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랄라스윗 “린킨파크같은 밴드가 되고 싶었어요”

입력 2017-05-11 14:0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랄라스윗 김현아(왼쪽)·박별, 사진=해피로봇레코드

‘여성듀오’라고 하면, 흔히 어쿠스틱팝이나 신스팝과 같은 말랑말랑한 음악을 떠올리곤 한다.

일종의 선입견이긴 하지만, 실제로도 이런 팝 종류의 음악을 하는 여성듀오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랄라스윗(김현아-보컬, 박별-건반)은 이런 ‘여성듀오는 팝’이라는 선입견을 ‘어느 정도’ 깨부순 그룹이다.

‘어느 정도’라고 표현한 건, 실제로 랄라스윗이 들려주는 음악은 전부 말랑말랑하지도, 또 전부 묵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2011년 11월 발매한 1집 ‘bittersweet’(비터스위트)에서 랄라스윗이 락킹한 사운드의 곡을 다수 수록하며 여성듀오가 꼭 말랑말랑한 건 아니라는 걸 알려주었다면, 지난달 발매한 ‘오늘의 날씨’는 부드럽고 듣기 편한 사운드를 통해 이런 스타일의 음악도 곧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랄라스윗이 이렇게 여러 스타일의 음악을 들려주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결코 짧지 않은 그 이유를 랄라스윗에게 들어보았다.

일단 랄라스윗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결성 과정을 알 필요가 있다. 랄라스윗이라는 이름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건 2008년 대학가요제이지만, 이들이 처음 만나 팀을 결성한건 이보다 한참 전의 일이다.

박별은 “현아가 16살, 내가 17살에 처음 만났다. 둘이 음악 학원에서 만났다. 난 부천 살고 현아는 인천에 살았는데, 학원은 영등포였다. 그 학원이 (수업료가) 싸기로 유명했었다”라며 첫 만남을 떠올렸다.

이어 그녀는 “또래 중에서 기타와 베이스를 연주하고 밴드음악을 좋아하는 애들이 많이 없어서 친해진 거 같다. 그래서 둘이 고등학교 때 락밴드를 했다. 그때 4인조였는데 다른 멤버 둘은 진학을 하면서 둘만 남았고, 나는 음악을 하고 싶어서 피아노를 배웠다. 기타는 현아가 치기로 하고 2인조를 결성했다. 그런 계기가 없으면 대학가서 음악을 안 할 거 같아서 그랬다. 대학도 따로 가고 동네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데, 음악을 좋아하고 계속 하고 싶은 게 매개체가 됐다”라고 랄라스윗이 결성된 계기를 밝혔다.

이어 김현아는 “뭐라도 만들어 놓자고 대학가요제와 유재하가요제를 준비했다가 나간 게 대학가요제였다”라고 말했고, 박별은 “우리가 운이 좋지 않나 싶다. 시작부터 2만 5천명 앞에서 공연을 했다. 대학가요제가 랄라스윗의 첫 공연이었다”라며 웃었다.

그렇게 시작된 랄라스윗은 처음에는 밴드음악을 추구했다. 그럼에도 계속 2인조로 활동한 것에 대해서 이들은 “우리 마음대로 하고 싶어서”라는 답을 내놓았다.

김현아는 “대학교 때 밴드를 고민하긴 했는데, 우리가 소심하기도 하고 사람구하기를 꺼려했다”고 말했고 박별은 “우리 마음대로 하고 싶은데 모르는 사람하고 하면 그렇게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박별과 김현아가 마음대로 하고 싶었던 음악은 하드한 락음악이었다.

박별은 “음악을 시작하면서 처음은 (당시 유행하던)락 밴드가 계기였다. 린킨파크, 림프비즈킷처럼 되고 싶었다. 그때는”라고 털어놓았다.

