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혜경 “볼빨간사춘기 같다고 들어…내가 원조인데”

입력 2017-03-20 14: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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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그루브엔터테인먼트

박혜경은 영광의 순간만큼 우여곡절도 많은 가수이다.

실제 박혜경은 더더 시절은 물론, 솔로로 나섰을 때도 자신만의 색이 뚜렷한 보컬리스트로 큰 인기를 누렸으나, 성대결절로 인해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한동안 가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다행히 다시 가수로 돌아올 수 있을 만큼 목은 회복이 됐지만, 과거와 달라진 목소리를 받아들이는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설상가상으로 개인사업과 관련해 법적 분쟁이 발생했고, 무혐의 처분을 받긴 했지만 심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감내해야했다.

정신적·육체적으로 극심한 피로감을 느낄만한 사건이 연달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혜경은 다시 가수로 돌아왔다.

박혜경 스스로도 “결국 돌아왔네. 뗄레야 뗄 수 없는 가수구나 그런 심경이다”라며 심경을 밝혔다.

물론 힘이 들지 않았던 건 아니다. 박혜경은 “암에 안 걸린 게 다행이지만, 성대때문에 정말 절망과 좌절했고, 스트레스가 대단했다”라고 털어놓았다.

자칫 가수로서 커리어를 끝낼지도 모를 정도로 큰 고통이었으나 박혜경은 결국 재기했다. 박혜경이 재기를 결심한 데는 ‘슈가맨’의 출연이 결정적이었다.

박혜경은 “‘슈가맨’은 섭외는 받았지만 무서워서 못나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뭔가에 홀린 것처럼, 작가가 ‘이날 스케줄 비세요?’라고 물었을 때 ‘괜찮아요’라고 답하고 나간 거다. 더더로 나간거긴 하지만, ‘슈가맨’이 아니면 아직도 폴로리스트로 있을 거다”라고 말했다.

또 막상 무대 위에 오르자 몸에 새겨져있는 보컬리스트 본능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박혜경은 “내 몸이 기억을 하더라. 내가 억지로 하려면 안 되는데, 마이크 잡고 큐가 들어가니까 나오는 거다. 아무리 해도 안 나오던 게 그러더다. ‘컬투쇼’ 나가서 ‘안녕’ 부를 때도 그 목소리가 나오니까 다 놀라더라. 몸이 기억하는 거다”라고 말해 어쩔 수 없는 가수임을 알렸다.

그렇게 무대에서 자신감을 찾자 다음차례는 신곡 발표였다. 박혜경은 2월 10일 ‘NERD GIRL’을 발표하고 가수로서의 활동을 다시 본격화했다.

박혜경의 오랜만의 신곡이기도 하지만, ‘NERD GIRL’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밴드 롱디와 컬래버레이션 곡이라는 점이다.

사진=더그루브엔터테인먼트


박혜경과 롱디의 조합은 유쾌하면서도 청량감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며, 단지 순위로 측정할 수 없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박혜경은 “처음부터 롱디와 하려했던 건 아니다. 곡을 많이 받기도 했고, 나도 많이 썼는데, ‘딱’이라는 생각이 든 곡이 없었던 거 같다. 그러다 더더의 느낌을 떠올리고 곡 잘 쓰는 기타리스트를 찾아달라고 했다. 그러다가 롱디의 옛날 노래를 들었고, 이 친구들을 찾아달라고 했다”라고 롱디와의 협업 계기를 밝혔다.

자신 있게 내놓은 신곡이지만, 박혜경 스스로는 성적에 대해 실망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박혜경은 “신곡 반응은 사실 절망했다. 순위에 안 들어온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심장이 내려앉더라. 너무 오래 활동을 안 했기 때문인 거 같기도 하고...절망을 안했으면 거짓말이고 되게 가슴이 아프더라”라고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아쉬움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박혜경은 “애초에 (이번 곡은)순위보다 내가 다시 활동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자 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혜경은 “세월이 흐른 거다. 요즘 나를 보고 볼빨간사춘기를 자꾸 얘기한다. (나보고 볼빤간사춘기) 목소리가 닮았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 원조는 여기겠지’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라고 달라진 환경을 받아들였다.

심지어 박혜경은 “나도 혼자 볼빨간 사춘기 노래를 불러봤다. 비슷한 거 같기도 하더라. 목소리가 독특하니까 그런류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라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 주위환경은 바뀌었지만, 박혜경은 차근차근 다시 가수로서 삶을 시작해 나갈 계획이다.

박혜경은 “성대는 받아들여야한다. 이것도 박혜경의 목소리라고. 예전의 진성인지 가성이지 모를 그 목소리도 있지만 다른 환경을 찾아나가는 거다. 노래 부르는 방법은 바뀔 수 없다. 성대가 예전의 필이 없어진 게 있지만 트레이너 선생님이 ‘이것도 박혜경의 목소리다. 받아들여야한다’고 할 때 치유가 됐다”라고 지금 자신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음을 밝혔다.

이어 “성대가 완벽하게 돌아오진 않겠지만 다른 창법을 찾아내고 그러려고 한다. 지금 내가 몸이 기억하던 성대에서 더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라고 지금의 목소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임을 덧붙였다.

또 박혜경은 어떤 목표의식으로 가수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다시 ‘가수 박혜경’으로 돌아온 것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

박혜경은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는데, 어떤 목표를 가지고 활동하고 싶지는 않다. 이런 얘기하면 할머니 철학자같아 보이는데 완벽한건 없는 거 같다. 아무리 ‘완벽하게 세팅했어’라고 해도, 뭐가 일어날지는 모른다.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했어도 다음날 지진이 나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그냥 다시 가수 박혜경의 삶을 잘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거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와서 ‘차트 1등 하는 게 목표에요’라고 하는 건 그것도 웃기는 얘기다. 물론 내심 좋긴 하겠지만 목표는 아닌 거 같다. 그냥 계속해서 좋은 음악, 좋은 노래를 하려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박혜경은 공연 만큼은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어떤 목표라기보다 ‘진짜 가수’로 돌아오는 마지막 퍼즐이었다.

박혜경은 “공연을 해야하는데 무섭다. 잘 할 수 있을지. 공연은 돈을 내고 가수의 노래를 들으러오는 자리고, 나는 돈을 받고 노래를 들려주는 거다. 당연히 엄청난 책임감이 뒤따른다. 눈앞에서 모든 걸 보여주고, 또 들켜야하고, 모든 걸 내줘야한다. 관객은 돈을 내고 시간을 들여 보러 오는 건데 (내가)그걸 해줄 수 있나하는 생각이다. 공연을 다시 한다면 막하고 싶지 않다. 공연을 하게 되면 그때가 진짜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이 들 것 같다”라고 말해 다시 콘서트 무대에 서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원했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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