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베이식·임상혁이 말하는 ‘진짜 힙합’의 의미

입력 2017-04-03 06: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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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베이식·마블제이·임상혁·빅트레이·비오·전다운 작곡가, 사진=올라잇뮤직

래퍼 베이식의 레이블 설립은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계획하고 있던 것이다.

베이식을 비롯해 프로듀서 임상혁과 래퍼 빅트레이와 마블제이, 싱어 비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올라잇뮤직’은 지난달 설립을 공식화하긴 했지만, 설립 계획은 이미 베이식이 ‘쇼미더머니’에 나가기 전부터 구상 중이었다.

최근 동아닷컴과 인터뷰에 나선 임상혁과 베이식은 “‘쇼미더머니’에 나가기 전부터 알게 됐으며, 그때 이미 레이블 설립을 계획했었다”라고 말했다.

임상혁은 “베이식과는 ‘쇼미더머니’ 하기 6개월 전에 알았다. 원래 빅트레이와 친했는데, 그 친구와 친해지면서 알게 됐다”라고 베이식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이어 임상혁은 “내가 큐브엔터인먼트에 6년 정도 있었다. 아이돌 프로듀싱을 했는데, 아이돌은 보통 우리가 만들어서 입히는 형태다. 그런 작업 방식이 질려서 뭔가 같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음악을 하고 싶었다. 그때 빅트레이가 추천한 게 베이식이다. 이 친구가 잘하는 친구인데, 지금은 음악계를 떠나있으니 셋이 같이 뭉쳐보자고 제안했었다. 사실 그때 바로 레이블을 만들려고 했는데, 일단 베이식이 스킬적으로 랩을 제일 잘하니 ‘쇼미더머니’를 나가서 이름을 알려보려고 했었다. 그러니까 레이블 설립은 RBW에 들어오기 전부터 하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베이식은 “원래 ‘쇼미더머니’가 끝나고 바로 레이블을 설립하려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린 거다. 뭔가 하나씩 구체화 시키면서 하다보니 그렇다”라고 말했고, 임상혁은 “쉬다가 돌아왔고, 나도 작곡가 활동을 하면서 새로 한다는게 생각보다 할 게 많더라. 지금까지 단계적으로 준비해왔고, 이제 시기가 와서 론칭을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베이식과 임상혁이 레이블을 설립한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들의 음악을 보다 명확하게 드러내며 활동 하고 싶기 때문이다.

일단 임상혁은 “이제 나오는 모든 음악은 올라잇뮤직으로 나온다. 소속사가 변경이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친구들은 올랏잇뮤직 소속이 된 상황이다”라고 말해 RBW의 산하 레이블이지만, RBW와는 다른 노선을 걷고 있음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어 그는 “RBW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라 다양한 장르를 하면서 장르에 치중이 있지 않다. 하지만 레이블은 음악적 색깔을 가지고 있는 단체라서 더 실험적인 음악을 하더라도 편하게 할 수있다. 이전보다 힙합쪽으로 가깝게 갈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베이식 역시 “힙합 장르 특성상 같이 뭉치고, 같이 할 때 시너지가 많다. RBW에도 많은 아티스트가 있고 같이 음악을 했지만, 레이블이라는 타이틀을 걸면서 색이 견고해지고 활동함에 있어 다방면으로 움직이기 수월해지는 그림이다. 음악을 만들고 활동함에 있어서 그렇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설립된 올라잇뮤직이 내건 슬로건은 ‘진짜 힙합’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건 ‘진짜’다.

이 ‘진짜’라는 단어와 ‘힙합’이라는 단어가 결합되면 항상 논란이 따라붙곤 하기 때문이다.

물론 베이식과 임상혁이 ‘우리가 진짜 힙합이고 남들은 다 가짜’라는 거창하고 광오한 의미에서 이렇게 말한 것은 아니다.

먼저 임상혁은 ‘올라잇뮤직’의 이름의 의미부터 설명했다.

임상혁은 “‘올라잇뮤직’에 거창한 뜻이 있는 건 아니다. 긍정적으로 음악을 하자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만들었다. 긍정적 음악이라고 해서 긍정적인 메시지만 쓴다는 건 아니고, 여러 주제의 음악을 즐겁게 음악하자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베이식도 “이름 짓는 게 제일 힘들더라. (레이블명 후보로)3~40개가 나왔는데, 이름 고르느라 설립이 딜레이 됐을 정도다. 래퍼도 원래 랩 가사 쓰는 거보다 이름 짓는 게 더 힘들다”라며 웃었다.

