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이은미가 부르는 대한민국 희망가 ‘알바트로스’

입력 2017-04-26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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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작사가 최은하·가수 이은미·작곡가 윤일상,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애인 있어요’, ‘결혼 안 하길 잘했지’ 등을 탄생시킨 이은미와 윤일상, 최은하가 이번에는 희망을 노래하는 ‘알바트로스’가 되어 돌아왔다.

25일 발매된 ‘알바트로스’는 누구나 품고 있는 커다란 날개를 언젠가는 펼쳐 멋지게 날아오르기를 모습을 노래한 곡으로, 분노와 좌절로 응어리진 대한민국을 위로하는 ‘희망가’이다.

26일 서울 중구의 모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은미는 “어떤 작품이 세상에 나오면 작품자의 손을 떠난 거다. 직접 들어보고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면서도 “일단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인만의 날개, 그런 힘을 느끼게 해주는 곡이다. 스스로의 자긍심을 꺼내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최은하 씨가 멋진 가사를 얹어줘 더욱 가슴이 끓어오르는 곡이다. 우리 셋이 만든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알바트로스’를 소개했다.

작곡가 윤일상은 “그간에 이은미와는 연가를 많이 작업 했는데, 요즘 살기가 힘들어 연가를 주제로 하기 감정이입이 안 되더라. 희망을 노래하고 노래로라도 위안을 주기위해 어느 작업보다 더 열심히 했다. 우리 곡은 보통 몇 년 뒤에 히트를 하더라. 하하. 이곡이 언제 날갯짓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들어주고 희망이 되는 노래였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작사가 최은하는 “‘알바트로스’는 보들레르의 ‘악의 꽃’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다. 언젠가는 이 소재를 가지고 가사를 쓰고 싶었다. 드디어 이곡을 만나게 됐다. 또 마침 내가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 앞에서 곡을 받았다. 그런데 이은미도 여행 중에 바다위에서 받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더 놀랐다.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살고 있지만 뭔가 연결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알바트로스’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덧붙였다.

이들이 ‘알바트로스’에 더욱 애정을 보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의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노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은미는 “대한민국에 이 순간, 이런 노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모두 눌려있는 상황이다. 큰 고비는 지났지만 여전히 고비가 남아있다. 대하민국 국민으로 가지고 있는 울분이 이노래로 인해 수그러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지금 노래를 내면 대선 때문에 정신없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필요했다고 생각했다. 이 곡으로 응어리가 조금이라도 풀어질 수 있다면 그것밖에 바라는 게 없었다. 디지털 음원은 28년간 처음이다. 빨리 내기 위해서 그런 거다”라고 조금이라도 빨리 ‘알바트로스’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직접 ‘이은미와 윤일상, 최은하가 만든 최고의 노래’라고 말할 정도로 애정과 자신감, 희망으로 가득 찬 ‘알바트로스’지만 이 곡이 탄생하기까지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이은미는 “나도 지치고 고갈됐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우리가 버틴다는 게 너무 어려운 일이더라. 나도 보컬로 데뷔 30년 앞두고 있는데, 목소리가 악기인 사람이 가지는 나이에 관한 성찰도 힘들었고, 황폐한 심리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었다. 30년 가까이 노래를 하다보니까 보컬리스트로서 나이가 드는 게 가끔은 비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몸이 악기니까. 신체의 노화는 자연스러운 건데 그로인한 변화가 확연하게 느껴지면, 나도 사람이다 보니 혼란스럽다. 또 음악 시장이 너무 스타일리시한 것에 집중돼 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그런 게 아니어서, 나에게 잘 어울리고 잘할 수 있는 걸 찾는데 시간이 걸렸다”라고 그동안 가수로서 많은 고민이 있었음을 털어놓았다.

이은미,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하지만 ‘알바트로스’는 이런 마음속의 고갈을 단숨에 채워줄 만큼 이은미에게 벅차오름을 선사한 곡이다.

