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진구 “‘원라인’ 감독 봉준호 느낌…임시완, 붙임성 최고”

입력 2017-04-06 1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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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핫하다고? ‘태후’ 가고 다시 식었다. 핫한 거 끝났지 뭐~”

배우 진구는 아무렇지 않게 ‘셀프 디스’를 늘어놓더니 호탕하게 웃었다. 한쪽 입꼬리가 먼저 올라가는 능청스러운 미소가 이번에 개봉한 주연 영화 ‘원라인’ 속 장과장을 연상케 했다. ‘작업 대출’계의 전설적인 베테랑 장과장은 늘 신사적이고 위트가 넘친다. 깊은 내공으로 순식간에 상대의 속을 꿰뚫어 보는 인물. 진구가 딱 그랬다. 마치 진구가 장과장이고 장과장이 진구인 것 같았다. 이보다 딱 들어맞는 캐스팅이 또 있을까.


Q. ‘원라인’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A. 처음에는 ‘못하겠다’고 고사했었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돈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인데 사실 대본을 읽었을 때는 이를 느끼지 못했다. 애매하달까. 그런데 양경모 감독님이 나를 설득했다. 장 과장이 어떤 인물인지, ‘원라인’이 어떤 영화인지. 내가 거기에 낚인 것 같다(하하). 완성본을 보니 내용이 복잡하지 않고 쉽게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것 같다.


Q. 작품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는 건가.

A. 첫 번째는 책이 잘 읽히느냐다. 배우가 모르는데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하겠나. 빨리 읽는 작품은 1시간 만에 읽는다. ‘원라인’은 6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완독은 했지만 쉽게 읽히진 않았다. 집에 아직도 끝장을 못 본 책이 몇 권 있다. 그런 작품은 출연하고 싶지도 않다.


Q. 그럼에도 마음을 바꿨다. 양 감독이 어떤 말로 설득했나.

A. ‘원라인’의 메시지대로 ‘사람이 돈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자신감이 보이더라. 장 과장의 매력을 깊이 생각해줬다. ‘준비할 것 없이 편안하게, 평소대로 하면 된다’고 하더라. 부담스러웠는데 그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느꼈다. 대본도 거의 안 보고 현장에 갔다. 연기하면서 ‘감독님이 원한 게 이런 거였구나’ 싶더라.


Q. 장과장은 악인도 선인도 아니다. 접근하기 어렵지 않았나.

A. 평소의 나도 착한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를 모습이다(웃음). 의도한 것은 아니고 자연스럽게 내 안에 묻어있는 것 같다. 살면서 정말 많은 경험을 했는데 그 영향인 것 같다. 가난도 경험했고 부자까지는 아니어도 적당한 돈도 많이 만져봤다. 공부도 못한 적도 있고 잘할 때도 있었다. 내 인생에 중간은 없었던 것 같다.


Q.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상하고 표현했나.

A. 모호하게 연기했다. 연기하면서 희열을 느꼈다. 감독님과 내가 생각하는 편집점도 딱 맞았고 합도 잘 맞았다. 양경모 감독님은 ‘원라인’이 입봉작인데도 베테랑 냄새가 나더라. 봉준호 감독님이 생각났다. 눈빛만 봐도 아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포인트가 있다. ‘감독님 이거 맞죠?’ ‘어! 그래 그러야!’ 이런 것. 봉준호 감독님과 ‘마더’ 작업할 때와 비슷한 경험을 이번에도 했다.


Q. 어떤 경험이었나.

A. 일관적인 디렉션을 하는 감독은 연출을 못하는 감독이다. 양경모 감독도 봉준호 감독처럼 배우마다 디렉션이 달랐다. 14명의 출연진에게 14가지 디렉션을 각각 주더라. 임시완을 특히 예뻐해서 솔직히 질투했다. 나에게는 ‘잘하고 있는데 뭐~’라면서 거의 방목했다. 서운했다. 나도 감독님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었다(웃음).



Q. ‘원라인’ 현장은 어땠나.

A. 나는 현장을 참 좋아한다. 부담이 없으니까 현장이 무섭지 않았다. 일찍 가서 그날 찍을 부분을 둘러보고 담배를 한두 대 피우면 답이 딱 나오더라. 아이디어도 새록새록 떠오르고.


Q. 배우들끼리 되게 돈독해보이더라. 임시완과의 케미도 좋고. 호흡은 좋았나.

A. 처음부터 끝까지 시완이가 끌고 가는 스토리라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웃으면서 하더라. 임시완은 붙임성이 정말 좋은 친구다. 처음부터 형들에게 잘 달려들었다. 술도 잘 마시고 이야기도 잘 통했다.

그런데 너무 열심히 하더라. 병은 선배와 같이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현장에서 우리와, 감독님과 이야기하는 게 편할텐데 혼자 속으로 앓다가 밤늦게 나에게 전화하는 식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 모르겠다’길래 ‘나도 몰라. 내일 현장에 가봐야 알아’라고 했다. 회차가 늘어가니까 시완이도 ‘형 말대로 정말 그렇네요’ ‘괜히 어젯밤 혼자 고민한 것 같아요’라고 하더라.


Q. 진한 브로맨스 덕분에 ‘완구(임시완+진구)커플’로 불리고 있는데.

A. 브로맨스보다는 사제지간의 느낌이 강하다. 후반부에는 또 관계가 역으로 바뀌지 않나. 관계가 재밌었다. ‘타짜’의 평경장(백윤식)과 고니(조승우)같다는 반응을 보고 정말 기분 좋았다.


Q. 반응을 다 찾아서 보는 편인가.

A. 일부러 안 본다. 매니저나 감독님 그리고 홍보팀에서 좋은 것만 추려서 주더라. 그런데 내가 굳이 찾아보고 상처받을 필요는 없지 않나. 안 좋은 글을 보면 성질나니까 안 본다.


Q. ‘원라인’의 관전 포인트를 꼽아 달라.

A. ‘원라인’은 차원이 다른 범죄 오락 영화다. 흔하지 않다. 전반적으로 양질의 영화가 나온 것 같다.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묵직한 무언가를 드릴 자신이 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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