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실제 모녀 같아” 강부자-전미선이 밝힌 ‘친정엄마’

입력 2017-05-27 12: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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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700회 이상 공연, 누적관객 62만 명. 2009년 1월 초연 이후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이 8년 동안 세워온 기록들이다.

‘친정엄마와 2박3일’은 깍쟁이 딸 미영(전미선)과 친정엄마(강부자)가 시한부 미영의 죽음을 앞두고 보내게 되는 가슴 뭉클한 2박3일을 그린 연극. 모녀의 이야기를 담은 공연은 많고 많지만 이 작품은 그 중에서도 원조 격이다. 3년 만에 서울 관객을 다시 찾은 ‘친정엄마와 2박3일’은 처음으로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 무대에 올랐다. 지난 19일부터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우리 공연은 가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어요. 우리의 것이고 핏줄의 이야기죠.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잖아요. 10년 가까이 했지만 이번에는 감회가 남달라요. 토월극장에서 공연해서 긴장감도 더 들고요. 배우도 제작진도 아픈 사람 없이, 사고 없이 무사히 똑같이 호흡을 해온 게 너무 감사하고 즐거운 일이죠(강부자).”

“저는 연극을 처음 하는 것과 다름없어서 초연 때는 정말 못했어요. 지금까지 쭉 배우면서 저도 작품과 같이 커온 것 같아요. 강부자 선생님을 만난 것도, 함께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영광이죠. 10년 뒤에는 제가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선생님 곁에 있어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지 걱정되네요. 물론 기대도 돼요(전미선).”


초연부터 변함없이 강부자와 전미선이 주인공이다. 8년째 한 작품이 꾸준히 사랑받는 것도 흔치 않지만 같은 배우들이 같은 역할과 관계로 꾸준히 호흡을 맞추는 것은 더 흔치 않다. 의리와 애정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 8년의 세월을 동고동락하면서 어느덧 강부자와 전미선은 서로가 실제 엄마와 딸처럼 느껴질 정도로 돈독해졌다. 강부자는 “미선이 아들이 남의 아들이 아니라 내 뿌리 같다”고 말했다. 전미선 또한 늦은 밤 강부자의 집에 찾아가 속 깊은 고민을 털어놓을 정도. 인터뷰 내내 묵묵히 강부자를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미선이랑 같은 구민이에요. 같은 동네에 (미국에 있는) 내 딸을 대신하는 딸이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후배들과는 다르죠. 미선이 아들을 보면 내 한 뿌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미선이가 무뚝뚝하지만 속이 깊어요(강부자).”

“다른 연기자들은 이 정도 오래 했으면 선생님께 연락도 많이 하고 그럴 텐데 제가 애교가 없어요. 표현도 잘 못해요. 항상 ‘모자란 딸’이죠. 그런데 선생님은 아무 말씀 없이 저를 다 받아주세요. ‘해를 품은 달’을 할 때도 대본 들고 선생님을 찾아갔어요. 든든한 지원군 같아요. 정말 감사하죠(전미선).”


엄마와 딸의 시간을 담은 작품인 만큼 이날 자연스레 ‘친정 엄마’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강부자와 전미선 모두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딸. 강부자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그리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엄격하고 무섭지만 너무나 다정하고 정이 많은 분이셨어요. 베푸는 것도 좋아하셨고 사랑이 많은 어머니셨어요. 바쁘게 생활하느라 어머니께 용돈 한 번을 넉넉하게 드린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남편은 ‘그래도 그만큼 했으면 됐지 뭐’라고 하는데 저는 아니에요. 은행에서 100만원을 한 다발 뽑아서 드린 적 없는 게 너무너무 후회 돼요(강부자).”

“어머니를 생각하면 항상 죄송해요. 제가 만삭일 때 어머니가 우리 집에 오셨는데 지금까지도 아이를 봐주고 계세요. 어머니 덕분에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죠. 잘해드려야 하는데 죄송하죠. 제가 엄마가 되어보니 어머니의 마음을 알게 되더라고요. 이 세상의 딸들은 모두 죄인이에요(전미선).”


전국의 1000석 규모 대극장을 모두 거쳐온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의 시작은 2009년 1월이다. 300석 규모의 작은 소극장(동국대 이해랑 극장, 2009)에서 시작했다. 강부자가 주연을 맡으면서 관객이 문전성시를 이뤘고 곧바로 전국투어에 돌입했다. ‘친정엄마와 2박3일’은 초연 첫 해에만 누적관객 13만명을 돌파했다. 강부자와 전미선에게 62만명 이상의 관객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관객을 물었다.

“공연장에 보통 꽃을 못 들고 오게 하거든요. 그런데 어떤 터번을 쓴 여성분이 커튼콜을 할 때 꽃을 들고 무대에 올라오시는 거예요. 너에게 꽃을 주고 가셨어요. 나중에 그 분이 쓴 편지를 받았는데 제주도에 살던 말기 암 환자셨어요. 제 연극을 너무 보고 싶어서 오셨다고 하더라고요. 서로 전화도 주고받곤 했는데 돌아가셨어요. 그 분이 기억나요. 제 가슴에 맺혔어요(강부자).”

“연극을 보면서 울음을 참고 참고 참다가 호흡이 가파져서 기절하신 분도 있었죠. 하루는 노부부께서 오셔서 저를 꼭 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딸이 세상을 떠난 지 2년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를 딸처럼 생각하고 ‘좋은 데 간 거 맞지?’라면서 우시는데….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고요. 공연 초반에는 엄마와 딸 관객이 많았는데 나중에는 아버지 사위 등 점점 층이 다양해졌어요(전미선).”

토월극장 공연은 28일까지다. 하지만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이 써가는 기록은 여기가 끝이 아닐 것이다. 강부자와 전미선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친정엄마와 2박3일’과의 마지막 안녕을 더 멀리 내다봤다. 10주년, 15주년, 20주년 공연까지 꿈꾸는 두 사람이다. 어머니 역할을 지켜온 강부자는 전미선에게 “열심히 해서 몇 년 후에는 네가 엄마 역할 해”라고 훈훈한 한 마디를 건네기도 했다.

“선생님의 건강이 허락되는 한 쭉 같이 갈 것 같아요. 저에게 너무 특별한 작품이고 애착도 커요. 다른 작품보다는 ‘친정엄마와 2박3일’과 함께하고 싶어요(전미선).”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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