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조여정 “외면 받았던 20대, 이제 숨을 곳이 없다”

입력 2017-05-06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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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조여정 “외면 받았던 20대, 이제 숨을 곳이 없다”

배우 조여정은 데뷔 20년 만에 “노력하는 배우”라는 극찬을 받았다. 정작 본인은 발성, 호흡 등 세세한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실눈으로 모니터링을 했지만, 시청자들은 조여정의 미친(?) 연기를 보기 위해 KBS2 드라마 ‘완벽한 아내’를 본방 사수했다.

“국민사이코패스라는 별명? 오~ 안 돼요! (웃음) 사실은 단아한 사이코패스이고 싶었어요. 같이 출연한 성준이가 잡채 먹는 장면을 보고는 ‘누나, 캄(calm, 차분한)해서 좋았어’라고 해줬죠. 이은희의 그런 분위기, 느낌이 바로 제가 원하던 그림이었어요.”

그는 “댓글을 보고 처음에는 조작된 것인 줄 알았다”며 시청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저는 제 댓글을 못 봐요. 무섭잖아요. (하하) 다른 연예인들 댓글을 보면 안 좋은 이야기들이 많고... 그래서 댓글은 나쁜 이야기만 쓰는 곳인 줄 알고 아예 처음부터 안 보죠. 이번에는 지인들이 제가 댓글 안 보는 거 아니까 댓글을 캡처해서 보내줬어요. 믿을 수 없었죠. 칭찬이 너무 많아서요. 누가 합성해서 보내준 줄 알았다니까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특히 “노력하는 것 같다”는 댓글을 꼬집어 언급했다. 그는 “시청자들이 느끼는 저의 이미지가 다 다르잖아요. 그럼에도 ‘노력하는 사람이구나’라는 댓글을 보니까 찡하더라고요. 진심은 통하게 돼 있구나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노력하지 않는 배우는 없어요. 그런데 그 노력을 많은 사람들이 못 알아봐주고 그냥 지나칠 때가 많죠. ‘완벽한 아내’를 하면서 저의 진심, 잘하고 싶은 진심이 전달된 거 같아서 저는 행복해요. 정말 감동이었어요.”


‘외면 받는 노력’ 그의 말을 빌리자면 20대의 조여정은 노력을 외면 받는 수많은 배우 중 하나였다.

“1999년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어요. 저는 잡지 모델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자가 된 경우죠. 20대 때 저는 또박또박 변수 없이 정직한 연기를 했어요. 혹평을 듣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매력적이라는 호평을 받지도 못했죠. 할 도리만 하는 그런 배우였어요. 당시에는 ‘어떻게 해야 연기를 잘하게 되지?’라는 게 저의 고민이었죠. 20대 중반에 한동안 소속사 문제로 제 의지와 상관없이 연기할 기회가 없었어요. 기회가 와야 성장을 하죠. 그때만큼 힘들었던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그때 연기가 많이 늘었어요. 힘들었었잖아요! (웃음)”

이후 그의 연기 인생 터닝 포인트였던 영화 ‘방자전’을 만났고, 조여정은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본격적으로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터닝 포인트는 보시는 분들이 판단하시는 거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방자전’을 꼽고 싶어요. 영화를 하고 싶었고 ‘방자전’을 하면서 내가 버티길 참 잘했구나 싶었죠. 힘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어요. 작품이 없는 상태에서 막연하게 기다리는 입장에선 하루하루가 막막하거든요. 조금씩 ‘나에게도 기회가 오려나’ 했죠. 차근차근 잘 해야겠다 다짐했어요.”

‘방자전’이라는 기회가 없었다면 지금쯤 조여정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는 “당시에는 서른 살까지 버텨보려고 했다. 그 나이가 되도록 직업을 못 가지면 나도 대안이 필요하지 않나”라며 “나는 이제 시작이다. 필모그래피를 만든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신인 배우 못지않은 각오를 나타냈다.

“제가 처음부터 쭉쭉 올라간 게 아니잖아요. 저 6~7년밖에 안 된 기분이란 말이에요~ (웃음) 돌아보면 20대 때 억울한 일을 당하면서 ‘내 탓이다’라는 마인드를 갖게 됐어요. 일이 잘 안 풀리는 건 내 탓이에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제 선택에 후회하지 않으려고 하죠. 제가 한 선택이니까요. 나 스스로를 믿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조여정은 “나는 스스로에게 박하다. 덕분에 이제야 이 정도를 보여드릴 수 있는 것 같다”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미지 변신은 타이밍인 거 같아요. 대중들마다 저를 보는 이미지가 다 다를 거예요. 노출 배우 이미지일수도 있고 귀여운 이미지일 수도 있죠. 저는 전혀 다른 모습을 꺼내고 싶어요. 솔직히 저는 잘하는 게 없어서 연기를 잘해야 하는 사람이거든요. 나이를 먹으니까 이제는 숨을 곳이 없어요. ‘아직 어리니까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을 시기는 이미 지났잖아요.”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DB,크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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