(왼쪽부터)비오·마블제이·베이식·빅트레이, 사진=올라잇뮤직


이어 베이식은 ‘진짜 힙합’의 의미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베이식은 “월간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가 ‘쇼미더머니’ 끝나고 고민을 많이 했다. 갈팡질팡했다. ‘대중성 생각을 하느냐 마느냐’였는데, 계속 언더에서만 활동할 계획도 아니었고, 사람도 생기고, 어떤 게 좋을까 생각하고 움직인 게 빵 터지지 않아서 뭐가 맞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 결국 내린 결론은 ‘그냥 내가 원래 좋아하던 거, 내가 잘하고 내가 좋아했던 거를 하겠다’였다. 그냥 내가 좋아하고, 내가 좋아 하던 걸 해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진짜 힙합)은 그런 의미였다”라고 말했다.

임상혁도 “베이식이 음악 편식을 안 한다. 힙합도 좋아하고 대중가요도 좋아한다. 그동안 낸 앨범들이 사실 본인의 의지와 다른 방향으로 나왔던 경우도 있고, 꾸준히 방향성을 찾고 있었다. 베이식은 오래 음악을 쉬었고, 갑자기 ‘쇼미더머니’ 때문에 올라와서 그동안 다져진 히스토리가 없었다. 그래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데 부담감과 고민이 많은 거다. 대중과 가까이 소통해야하나, 내가 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해야하나 고민을 했는데, 옆에서 프로듀서로서 봐도 어떤 게 맞는지 모르겠더라. 다만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대중들의 목소리도 들었고, 이런 저런 트랙을 하면서 이 친구에게 잘 맞는 게 뭔지 알 거 같은 시기가 온 거 같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베이식은 “‘진짜 힙합’이라기보다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음악’정도다. 예전 믹스테잎때 재밌게 음악을 했다. 별 생각 없이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좋아하고 그랬던, 그때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거다. 요즘도 그냥 이거저거 좋은 걸 막 하고 있다”라고 ‘진짜’에 담긴 의미를 알렸다.

이제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좋아하는 음악을 하겠다고 선언한 베이식이다. 자연스레 프로듀서인 임상혁과의 호흡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사실 베이식과 임상혁의 첫인상은 서로 그리 좋지 못했다.

베이식은 “사실 (임상혁의 모습이)믿음이 가진 않았다”라고 털어놓았고, 임상혁도 “정말 말도 안됐다. (그때 베이식은)그냥 회사일 끝나고 온 회사원이었다”라고 말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베이식은 “처음에 제안을 받고 ‘생각해 볼게요’하고 세달 후에 다시 만났다. ‘내 주제에 다시 랩이야’하는 마음도 있었고, 또 말하러 온 사람도 믿음이 가지도 않고 그래서 까먹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한 번 만나보자고 해서 만났는데, 미련이 남았더라. 기회가 있을 때 다시 하자고 해서 (임상혁보다)빅트레이를 생각해서 하자고 했다. 어떻게 보면 나에겐 모험이었다. 모르는 상태에서 하게 된 건데, 그때 아내가 애를 임신했고, 직장도 그만뒀어야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뛰어든 거다”라고 말했다.

임상혁도 “(베이식이)처음에는 정말 볼품 없었다. 옷도 내가 다른데서 구해다 주고 그랬다”라고 맞받아치며 “사실 베이식에게 음반 내자는 제안이 많았는데 다 거절을 했었다. 어떻게 타이밍이 맞을 때 내가 건드린 거다. 또 주변에서 평판도 좋고, 랩도 잘하고, 인성도 좋다고 해서 겪어보지 않았지만 믿음이 갔다”라고 베이식을 섭외한 이유를 밝혔다.

첫인상은 서로 단숨에 와 닿진 않았던 둘이지만, 한 배를 탄 지금은 당연히 강한 신뢰관계로 엮여있다.

