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베테랑 토크①] 김응수의 인생작 “‘임진왜란 1592’, 걸작 될 거라 확신”

입력 2017-03-24 09: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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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부터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몇몇 톱스타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미디어는 물론이고, 포털 사이트의 메인 화면까지 젊은 스타들의 몫이다. 때문에 한번쯤 속마음을 들어 보고 싶은, 혹은 걸어온 삶의 스토리가 궁금한 베테랑 스타들의 이야기를 접할 기회가 없다. ‘강한 자가 살아 남는다’는 말보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 곳이 연예계다. 이런 연예계에서 20년 넘게 꾸준히 활동한 스타라면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마땅하다. 적어도 그들에게는 오랜 시간 살아 남을 수 있었던 ‘전문성’과 차별화 된 ‘개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베테랑 연예인들이 조금이라도 재조명 되기를 바라며 ‘베테랑 토크’를 준비했다. 가장 먼저 만난 베테랑 스타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 ‘김응수’다. 그는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며 두 시간 넘게 속마음을 털어놨다. <편집자 주> 》

배우 김응수에게 있어 KBS1 팩츄얼 드라마 ‘임진왜란 1592’는 촬영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에서 올해 처음으로 제정된 방송출연자상 1호 수상자가 됐다.

“처음에 방송출연자상을 받게 되었다고 했을 때는 1호 수상자가 된 것에 대한 부담이 컸죠. 앞으로도 이 상의 수상자로서 걸맞는 연기를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 상을 수상하실 2호, 3호 배우들을 위해서라도요.”

김응수는 ‘임진왜란 1592’에서 일본의 역사적 인물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연기했다. 그는 완벽한 일본어 대사 소화 능력은 물론,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성격, 생각 등을 여과없이 안방에 전달했다. 큰 상과 함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그의 연기인생을 빛낸 인생캐릭터가 됐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라는 사람이 1592년에 임진왜란을 일으켰잖아요. 전 시청자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어떤 사람인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시는 그런 비극의 역사가 반복되어선 안되잖아요.”

사진제공│KBS


그가 맡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라는 인물은 사실 일본 사극 드라마나 영화에서 수많은 배우들이 연기해 왔다. ‘노다메 칸타빌레’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다케나카 나오토나 ‘곡성’의 쿠니무라 준도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맡았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연기를 위해 크게 참고한 것은 없어요. 다케나카 나오토라는 배우가 연기한 걸 본 적은 있는데 백성이었을 당시 히데요시의 성격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았어요. 인물의 됨됨이가 굉장히 작게 그려진 것 같았죠. 사실 전 지금까지 이 인물을 맡아 연기한 모든 배우들은 솔직히 모두 반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어 그는 작심한 듯 “그동안 임진왜란을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영화 속 이순신 장군과 히데요시는 모두 가짜”라며 발언을 이어갔다. 반일감정을 부추겨 시청률을 올리고 관객들을 끌어올리기 위해 진짜 이순신 장군과 히데요시의 모습을 상품화 시켰다는 것.

사진│KBS 방송 화면 캡처


“이순신 장군은 무인인 동시에 과거 시험에 합격한 문인(文人)입니다. 시심(詩心)을 가진 사람이라는 이야기죠.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그는 ‘난중일기’라는 기록을 남기고 전사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적어놔요. 얼마나 가슴에 피눈물이 흘렀을까요. 12척의 배로 수많은 적과 맞서겠다는, 언뜻 무모해 보이는 장군의 결정을 부하들이 따른 건 이순신 장군이 강하기 때문이 아니었어요. 그 사람의 인품이었죠. 그런 부분들이 이순신 장군을 연기하는 배우들에게서 보이지 않아요. 만약 앞으로도 이순신 장군을 연기하는 배우가 나올텐데 제발 ‘난중일기’를 한번이라도 읽고 연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이순신 장군 연기는 눈에 힘을 주고 ‘공격하라!’하고 위엄있게 외친다고 다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해요.”

김응수는 인터뷰 내내 ‘기록과 자료를 읽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두 시간이 넘었던 인터뷰에서 그는 이 부분을 수차례 지적하기도 했다.

“‘임진왜란 1592’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도 김한솔 PD를 얼마나 쪼았는지 몰라요. 역사는 뭐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도요토미 히데요시나 이순신 장군은 어떤 사람인지를 끊임없이 물어봤어요. 그 때 이 드라마의 PD들이 자신이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그만의 해석을 풀어놓더라고요. 다른 연출자나 작가들과는 달랐어요. 사실 처음에는 또 반일감정을 부추겨서 시청률이나 올리려는 것 아닌가 걱정을 했는데 PD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 작품은 걸작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②편에서 계속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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