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크①] 유동근 “지금의 한류(韓流), 일부 스타들만의 공 아니다”

입력 2017-04-26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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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혹은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다음 세대에서 존경을 받을 수 없는 세상이다. 그 까닭은 반드시 예의범절이 땅에 떨어졌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자신이 쥔 기득권을 지키기에만 급급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아무 준비도 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이런 면에서 40년 동안 연기를 해 온 배우 유동근은 다음 세대의 배우, 희극인, 성우 등 방송 예술인들을 위한 기반을 닦고 있다. 그는 “지금의 한류를 만든 건 일부 스타들만의 공이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 그는 방송예술인단체연합회 초대 이사장을 맡아 다음 세대의 후배들이 활약할 무대를 마련하고 있다.

“제가 1년 동안 방송 연기자 협회를 맡아 살림살이를 해보면서 한류(韓流)라는 것은 국가적 정책에 의해 생긴 것이 아니라 어느 날 자연히 만들어 졌다는 걸 알았어요. 연기를 하다 보니 드라마가 해외로 퍼져 나갔고 노래를 부르다 보니 한류가 됐죠. 하지만 그런 한류의 혜택이 대중 예술 쪽으로는 내려오지 않았다는 걸 발견했어요. 분명히 부와 명예를 쥔 극소수가 생겨났지만 나머지에게는 혜택에 없었다는 걸 본 거죠.”

유동근이 초대 이사장을 맡은 방송예술인단체연합회는 방송 연기자 협회, 성우 협회, 희극인 협회, 실연자 협회 등 4개 단체가 뭉쳐 만든 것이다. 각자도생하던 이 4개의 단체가 한데 뭉친 이유도 바로 한류의 혜택을 골고루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대중 문화 예술인들이 모여 만든 작은 단체들은 많은데 그 조직에 재정도 없고 힘도 미약했어요. 그러다 보니 뭔가 의미 있는 결실을 만들어 낼 수가 없었죠. 그 때 ‘그냥 이렇게 세월아 네월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뭔가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1년 정도의 시간을 들여 다른 단체장들과 대화를 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가면서 지금의 단체를 출범시켰죠.”


서로의 이해관계도, 문화도 다른 4개의 단체를 하나의 깃발 아래 모이게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가 지난 1년 동안 묵묵히 이 일을 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유동근이라는 사람이 배우이기 때문이었다.

“대사도 없고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보여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 자리를 제게 맡겨진 하나의 배역이라고 생각했어요. 힘없는 단체들을 하나로 모아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저의 역할이었던 거죠.”

그토록 외롭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방송예술인단체연합회다. 유동근은 몰라보게 커진 대형 기획사와 약해진 지상파 방송사의 틈바구니에서 방송 예술인들의 권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계획을 준비 중이다..

“제일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일자리 창출이죠. 이 일을 하면서 놀랐던 것은 소속사가 있는 연기자가 2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그러면 나머지 소속사가 없는 80%의 연기자는 기회 자체가 오질 않게 돼요. 지금은 소속사가 자신이 보유한 연기자들을 현장으로 연결시켜 주는 시스템이니까요. 제가 봤을 때 ‘아 저 친구는 연기 하나는 타고 났구나’ 싶은데도 기회를 못 얻고, ‘저 선배는 지금도 현장에서 충분히 뛸 수 있구나’ 싶은데도 연기를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요. 그래서 지금 매니지먼트사나 캐스팅 디렉터들과 만나면서 소속사는 없지만 실력 있는 연기자들을 현장으로 연결시켜 주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어요.”


이제 막 시작한 만큼 아직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려면 한참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방송예술인단체연합회의 숙원 사업인 ‘방송 예술인 회관’도 언제쯤 현실화 될 지 기약도 없는 상황, 그럼에도 유동근에게 조급함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묵묵하게 준비할 뿐.

“우리 직업은 목적을 받는 사람이지 만드는 사람이 아니에요. 예를 들어 제가 어떤 배역을 맡았다고 해요. 그러면 그때부터 대본과 씨름을 하고 캐릭터를 고민하죠. 그러면 의상과 분장, 내 주위의 환경들이 하나씩 저에게 입혀져요. 그리고 나서 내 것으로 만들려는 훈련을 하죠. 이 연합회 일도 그래요. 지금은 후배들이나 대중에게 ‘우리가 이런 일을 한다’고 알릴 필요도 없어요. 차곡차곡 준비를 하고 훈련을 하면 돼요. 그러다 보면 그 사업들이 이 연합회의 이력서가 되는 거죠.”

그가 그리는 연합회의 이력서 속에는 교육 사업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방송사, 언론계, 작가 등이 한데 모인 정기 공청회를 통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장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워져 있다.

“지금의 한류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 수 있는 건 역시 교육이라고 봐요. 지금 연합회에서 이 쪽 일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강의를 할 수 있는 자원은 차고 넘쳐요. 대사의 액팅을 가르칠 수 있는 성우도 많고요. 이런 자원을 썩혀서야 되나요. 지금 중국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학생들만 7만 명 정도 돼요. 이들 중에 단 10명이라도 우리 배우의 제자가 되어 그 나라의 스타가 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국내에서도 실력 있는 신인 배우, 작가 등을 발굴하면 다 그런 분들이 한류의 자산이 되는 것 아닐까요?”

→②편에서 계속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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