장소이긴 하다”라고 말했다.

“제가 고등학교 3학년때 PC방을 가기 시작했어요. 그 전까지만 해도 ‘학생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 공부도 열심히 했었어요. 성적도 나쁜 편은 아니었는데 내가 스스로 생각을 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공부가 너무 재미가 없더라고요. ‘내가 이걸 왜 해야 하지?’라며 제가 앞으로 뭘 할지 찾아 나섰죠. 그런데 배우가 단순히 재미있을 것 같아서 연극영화학과를 지원하기로 했고 입시전형에 맞춰서만 공부를 했어요. 예전보다 공부에 투자한 시간보다 덜 하게 되니까 남은 시간은 게임을 종종 했죠.(웃음) 생각해 보니 그 땐 그랬었네요.”


지창욱은 액션으로 영화의 포문을 연다. FPS(First Person Shooting)게임 속 도심 한복판 대규모 전전부터 감독에서 맨손 액션 그리고 극의 하이라이트를 달리는 카체이싱 장면까지 짜릿한 액션 연기로 관객들의 눈을 붙들어 놓는다. ‘액션’은 지창욱과 떼놓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전작에서 대부분 현란한 액션을 선보였다. 하지만 정작 그는 “액션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액션’이라는 장르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에요. 오히려 드라마적인 부분을 좋아하는데 역할은 희한하게 모두 액션을 하는 인물이더라고요. 일부러 고른 것도 아닌데. 잘해서 그런 게 아니냐고요? 주변 분들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잘 따라하는 편이라고 하시긴 했어요.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 구르고 뛰는 걸 잘해서 그런가?(웃음) 하지만 교도소 장면에서 많이 맞고 뛰고 굴러서 체력적으로 버티는 게 쉽진 않았어요. 다른 것은 다 합을 맞춰서 하는 건데 교도소는 그냥 맨몸으로 하는 거였고 정신적으로도 버티기가 쉽지 않았죠.”

앞서 말했듯, 지창욱은 ‘흥행 배우’이다. 출연했던 드라마나 뮤지컬 등의 성적이 좋았다. 작품성이 좋기도 했지만 그가 연기적으로 힘을 보탰기에 가능했었다. 이런 결과는 어찌 보면 그의 성격과 맞물려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학생일 때 기왕 공부를 할 거면 잘하자는 생각을 했다면 신인이었을 때는 열심히 해서 시청률이 잘 나오게 하자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었다”고 말했다.

“‘솔약국집 아들들’이 시청률이 정말 잘 나왔거든요. 이후 제가 신인일 때 했던 작품들이 성적이 나쁘지 않아서 어린 마음에 시청률이 잘 안 나오면 배우로서 가치를 잃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불안하기도 했고요. 물론 지금도 시청률이나 작품의 흥행여부가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요즘에는 그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요. 제가 혼자서 무엇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결과물로 이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작품 하나에 모든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걸 언젠가부터 깨달은 것 같아요.”

그렇다면, 지창욱에게 좋은 배우란 무엇일까. 그는 “데뷔 때부터 내게 물음을 던졌지만 아직까지 정답을 찾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에 김래원 형과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한참 동안 생각을 했지만 서로 답을 못 내렸어요. 각자가 생각하는 ‘배우’의 정의가 다르기도 하고. 뭔가를 조립하는 것처럼 설명서로 쓰여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모든 배우가 좋은 배우가 되고 싶지만 그 길을 가는 방법은 다 다르고요. 저도 저만의 방식으로 좋은 배우의 길을 걸어야겠죠.”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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