‘어떤 부분이 그렇게 벅차오르게 만들었나’라는 질문에 이은미는 일단 직접 ‘알바트로스’의 한 구절을 불러서 들려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파도 몰아치는 바다로 그저 내 날개를 펼치고 있다. 바람아 더 불어라 더 거칠수록 나는 더 뜨겁게’의 구절을 들려준 이은미는 “이번 음악은 멜로디의 흐름이 분명히 가슴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라인으로 돼 있다. 그게 은하 씨의 노랫말과 맞아떨어지니까 더욱 그렇다. '뜨겁게' 하는 부분에서 용솟음치게 한다. 폭발시키는 게 아니라 서서히 끓어오르게 해서 내안을 성찰하게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알바트로스’는 부르기 어려운 노래다. 윤일상이 레코딩할 때 그런 말을 잘 안하는데, ‘우리나라 보컬계에 한 획을 그을 노래’라고 하더라. 나에게는 숙제 같은 노래였고, 그 숙제를 잘 풀어내고 싶었다. 이 노랫말을 충분하게 전달할 수 있는 그런 류의 표현력이 필요했다. 이 노래의 끓어오름을 내 테크닉으로 포장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근본적인 소리의 힘을 사용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어떤 곡보다 이 곡이 두렵고 또 소중했고, 무척 수줍게 다가갔는데 표현하긴 어려웠다”라고 ‘알바트로스’가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처럼 지치고 힘든 현 시기의 대한민국에 희망과 위로, 벅차오르는 감정을 전하기 위해 만든 ‘알바트로스’지만, 알려졌다시피 대표적인 폴리테이너인 이은미이기에 누군가는 이를 두고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눈을 치켜뜰 수도 있다. 하지만 ‘알바트로스’는 정치적인 성향과는 무관하게 순수함을 가지고 만든 곡이다.

일단 이은미는 “나는 개인적으로 정치적인 얘기를 하는 게 큰 부담은 없다. 다만, 주변에서 만류한다. 실제로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게 드러나지 않았나.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람이 그런 말을 할 때 더 큰 책임을 지어야한다는 건 맞다. 그런데 나 같은 사람 한 명정도 있는 건 괜찮은 거 같다. 내 말과 행동은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범주에서 그런 거다. 오히려 더 많은 부분을 같이 하지 못해서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대중음악 가수로 30년간 노래하며 받은 사랑을 내 나름대로 대한민국을 위해 잘 살아가고 싶은 곳에 쓰고 싶은 생각이다. 그것이 (정치적인 성향을 밝히는)내 이유이다”라고 자신이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은미는 “(‘알바트로스’는)정치적인 것과 상관없다. 지금의 대선은 사실 누구도 원하던 게 아니다. 작년의 마음 졸임의 일종의 해소라고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답답함을 이 노래로 해소했으면 좋겠다. 누구나 자신의 못난 부분, 못생긴 부분을 잘 극복해 나가면 본인의 날개를 잘 펴나갈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여 ‘알바트로스’만큼은 순수하게 각자의 이상과 꿈을 응원하는 ‘간절함’이 담긴 노래임을 강조했다.

더불어 최은하와 윤일상은 “이은미가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노래를 하고 싶어 했다”라며 “사실 동시대에 살아가지 않나. 문화예술인은 시대를 반영해야한다. 그런 공감을 얘기하고 싶었고, 그 공감은 지속적으로 얘기를 나눠왔다. 이심전심이라고 하는데 어떤 메시지가 필요한가를 본능적으로 공감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간 거다”라고 거들었다.

또 “은미 누나는 한 번도 전략적으로 노래를 낸 적이 없다. 그래서 히트가 늦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웃은 윤일상은, “이번 노래도 자연스럽게 시기가 돼 나온 거다. 시기를 따지고 그런 게 아니다. 그런 걸 못하는 분이다. 그냥 공감이 많이 되면 많이 들어주고, 조금되면 조금 들어주고 그랬으면 한다. 어떻게 히트시킬까 고민한 적이 없다. 얼마나 오래가는 음악을 만들까 고민을 했다. 우리도 궁금하다 이곡이 언제 뜰지”라고 덧붙이며 ‘알바트로스’가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노래가 되기를 기원했다.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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