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보스’ 연우진 “박혜수 강한 책임감에 뭉클했다”

입력 2017-03-2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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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보스’ 연우진 “박혜수 강한 책임감에 뭉클했다”

흔히 로맨틱 코미디 속 남자주인공은 당당하고 주체적이다. 때론 여주인공에게 쌀쌀맞지만, 마음 표현만큼은 적극적이다. 예외도 존재한다. 지난 14일 종영된 tvN 월화드라마 ‘내성적인 보스’(극본 주화미 연출 송현욱) 속 은환기가 그런 경우다. 기존의 ‘로코 공식’을 파괴(?)한 유일무이한 캐릭터다. 내성적이고 의사 표현에 서툰 남자다. 설렘보다 연민에 빠질 수 있지만, 서툴고 어설픈 행동에서의 진심이 은환기라는 인물을 빛나게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연기한 배우 연우진에게는 칭찬이 뒤따른다.

“은환기의 키다리 아저씨 같은 느낌이 정말 좋았어요.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캐릭터라고 생각이 없지 않아요. 배려심도 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이 노력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자유로운 순간에 드러나는 순수함이 좋았어요. 처음 은환기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저 스스로 ‘내가 언제 내성적이었지?’ 질문했어요. 참 어렵더라고요. 겉으로 표현되지 않는 것들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캐릭터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불쑥 은환기가 느껴지는 순간일 때는 희열을 느꼈어요. 아름다웠어요. 연기하는 동안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살도 많이 빠졌지만, 은환기를 만나 행복했어요. 지금은 은환기를 떠나 보내는 게 아쉽습니다.”

4개월간 내성적인 은환기로 살았던 연우진은 “올해 들어 가장 말을 많이 한 날”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연기로 인한 스트레스로 체중이 9kg이나 빠지면서도 은환기를 추억하는 연우진은 애틋함이 묻어난다. 그러나 캐릭터에 대한 평가와 달리 작품이 남긴 숙제는 많다. 특히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은 연우진에게 큰 아쉬움이다.

“(낮은 시청률은) 많이 속상해요. 다만 놀라운 것은 (박)혜수 반응이에요. 시청률이 살짝 올랐을 때, 제게 와서 ‘너무 기뻐서 혼자 화장실에서 환호했다’고 했어요. 정말 뭉클했어요.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어린 여배우이지만, 주연배우로서 책임감이 강하다고 생각해요. 촬영장에서 덤덤한 척하는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어요. 저 역시 그때 기뻤지만, 결과는 아쉬움이 더 커요. 그리고 이 아쉬움을 다음 작품의 동력으로 삼으려고 해요. 이젠 되돌릴 수 없잖아요. 매 순간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어요. 지금 이를 갈고 있으니, 다음에는 연기로 보답할게요.”



긍정적인 파이팅이 넘친다. 그렇지만 파트너로 호흡을 맞춘 박혜수에게는 미안함이 크다. 연우진은 오빠로서, 선배로서 ‘내성적인 보스’ 실패에 대한 책임을 박혜수 혼자 짊어지는 것 같아 미안하다.

“연기는 함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에요. 같이 책임을 통감해야 해요. ‘내성적인 보스’에서 받는 연기를 주로 했는데, (박)혜수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제가 (박)혜수에게 그만큼 도움을 줬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받기만 한 건 아닌가 싶어요. ‘내가 조금이라도 (박)혜수를 도와줬더라면’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점이 아쉬워요. 그리고 그 어려움 속에 은환기와 채로운을 놓치지 않고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는 점에 감사해요. (박)혜수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미안하고 고마움이 공존한다. 이는 전작 ‘연애 말고 결혼’을 함께한 제작진을 향한 마음에서도 드러난다. 연우진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다. 기분 좋은 일이다. 감독님, 작가님, 스태프들 모두 지난 작품에서 함께했던 사람들이다. 한번 같이 했던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컸지만, 날 믿어주셨기에 감사하고 책임감도 크다. 너무 힘든 작업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역시 좋은 사람들을 만났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작업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연우진은 작품을 떠올릴수록 은환기에 젖어 든다. 캐릭터와의 이별이 아쉬운 그에게서는 다시 은환기가 보인다.

“매 순간이 은환기였는데, 일상으로 돌아오는 저와는 괴리감이 있어요. 원래 내 모습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저 자신을 제가 모르겠더라고요. ‘내가 이랬던 사람인가, 원래 이랬나. 어릴 때는 어땠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돼요. 은환기라는 매력적인 녀석이 저를 자극하고 바꾸어 놓은 것 같아요. 그렇지만 다시 소통하고 저를 찾아가야죠. 은환기도 이전의 연우진도 아닌 새로운 저만의 소통법을 찾으려고 해요.”



은환기라는 인물에서 빠져 나올 시간이다. 연우진은 각인된 ‘로코’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르에 열망이 가득하다. 개봉을 앞둔 3편의 영화는 그동안 본적 없던 연우진을 새로운 모습을 예고하고 있다.

“도전은 늘 자극이 돼요. 지난해 촬영을 마친 영화 3편이 올해 개봉해요. 기존과 다 다른 캐릭터인데, 변신의 여지가 많아 저도 설레고 궁금해요. 기존과 반대되는 캐릭터에 욕심이 있어요. 늘 인생작을 염두하고 있어요. 지난 것보다 미래가 더 희망찼으면 좋겠어요. 그렇기에 연기를 하면서도 힘들지만, 행복하다고 느껴요. 오늘로써 은환기를 내려놓고, 다시 시작할래요. 더 좋은 에너지로 돌아오겠습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점프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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