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①] 한선화 “공백기=슬럼프, 쓸모 있는 사람 되고 싶었다”

입력 2017-05-1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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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①] 한선화 “공백기=슬럼프, 쓸모 있는 사람 되고 싶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성장통을 겪는다. 어떤 이들은 그런 아픔이 있는지도 모르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한편 또 다른 이들은 걱정이 될 정도로 성장통을 호되게 겪기도 한다. MBC 수목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하지나 역을 연기한 배우 한선화는 호된 성장통을 앓았던 것 같다.

“‘자체발광 오피스’를 하기 전에 단막극 하나를 촬영했어요. 정말 오랜만에 연기를 하는 거였는데 정말 감이 떨어져있다는 걸 느꼈죠. 그래도 이번 드라마에서는 현장 분위기는 물론 많은 선배들이 절 도와주셨어요. 덕분에 자유자재로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선화는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오랫동안 만나온 도기택(이동휘)과 헤어진 후 다시 직장에서 만나게 된 하지나 캐릭터를 연기했다. 자칫 잘못하면 그저 얄밉고 속물적인 캐릭터로 끝날 위험성이 있었지만 그는 끝내 시청자들에게 하지나의 진심을 전달했고 이는 곧 호평으로 이어졌다.

“제가 직장 생활을 해 본 것은 아니지만 그건 실제 사회에 나온 친구들을 통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연기하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어요. 다만 하지나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기택과 헤어지는 부분은 살짝 이해하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그런 고민을 안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도 많이 찾아보면서 조금씩 하지나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죠.”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한선화와 하지나는 별개의 개체가 아닌 하나에 가까워졌다. 한선화는 “나는 어떤 인물을 만나면 먼저 그 캐릭터를 이해부터 해야 한다. 하지나 역시 최대한 많이 이해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한선화가 만든 하지나는 도기택 역을 맡은 파트너 이동휘를 통해 그들만의 서사를 갖게 됐다. 고아성-하석진 커플만큼이나 많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했던 하지나-도기택의 러브라인이 극의 중요한 요소가 된 것.

“(이)동휘 오빠와의 호흡은 제 예상보다 훨씬 좋았어요. 이번 작품에서 오빠를 만나 정말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동휘 오빠가 굉장히 시크한 편이라서 실제로는 제가 오빠를 더 좋아 했었답니다?”

한선화는 이날 인터뷰 당시 굉장히 들떠 있었다. 그는 기쁘면 웃었고 슬프면 눈물을 보였다. 이전보다 훨씬 감정 표현에 솔직해 졌다. 과거 시크릿 시절에 한 번, MBC ‘장밋빛 연인들’ 인터뷰에서 또 한 번, 이렇게 총 세 번에 걸쳐 한선화를 만난 기억이 있다. 그 때의 한선화와 지금의 그는 분명히 달라졌다. 매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런 한선화의 변화는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어쩌면 약 2년 간의 공백기 때문은 아닐까.


“그 시기는 굉장히 힘든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그런 시간들을 겪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가수로 활동 했을 때는 정말 바빴어요. 그렇게 바쁜 게 좋았고 바빴어야 했죠. 그러다 보니 쉴 때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를 모르겠더라고요. 마치 멍청이가 된 것 같았어요.”

어떠면 바로 그 시기가 한선화가 성장통을 심하게 앓던 때였을 것이다. “그 2년 간의 공백기는 동시에 슬럼프가 온 시기”였다던 한선화는 “이겨내기보다 버텨온 시기”라고 답했다.

“한 번은 은행 직원 분들이 점심을 마치고 커피 한 잔씩을 들고 걸어 다니는 모습을 봤어요. 그게 너무 부러웠어요. 그 분들도 나름의 고민을 안고 커피를 마시는 걸 수도 있겠지만요. 그 때 ‘나도 어디에서 쓰임 받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그래도 아주 조금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뻐요.”

이런 시기를 거쳐 한선화를 자존감을 회복했고 앞으로 더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스스로 “아직 내가 배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도 말한다.

“그동안 ‘발연기 한다’는 말까지는 듣지 않았던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어떻게 하면 잘하는 건지는 저도 아직 모르겠어요. 다만 저에게 주어진 기회를 절대 소홀하게 대하지 않고 진심을 다하려고요. 얼마나 많은 신인 배우들이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 중인데요. 그래서 제게 주어진 기회가 더 감사하고 죄송해요. 그렇게 온 기회니까 절대 못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화이 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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