물론 그렇다고 랄라스윗의 음악이 저들처럼 그로울링과 샤우팅 창법이 쏟아지고 헤비한 기타리프가 부각되거나 디제잉이 들어가는 건 아니다. 그래도 랄라스윗의 많은 곡은 감정의 고조와 폭발이 뚜렷한 구성으로 ‘록 감성’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초기 작품들은 이런 경향이 더욱 짙다. 김현아는 “그때 주위에 그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가끔 1집 타이틀곡 들으면 우리도 깜짝 놀란다”며 웃었다.

랄라스윗의 이런 록 감성은 특유의 음악색으로 자리 잡았지만, 지난달 발표한 ‘오늘의 날씨’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누가 들어도 ‘록 감성’보다는 ‘팝 감성’이 뚜렷한 곡이기 때문이다.

랄라스윗 박별(왼쪽)·김현아, 사진=해피로봇레코드


갑작스러운 스타일의 변화에 대해 박별은 “뒤늦게 잔잔한 음악의 아름다움을 알았다”라며 웃었다.

이어 박별은 “그런 음악은 10년 이상 좋아했고, 이제 내가 잘하지 못해도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김현아도 “우리가 더 오래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를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인지도를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1집과 2집은 기분이 다운될 때 들으면 더 다운되는 노래가 많았다. 올해는 언제 누가 들어도 기분 좋은 노래를 많이 만들고 싶다”라고 스타일의 변화 이유를 밝혔다.

물론 이런 변화의 시도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랄라스윗은 “‘오늘의 날씨’를 준비하면서 걱정이 많았다”라고 털어놓았다.

박별은 “이번 노래는 되게 걱정했다. 변절했다고 할까봐 걱정했다. 그런데 까놓고 보니까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 내더라. 우리가 갑자기 EDM을 하고 그런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현아는 “그래도 우리에게는 엄청 큰 변화였다. 큰 변화지만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랄라스윗의 이런 변화는 효과가 있었다.

김현아는 “‘오늘의 날씨’가 나왔을 때 날씨가 좋았다. 그런데 ‘미세먼지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는데 날씨 같은 노래를 들어서 좋다’라는 글을 봤다. 이전에는 ‘팀명은 이런데 노래는 왜이래?’라는 말이 많았다”라고 달라진 반응을 증언했다.

또 박별도 “인터넷 검색하다가 우리 곡 플레이 인증샷을 올리고 ‘그냥 좋아서 들었다’고 쓴 걸 봤다. 또 처음으로 엄마가 ‘노래 좋다’고 하더라. (음악하면서) 처음으로 엄마에게 인정받았다. 그때 깨달았다. 세대를 막론하고 듣기 좋은 노래가 좋은 거 같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상큼하니까 그런 거 같다”라고 변화의 결과에 만족하고 있음을 밝혔다.

랄라스윗의 이런 변화는 다음 싱글에서도 이어진다. ‘오늘의 날씨’는 애초에 연작으로 기획된 프로젝트의 첫 번째 싱글로, 박별이 작사·작곡, 앨범 재킷의 주인공을 맡은 곡이다. 다음 싱글은 반대로 김현아가 작사·작곡, 앨범 재킷 주인공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랄라스윗 콘서트 포스터, 사진=해피로봇레코드


흥미로운 점은 각 멤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4월과 5월 연작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구상하던 그림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별은 “‘오늘의 날씨’는 재킷도 나 혼자 나왔다. 5월에 나온 건 현아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사진작가님이 즉석에서 ‘4월, 5월’이라고 해서 그렇게 됐다. 또 재킷을 찍을 때 고민을 많이 했다. 두 명이 한꺼번에 예쁘게 나온 사진이 없더라. 그래서 그냥 ‘따로따로 합시다’라고 해서 그렇게 됐다. 어쩌다보니까 따로따로 됐는데, 처음부터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니다”라고 즉흥적으로 이뤄진 프로젝트임을 밝혔다.

예상치 못하게 시작된 연작 프로젝트이지만, 결과적으로 팬들은 박별과 김현아 각각의 곡을 보다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이에 김현아의 곡을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김현아는 “5월에 나올 노래는 비와 관련됐다. 제목은 아직 미정이다. 비가 와야 하는데 안 오는 그런 내용이다”라고 예고를 남기기도 했다.

