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역적’ 채수빈 “가령이로 받은 사랑에 마음 가득 차”

입력 2017-05-27 1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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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①] ‘역적’ 채수빈 “가령이로 받은 사랑에 마음 가득 차”

그동안 국내 사극은 다양한 방식으로 시청자들을 유혹해 왔다. 때로는 정사(正史)와 고증에 충실하는 방법으로, 혹은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방식을 사용해 안방의 관심을 끌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사극은 여성 캐릭터의 비중과 성격에도 변화를 줬다. 한때 사극 속 여성 캐릭터들이 남자 캐릭터에 순종하거나 혹은 남자를 망치는 유혹의 주체로서 활용됐던 것과는 달리 자신의 의지로 행동하고 생각하는 여성 캐릭터를 탄생시킨 것이다.

MBC 월화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이하 ‘역적’)에서 채수빈이 연기한 가령도 당돌하고 주체적인 사극 속 여성 캐릭터였다. 자신의 속마음을 어떤 상황에서도 솔직하게 표현하는 가령의 성격은 채수빈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이질감 없이 다가갔다.

“가령이 덕분에 드라마 안에서도, 시청자들께도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뭔가 마음이 가득찬 것 같은 느낌이에요. 특히 제가 연기한 가령이를 보고 ‘같이 울고 웃었다’는 말을 들을 때 저도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앞서 채수빈은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을 통해 이미 사극을 경험한 바 있다. 그럼에도 그가 ‘구르미’에 이어 ‘역적’을 통해 연달아 사극에 도전한 데는 역시 가령이라는 캐릭터가 지닌 마력 때문이었다.

“저도 원래 연달아 사극을 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작품이 너무 좋았고 특히 가령이라는 역할에 끌렸어요. 시청자들께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했죠. 제게 ‘역적’은 절대 놓칠 수 없는 작품이었어요.”

실제로 채수빈은 가령을 통해 그동안 시청자들이 그에게서 발견할 수 없었던 면을 충분히 보여줬다. 애절한 감정신은 물론 남자 주인공에게 들이대는(?) 당돌한 사극 여주인공의 모습까지 소화했다. 그러나 이런 성과를 내기까지 채수빈이 가령을 알아가는 과정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마치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걸 알려주려는 것처럼.

“처음에는 가령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어요. 이 캐릭터가 이전에 어떤 삶을살았는지, 어떤 성향인지를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PD님께 도움을 구했는데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현장에서 뛰어 놀면 돼. 네가 곧 가령이야’라고 해주셨어요. 그 덕에 이번 작품에서는 순간적인 상황에 집중하는 법을 배웠어요. 후반부에 감정신들도 가령의 성격이 변한 것이 아니라 가령이 처한 상황이 바뀌었다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채수빈의 말대로 가령은 극이 진행될수록 성장하면서 안타까운 상황을 많이 맞았다. 남편인 길동(윤균상)이 만신창이가 된 모습을 보거나 장대에 매달려 연산(김지석)에게 이용당하는 상황도 있었다.

“가령이가 장대에 매달려 있는 장면은 정말 힘들게 찍었어요. 우리나라에 이렇게 추운 곳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얼어 죽으면 이런 고통이겠구나 싶기도 하고요. 그 주변이 갈대밭이었는데 사방에서 칼바람이 불더라고요. 입도 얼어서 대사도 안 나오던데요?”

가령의 장대신에 이어 가장 깊은 시청자들에게 인상을 남긴 장면은 역시 공포 정치를 정당화하는 연산의 귀를 물어뜯는 장면이었다. 채수빈은 이 장면에 대해 “김지석의 많은 배려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 장면은 제가 생각한 톤과 PD님이 바라는 톤이 달라서 꽤 어려웠어요. 대사를 입에 붙이기 위해 계속 연습을 했는데 그 때맏 지석 오빠가 리액션을 해줬어요. PD님도 많이 도와주셨고요. 그 덕에 좋은 장면이 나올 수 있었죠.”

어느 장면 하나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었지만 채수빈에게 ‘역적’은 특별하다. 고생한 만큼의 호평과 함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여배우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요즘은 저를 알아봐 주는 분도 많고 응원의 말도 많이 들어요. 그럴 때 조금 부담으로 다가오죠. 많은 분들이 저를 지켜봐 주시니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책임감도 생겼어요. 하지만 배우니까 그런 것보다는 작품을 만났을 때 그 캐릭터를 어떻게 잘 표현할지를 더 고민하려고요. 시청률이나 흥행에 대한 부담보다는 표현을 더 고민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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