베이식은 “우선 이쪽 바닥에 오래있었고 검증된 실력이다. 나는 음악을 만들지 않고 랩만 하는 사람이고 프로듀싱이 절실히 필요한 래퍼이다. 임상혁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형뿐만 아니라 파이어뱃도 그렇고 꾸준히 도움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임상혁도 “나는 래퍼들이 트랙을 고르는 기준이 있는 걸 좋아한다. 확실히 소신을 표현해 달라고 한다. 이 친구들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다. 그러려고 레이블을 차린 거다.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데 내가 서포트를 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이런 거 하고 싶다’라고 하면 ‘만들어볼게’하고 작업하는 지금이 정말 좋다. 음악적 교류가 있는 작업이 훨씬 재밌고 결과물도 좋게나온다. 내가 곡을 써서 주면서 ‘이렇게 부르라’고 하는 게 뿌듯할 수는 있지만 재미가 없더라. 히트치는 음악만 만들고 찾아야하고 하는 게 나에게도 스트레스였다. 그런데 지금은 즐겁게 작업해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니 좋더라”라고 베이식과의 작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올라잇뮤직에는 베이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래퍼 빅트레이와 마블제이, 싱어 비오도 차근 차근 자신의 결과물을 세상에 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임상혁은 “빅트레이는 올드스쿨을 하는 친구고, 베이식은 붐뱁이 어울리고, 마블제이는 랩스타일이 공격적이고, 비오는 달달하고... 성향이 다 다르다. 그러니 더 즐겁게 음악하고 있다. 다른 레이블처럼 트렌디하거나 멋스러운 스타일은 아닐지 몰라도, 다들 내실이 튼튼한 친구다. 외향적인 모습을 추구하기보다 자기 실력이 더 좋은, 그런 게 좋다”라고 소속 아티스트들의 특징을 밝혔다.

이중 인터뷰에 함께한 베이식과는 좀 더 깊숙하게 그의 랩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베이식은 “(세대 차이에 대한)위기감을 항상 느끼고 있다. 우리도 처음에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나온 루키였다. 그런데 힙합이 유행에 민감해서 금방 바뀌고 랩 스타일도 유행을 탄다. 자기 스타일을 지키는 게 멋있어 보일 수도 있는데 꼰대가 될 수도 있는 거 같다. 그 줄을 잘 타야하는데, 나이를 먹어가는 사람들은 그걸 잘 타려고 하는 거고 어린 친구들은 처음부터 그 스타일을 매진하니 당연히 더 잘할 수밖에 없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요즘은 (스타일이)너무 많다. 트랩만 해도 하드한 트랩 말고 계속 진화하고 있다. 나이가 30이상 되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젊은 친구들은 근데 열광을 한다. 나도 애플뮤직 추천 리스트를 들으면서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듣는다. 그런 게 도움이 되는 거 같다. (지금의 난)노력하는 꼰대 같은 느낌이다”라고 자평했다.

다만 임상혁은 “오래한 래퍼는 연륜과 깊이가 느껴지는 거 같다. 짬에서 나오는 여유가 있는 거 같다. 여유에서 오는 느낌의 전달이 있다. 요즘 친구들은 멋있고 화려하지만 그런 느낌은 얕다. 그냥 각자의 장단점인 거 같다. 베이식도 레코딩을 해보니까 차이가 많더라. 요즘 친구들의 노래도 많이 들어봤는데 베이식이 정말 랩 스킬이 좋다. 스튜디오 버전으로는 그걸 잘 못 느낄 수 있는데 직접 레코딩을 하면서 들으니 정말 잘 한다”라며 베이식이 스타일의 차이를 넘어서는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걸 강조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남은 건 임상혁 프로듀서의 말처럼 공격적으로 음악을 쏟아내는 것뿐이다.

임상혁은 “우선 매달 베이식이 나올 거고 마블제이는 저번 달에 앨범이 하나 나왔다. 빅트레이가 4월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비오는 5월로 계획됐다. 기존 유명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도 많이 할 거고, 올해는 공격적으로 많이 쏟아내려고 한다. 또 콘서트도 희망이다. 레이블 콘서트를 열고 싶다. 앨범을 내는 것도 그렇지만, 무대에서 만나는 걸 바라고 있다. 올라잇뮤직으로 꾸준히 공연을 해 브랜드로 만드는 걸 다들 꿈꾸고 있다”라며 올 한해 꾸준한 레이블 활동을 선언했다.

이어 임상혁은 “시작은 산하 레이블이지만 다른 유명 레이블처럼 쭉쭉 뻗어나갈 거다. 요즘은 레이블이 독립된 회사로 인정을 받고 있으니 멋진 회사를 만들고 싶다”라며 올라잇뮤직의 성장을 지켜봐 줄 것을 당부했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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