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를 만나다①] ‘마리텔’ PD “유행 타는 젊은 시청자 잡기가 어디 쉽나요”

입력 2017-03-23 0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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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를 만나다①] ‘마리텔’ PD “유행 타는 젊은 시청자 잡기가 어디 쉽나요”

아무리 좋아서 죽고 못 사는 연인 사이에도 언젠가는 권태기라는 것이 온다. 영원할 것 같아도 서로에게 질리는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하물며 시청자와 예능 프로그램 사이는 말할 필요가 없다. 시청자는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뜨겁게 애청했던 예능 프로그램이어도 그 시간대에 더 재미있고 신선한 것이 나타나면 이들은 주저 없이 채널을 돌린다.

그런 면에서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은 출범 3년째인 지금도 여전히 참신하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이들은 매주 새로운 아이템과 출연자들로 시청자들 그리고 누리꾼들과 직접 만나며 그렇게 유지하기 어렵다는 ‘참신함’을 지켜오고 있다.

이에 대해 ‘마리텔’ 연출을 맡은 박진경 PD는 “어느 예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조연출을 비롯한 많은 스태프들이 특히나 공을 들여서 만드는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들이 다 자기가 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는 하지만 그런 것들을 감안해도 ‘마리텔’이 유독 힘든 프로그램인 건 맞는 것 같아요. ‘마리텔’을 거쳐간 제작진이나 다른 팀에서 온 분들 말을 들어봐도 ‘신경 써야 하는 것이 정말 많다’고는 하더라고요.”

약 70분가량의 ‘마리텔’ 한 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들이 고려되지만 그 중에서도 박 PD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역시 편집이다.

“‘마리텔’은 한 편에 4개의 개인 방송국 이야기가 다 녹아들어야 해요. 그리고 서로 다른 이 4개의 방송국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있어야 하죠. 거기에 기승전결도 넣고 그리고 그 방송국이 전달하려는 정보의 핵심이 최대한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해요. 또 인터넷 생방송을 본 분이 ‘이미 봤으니까 본방송은 안봐도 돼’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새로운 재미요소도 만들어야죠.”

이렇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 많은 편집이기에 박 PD는 지금도 ‘마리텔’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관리한다. 그의 말을 빌리면 새로 온 조연출에게도 편집과 자막, 효과음을 언제 무엇을 넣어야 하는지에 대해 주입식 교육을 한다고.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마리텔’이 이야기 하는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서예요. 물론 누가 편집하느냐에 따라 당연히 차이는 나죠. 그래도 ‘마리텔’은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한다는 일종의 표준은 있어야죠.”


매우 극성맞고 피곤한 작업이다. 포맷 자체는 최신식인데 만드는 과정은 마치 수제 양복을 만드는 것보다 더 섬세하고 까다롭다. 왜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까.

“그건 ‘마리텔’ 시청자들이 국내의 어떤 예능 프로그램 시청자들보다 젊기 때문입니다. 피드백을 보면 이 프로그램은 젊은 시청층의 애정을 확실히 많이 받고 있어요. 그런데 이 분들은 쉽게 질려하고 유행도 타죠. 또 까다로운 건 제작진 그 이상이에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조연출들에게 제가 요구하는 것도 많아질 수밖에요.”

변덕스러운 젊은 시청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마리텔’ 제작진은 프로그램 곳곳에 이들을 사로잡을 요소들을 배치해 뒀다. 익히 잘 알려진 채팅을 짚어내는 자막이나 독특한 CG 등도 젊은 시청자들을 잡기 위해 마련된 요소들이다.

“채팅창에서 재미있는 말들을 고르는 노하우가 있죠. 출연자가 읽는 채팅을 자막으로 띄우는 건 너무 당연하고 출연자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이 부분에서 사람들이 반응을 보였겠구나’ 하는 지점들이 있어요. 그러면 그 때 채팅을 쭉 보면서 ‘마리텔’에 어울리는 채팅들을 뽑아내죠.”


또한 그는 자막 못지않게 CG에도 상당한 품을 들인다. “굉장히 힘들고 작업량이 많다. 다행히 ‘마리텔’ 담당자가 내 동기라서 달래가며 부탁도 해가며 잘 만들어 가고 있다”며 웃었다.

“처음에 이 기획안을 냈을 때 선배 PD들은 ‘녹화 현장을 인터넷으로 보여준다고? 그럼 본방송을 누가 봐’라며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물론 일리 있는 의견이었지만 전 본방송을 인터넷 생중계와는 다른 재미 요소를 넣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편집이고 자막이고 CG였죠.”

이렇게 온갖 정성을 들여 ‘마리텔’ 한편이 만들어 진다. 그래도 박진경 PD 이하 ‘마리텔’ 제작진들은 지금도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전보다 고민이 더 깊어졌다.

“이제 3년차인데 돌이켜보면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아이템들을 한 번씩 다 해본 것 같아요. 바로 그게 고민이에요. 어떻게 우리 시청자들에게 더 신선한 아이템을 보여줄 것인가 그리고 이걸 어떻게 더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는가. 그게 올해 우리 ‘마리텔’ 제작진이 해결해야 할 문제죠. ‘마리텔’은 지상파 예능 중에서 가장 유니크한 위치에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 위치에 맞는 유니크한 재미를 드리고 싶어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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