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준원 “롤모델은 유해진 선배, 초심 지키는 배우 되고 싶어”

입력 2017-03-04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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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밥 먹었어요.”

올해 13살. 엄마에게 일어나기 싫다고 한창 투정을 부릴 나이에 해가 뜨지도 않을 시간에 일어나 밥을 먹고 일을 하러(?) 집 밖으로 나섰다. 아역 배우 정준원(13)의 이야기다. 일어난 지 한참이나 지난 시간인데도 정준원은 쌩쌩했다. 사진을 찍을 때는 날아다녔다는 표현을 써도 될 만큼 활기찼다. 지난주에는 자전거를 네 시간이나 탔다며 자랑을 하기도 했다. 덕분에 감기까지 얻었다고.

최근 영화 ‘그래, 가족’을 비롯해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 ‘보이스’, ‘사임당 빛의 일기’ 등 대중들에게도 익숙해진 정준원은 믿고 보는 아역 배우 중 하나로 우뚝 섰다. ‘그래 가족’ 마대윤 감독은 “정준원을 캐스팅 하려고 캐릭터 나이 대를 바꿨다”라고 할 정도였다. 이에 칭찬을 하자 정준원은 “감사합니다”라며 부끄러워했다.

“원래 ‘그래, 가족’ 제목이 ‘막둥이’였고 8살 때 제작단계에 들어갔는데 중단이 됐어요. 이후에 다시 제작이 시작되면서 감독님께서 저를 다시 부르셨어요. 두말할 것 없이 다시 한다고 말했죠. 저 때문에 그런 결정까지 해주셨다는 말에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감독님께서 절 믿어주시니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영광이었죠.”


극 중 정준원은 남매(이요원, 정만식)들은 존재조차 몰랐던 막둥이 ‘낙이’역을 맡았다. 시골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며 청소, 빨래, 요리 등 모든 집안일을 섭렵한 열한 살 나이를 연기했던 정준원은 캐릭터를 위해 진짜 자기 집에서 어머니를 도와 집안 청소 등을 도왔다.

“처음엔 조금만 하다가 엄마가 편하다고 자꾸 시키셨어요. (웃음) 원래 일주일 용돈이 5000원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자전거를 타다가 점퍼가 찢어져서 새 점퍼를 사느라 엄마에게 빚을(?) 졌어요. 이제 3년 동안 무보수로 일해야 해요. 하하. 집에서 설거지, 청소 등을 하는데요. 가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도 있잖아요.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생각이 들 때요. 그럴 땐 조금 귀찮긴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엄마에게 감사한 마음도 들었어요. 효도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정준원은 SBS ‘사임당, 빛의 일기’에 출연하기도 했다. 극 중 이영애의 아들 역할로 출연했다. 소감을 물어보니 “남매로 연기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대 스타 이영애를 본 느낌은 ‘따뜻함’이었다. 그는 “처음 만났을 때 정말 ‘사임당’ 같은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진짜 ‘어머니’같은 따뜻함이 있으신 분이었어요. 겨울부터 여름까지 촬영을 했는데 정말 추웠거든요. 그 때마다 저희가 추울까 꼭 껴안아 주셨어요. 쉴 때는 연기 이야기도 하고, 학교 생활이나 일상 등을 물어보시곤 하셨어요. 정말 좋았어요.”


이제 정준원은 KBS 2TV 주말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 출연한다. 이준혁(나영식 역)과 장소연(이보미 역)의 아들 나민하 역을 맡았다. 이번에는 엄마, 아빠보다 더 나은 아들이자 전교 1등을 자랑하는 캐릭터다. 그는 “전교 1등에 무심한 캐릭터다. 요즘 성적이 잘 안 나오는 것 같아 나와 동떨어진 캐릭터 같지만, 연기 중에라도 공부를 잘 하는 게 다행이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준원은 7살 때부터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연기를 배우게 된 계기는 무척 독특하다. 어린이집을 다녔을 때, 또래와는 안 어울리고 혼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하는 모습을 보며 유치원 교사가 혹여 자폐증을 앓고 있는 게 아닐까 걱정돼 부모님께 말을 했던 것. 이후 정준원의 아버지가 연기 학원을 보내기로 하면서 그의 연기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연기학원을 다니면서 저를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그러면서 마음을 여는 방법도 배웠고요. 그러면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게 된 것 같아요.”

TV에도 나오고, 영화에도 나오니 반 친구들에겐 신기한 친구이기도 하다. 정준원은 “학교에서 장난치고 대화하던 친구가 드라마에 나오니까 신기해하더라”며 “촬영 스케줄 때문에 친구들 대부분이 제가 연기하는 걸 알고 있지만 모르던 친구들은 ‘너 뭐야?’라고 물어보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학교 공부도 재미있는지 넌지시 물어보니 “공부는 잘 못한다”라며 갑자기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는 “갑자기 수학이 어려워졌다”라며 “열심히 공부도 해야 한다”라고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아무래도 지금 가장 재미있는 것은 연기다. “연기를 하면 즐겁고 설렌다”는 정준원은 꼭 ‘유해진’과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준원은 “유해진 선배가 출연한 영화 중에 제가 볼 수 있는 영화는 다 본 것 같다. 되게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신다”라며 “어떤 역할이라도 모든 것을 다 소화하시는 배우이신 것 같다. 보면서 나도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라고 말했다.

“배우로서 바라는 점은 진실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진심으로 연기하는 배우요. 빛나는 스타가 되지 않아도 좋은 연기를 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부모님께서 늘 ‘연기자는 겸손해야 한다’고 말씀하시거든요. 그래서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또 어른이 돼도 연기를 꼭 했으면 하고요.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곳에서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뮤지컬인데 ‘흥’만으로는 안 되겠죠? 노래, 춤 연습도 열심히 할래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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