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석조저택’ 고수 “‘잘생김’ 말고 배우 고수로 칭찬받고파”

입력 2017-05-10 14: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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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수는 과묵하다. 누가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침묵을 고수할 것 같다. 말투도 빠른 편이 아니다. 하나의 질의응답이 오갈 때도 한 마디 한 마디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지루한 스타일은 또 아니다. 특유의 코드를 파악하기 어려울 뿐, 알고 보면 고수는 의외로 유쾌하고 솔직하다.

데뷔 20년을 향해 달리고 있지만 고수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오로지 작품과 연기에만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몇 년에 한 번, 아주 가끔 예능에 얼굴을 비추는 고수는 그 흔한 SNS도 하지 않는다. 신비주의 이미지에는 ‘고비드(고수+다비드)’라고 불릴 만큼 잘생긴 외모도 한몫 했다. 우리가 몰랐던 작품 밖 고수는 어떤 사람일까. 주연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 인터뷰를 통해 배우 고수와 사람 고수를 함께 만났다.


Q. ‘석조저택 살인사건’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A. 서스펜스 장르는 처음에 정보를 인지하고, 취합하고,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추리하는 재미가 있잖아요. 저도 처음에 ‘석조저택 살인사건’의 시나리오를 읽고 그런 재미를 느꼈어요.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어떻게 볼지 궁금해요.


Q. 빌 밸린저의 원작 소설 ‘이와 손톱’을 읽은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까요.

A. 저도 원작 소설은 안 읽어봤는데 설정 등 여러 가지가 많이 각색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포인트 되는 부분들만 차용해왔고요. 텍스트로 읽는 것과 영화적인 언어로 보는 건 분명히 다를 거예요. 영화로 나왔으니까 우리 작품을 영화로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Q. 상대 역할인 김주혁 배우와는 현장에서 어땠나요.

A. 편했어요. 하지만 극 중 대립하는 관계기 때문에 카메라 밖에서도 긴장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형은 진지해지는 것을 안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농담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고요.


Q. 고수 씨는 진지한 스타일이잖아요. 두 분 성격이 되게 다르죠.

A. 저는 진지하다기보다 비어있는 상태예요. 기본적으로 제가 속도가 느려요. 예전에는 ‘빨리 빨리’ 였지만 살다 보니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제가 입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바뀌었어요. 좀 더 신중해지고 배려하게 됐죠. 일하거나 연기할 때는 집중하는 편이고요.


Q. 연기할 때 고수 씨는 어떤가요. 현장은 치열하잖아요.

A. 현장에서는 이야기할 시간이 많지 않고요. 그 전에 감독님과 수시로 문자를 주고받죠. 이야기할 부분은 꼭 이야기해요. 그렇지만 일방적인 의사 표현이나 주장은 하지 않으려고 해요. 문제를 제기한다든지 불평이나 불만을 하기보다는 대화를 나누죠. 그렇게 했음에도 안 되는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제가 받아들여야죠.



Q. ‘석조저택 살인사건’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A. 기존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구조와 완성도를 본 것 같아요. 플롯이 1차원 적이지 않잖아요. 퍼즐을 맞추는 재미가 있죠. 처음 받은 정보를 흘리지 않고 머릿속에 잘 가지고 있어야 해요. 마지막이 되면 모든 게 짜맞춰지는 구조죠. 요즘 관객들의 눈이 굉장히 높아졌는데 그런 관객들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저도 배우로서 도전하는 마음으로 결정했는데 막상 그 과정은 어려웠어요.


Q. 어떤 점이 특히 어려웠나요.

A. 영화가 함축하는 이야기가 많아요. 어디서부터 정리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모호한 장면도 많고 제가 연기한 최승만에 대한 표현도 모호했죠. 많이 고민했어요.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 동시에 긴장감을 끌고 나가는 캐릭터니까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주안점을 뒀어요.

그리고 최승만은 변화가 있는 인물이잖아요. 최승만 본인이 왜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지 궁금증을 가지고 그의 심정을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많은 것들이 조심스러웠어요.


Q. 최승만의 변화에 따라 외적인 변화도 많았어요. 눈썹과 치아 같은 것들요. 목소리도 바꾼 것 같고요.

A. 목소리의 변화도 제가 직접 만든 거예요. 최승만을 준비하면서 소리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어요. 입천장 속에서 도는 소리라든가. 소리 또한 배우가 공부해야 하는 것들이니까요. 그 외에도 제 아이디어가 많이 들어갔어요. 분장과 눈썹은 분장팀과 이야기를 나눴고요. 개인적으로 극 안에서 변화하는 인물에 더 관심을 가지고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Q. ‘망가짐을 불사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어요.

A. 저는 ‘망가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캐릭터가 겪는 과정이고 일이죠. 어떻게 하면 인물에 다가가서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을 지만 생각해요. 그래서 부담 없었어요. 관객들이 제 모습을 어떻게 볼지 궁금하네요. 설레고요.



Q. 유독 외모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것 같아요.

A. 부끄러워서 그래요. 저는 외모에 대해 별 생각하지 않고 살아요. 사람들이 저를 좋게 봐주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고 고맙죠. 그런데 저는 저를 볼 수 없잖아요. 제 눈에 보이는 얼굴은 코 끝 정도?(웃음) 보이지 않으니까 별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Q. ‘외모 때문에 오히려 뛰어난 실력이 빛을 보지 못 한다’는 시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A. 다 제가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것 밖에 없겠죠.


Q. 외모 칭찬 말고 듣고 싶은 칭찬이 있다면요.

A. 저는 배우니까, ‘연기 잘한다’는 칭찬을 받고 싶죠. 가깝게는 작품에 대해 좋은 평가를 듣기 바라고요. 멀리는 배우 고수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가져주셨으면 해요. 열심히 해야죠.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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