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이청아 “조진웅, 시나리오 이상의 연기에 큰 자극 받아”

입력 2017-03-03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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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영화를 제가 보는데, 소리를 질렀어요. 다음날 담이 결리기까지 했어요. 하하.”

배우 이청아는 자신이 출연하는 ‘해빙’을 보면서 무서워 혼이 났다고 했다. 심지어 예고편을 보고서는 가위도 눌렸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언론시사회때 너무 무서워 소리를 질러서 옆의 분께 큰 피해를 드린 것 같다”라며 “꿈에 나올까 무서워 손을 가리면서 자체적으로 편집한 기분이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해빙’은 이혼 후 미제연쇄살인사건으로 유명했던 경기도 신도시의 한 병원에서 계약직으로 전락한 승훈(조진웅)이 자신이 머물고 있는 집주인의 아버지(신구)가 위내시경 중 살인행각을 묘사하는 발언을 하자 이를 의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청아는 극 중에서 승훈이 일하는 병원의 토박이 간호조무사 ‘미연’으로 분했다. 미연은 간호조무사가 버는 월급으로 살 수 없는 명품 백을 수시로 바꾸는 등 헤픈 씀씀이를 지니고 있다. 또 혼자 살고 있는 승훈을 챙겨주며 은근슬쩍 가까워지려고 하는 등 수상쩍은 언행들을 하는 인물이다.

이청아는 처음 시나리오를 보며 이 영화가 이렇게 무섭게 탄생될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다고. 그는 “글을 읽었을 때, 영화 구조가 특이했고, 극이 어느 정도에 다다랐을 때 관점이 완벽하게 바뀌는 것이 신선했다”라며 “그런데 그 글에 음악이 입혀지고 속도감이 더해지니 사람이 뒷목 잡는 기분도 들고, 초조해지더라. 차라리 뭐라도 튀어나왔으면 덜 무서웠을 텐데”라고 말했다.

그는 미연을 연기하며 이 캐릭터를 뽐내려 하지 않았다. 관객들에게 ‘내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청아는 “미연이 하는 행동이 정말 선의를 갖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가식적인 것인지는 답을 정해두고 가지 말자고 생각했었다”라며 “사람들이 계속해서 의심하며 바라볼 수 있도록 연기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처음에 ‘미연’캐릭터가 이해가 안 갔어요. 돈을 모으는 족족 명품백을 사잖아요. ‘왜 저러지?’라는 생각을 했죠. 저라면 그 돈으로 공부를 해서 더 좋은 우대를 받을 수 있는 직장을 다니거나 더 보람 있는 일을 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완전히 생각을 바꾸라고 하셨어요. 미연은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저 그 나름대로 세련된 척을 하기 위해 ‘명품백’을 사는 것이라고. 또 승훈이 신도시가 아닌 구도시에 산다고 했을 때, 웃음을 흘리고 자꾸 다가가는 인물인데 그것은 자존감이 낮아서 그런 것이라고 하셨어요. 그제야 미연이를 좀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조진웅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는 “일부러 어색하게 두려고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극중에서 의사인 승훈과 간호조무사인 미연은 묘한 어색함이 있다. 서로에게 친절하게 대하지만 그 이상의 선을 넘어가진 않는다. 이에 실제로도 격 없이 친해진 사이는 아니라고 말했다. 또 현장에서 조진웅의 연기력에 섬뜩함을 느끼기도 했다.

“제가 승훈의 집에 있을 때 조진웅 선배가 ‘미연씨, 봤구나?’라는 대사를 하시잖아요. 실제로 무서워 죽을 것 같았어요. 진짜가 아닌데도 빨리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하하. 제가 글로만 그 대사를 봤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연기하시더라고요. 현장에 오실 때 대본 이상의 것을 준비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큰 자극이 됐어요. 정말 연기 하나만으로 극적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장면이 극적일 수 있다는 느낌을 ‘확’ 받았던 것 같아요.”

이청아는 “조진웅 오빠 때문에 살 뺐다는 이야기도 못했다”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는 “나도 역할을 위해 체중을 조금 감량을 했다. 아예 다른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고 뭔가 ‘이청아’라는 배우의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오빠는 18kg을 감량하시지 않았나. 내가 살 뺐다는 말은 꺼내지도 못하겠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많은 스포일러에 담긴 영화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이청아는 “이 영화를 통해 실패한 사람에 대해,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것들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이 분명 같은 동네인데 신도시와 구도시로 확연히 다르잖아요. 화려한 신도시 뒤에 어두침침한 구도시를 보면, 사람들도 비슷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돼요. 실패한 사람이 마주치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누군인지 또 가장 나쁜 사람은 누구일지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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