이번 연작 프로젝트는 랄라스윗의 팬은 물론 이들을 몰랐던 사람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되는 싱글이지만, 그래도 싱글보다는 정규앨범을 듣고 싶다는 바람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김현아는 “정규앨범이 나올 시점이라고 하는데, 요즘엔 정규를 잘 안내지 않나. 노래 중에 10곡을 내면 한 곡만 듣고 이슈가 사라지고 그러는데 차라리 정규 말고 이런 식으로 싱글로 푸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아서 그렇다. 요즘 정규 내는 분들 정말 존경스럽다”라고 정규앨범 발매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김현아는 “또 우리가 원래 빠르게 곡을 만들어내는 팀도 아니고 하나 가지고 끙끙 앓고 그런다. 그게 습관이 됐다. 그래서 이번엔 막 써서 쟁여놓은 곡이 좀 있다. 올해는 계속 하나씩 풀어서 프로모션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라고 정규앨범보다 싱글을 자주 내는 쪽으로 활동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아닌 게 아니라 랄라스윗은 다작을 하는 그룹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규앨범을 완성시키기 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록곡 모두에 더욱 애정을 쏟을 수밖에 없다.

랄라스윗이 이처럼 곡을 쓰는데 오래 걸리는 이유는 ‘가사에 대한 신중함’ 때문이다. 랄라스윗 스스로도 “지나칠 정도”라고 말할 정도로 가사를 쓰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고 또 그만큼 가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박별은 “가사 쓰는데 오래 걸리는 게 문제인 거 같다. 가사가 시 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가사만 읽어도 느낌 있게 쓰려고 했고 실제로 그렇다고 들었다. 그래서 지나칠 정도로 고심하긴 한다”라며 “반대로 바로 와 닿지 않다는 이미지가 있는 거 같다. 이번에는 이런저런 시도도 하면서 스펙트럼을 넓히려한다”라고 가사에 대한 자부심과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에 혹시 자신들이 쓴 가사 중에서도 최고라고 생각하는 구절이 있는지 묻자 박별은 “‘언젠가 우주가 다시 태어나도 쏟아지는 별들 속에서도 다시 또 너를 찾아내 완벽한 그 순간에 네게 인사 할게’라는 가사를 썼다. 이를 보고 한 파워트위터리안이 ‘한글로 쓴 가사 중에 최고’라고 평했다”라고 ‘완벽한 순간’의 가사를 꼽았다.

반면 김현아는 “가사 그 자체보다 그런 구상을 할 때 그런 적이 있다. 헤어질 때도 똑같이 헤어진 게 아니라 다른 상황을 만들려고 한다. 예를 들어 ‘불꽃놀이’는 쓸 때 ‘예전에 사랑이 저렇게 반짝였는데’라는 생각을 해서 썼다. 그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다’고 감탄한 적이 있다”라며 웃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세 번째 정규앨범의 계획은 잠시 미뤄둔 대신 랄라스윗은 올 한해 다양한 활동으로 사람들을 직접 만날 계획을 준비 중이다.

박별은 “6월 11일에 단독 공연을 한다. 여태까지 우리 공연이 진중하고 비터스위트한 분위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페스티벌 느낌으로 하고 싶다. 기분 좋은 공연을 볼 수 있을 거다. 콘셉트가 ‘판타지 원더랜드’다. 화사하고 샤방샤방하게 하려고 한다”라며 “또 가을에 미니앨범을 내려고 한다. 작년에 한곡밖에 안내서 올해 연말에는 정기공연도 하고 그런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라고 활발하고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별은 “우리가 늘 계획은 알차다”라고 일말의 불안감을 남기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에 김현아는 “계획을 많이 하고, 반만 해도 훌륭하다는 얘기를 들을 만큼 준비하고 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가고 있다. 올해는 더 자주 찾아뵙는 랄라스윗이 되겠다.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라고 아름답게 수습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마치 자신들의 가사처럼.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