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①] 이하늬 “연산과 이별 신, 실핏줄 터질 정도로 대성통곡”

입력 2017-05-29 11: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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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①] 이하늬 “연산과 이별 신, 실핏줄 터질 정도로 대성통곡”

역사 속 실존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은 베테랑 배우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행여 기록 속 비판 받는 인물의 삶을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고 존경 받는 분의 인생을 왜곡한다는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

그럼에도 배우들은 기록 속의 인물을 브라운관 혹은 스크린에 되살리는데 주저함이 없다. 한 인물의 삶을 자신만의 표현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이 앞서 언급한 위험 요소를 감수할 만한 과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하늬 역시 MBC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에서 희대의 악녀로 평가 받는 장녹수를 연기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그의 인생을 지배하는 또 하나의 요소인 국악을 녹여내 전에 없을 ‘역대급’ 장녹수를 만들어 냈다.

“국악계는 어릴 때부터 제가 몸을 담았던 곳이기도 하고 언젠가 한번은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악녀(惡女)가 아닌 예인(藝人) 장녹수의 모습도 잘 표현해 보고 싶었죠. 그러다가 저에게 기회가 왔어요. 정말 사력을 다했죠.”

이하늬는 이 작품에서 승무, 장구춤은 물론 최후의 순간까지 흥타령을 불러 비장함을 만들어 냈다. 연산군과 더불어 백성들을 괴롭혀 온 장녹수의 죽음이 안타까움을 자아낸 것은 온전히 이하늬의 공로다.


“역사 속에서도 장녹수가 돌에 맞아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장면에서 전 현대극에는 없는 깊고 진한 정서를 느꼈어요. 사전에 ‘녹수가 죽으면서 이 노래를 부르면서 죽을 것 같다’고 말씀을 드리고 PD님께 한 소절을 불러 드렸어요. 그걸 들으시고 ‘그럴 수도 있겠다. 그걸 마지막 장면으로 하자’고 동의했었죠.”

그는 이처럼 수많은 날을 심사숙고 하며 ‘예인’ 장녹수를 만들었다. 연기와 더불어 국악에 이르기까지. 이하늬는 ‘역적’이라는 드라마에 배우로서의 자존심과 국악인으로서의 책임감을 동시에 걸었다.

“그래도 모든 걸 쏟아서 연기했다는 쾌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마지막에 연산과 녹수가 연희를 하고 끌려 나가는 신은 원래 대본에는 녹수가 연산에게 당부를 하고 큰 절을 한 채 어깨가 흔들린다 정도로 표현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왜인지 슬픔이 주체가 안 되서 그날 세 번 정도 대성통곡을 했어요. 집에 가서 화장을 지워보니 얼굴에 실핏줄이 다 터져 있더라고요.”

그가 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장녹수의 모습은 분명히 악녀 그 이상이었다. 기록이 만들어 놓은 장녹수의 악녀 프레임(?)은 이하늬의 연기 덕에 조금이나마 벗겨진 것이 아닐까?

“우리도 선과 악이 공존하지만 그 중에 악한 부분이 더 켜져서 행동으로 이어지는 거잖아요? 장녹수 역시 무조건 누군가를 미워하고 악행을 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좀 더 복합적인 감정이었다고 생각해요. 그 시대에 관기(관아에 소속된 기생)으로의 삶은 받아들일지 아니면 도전하면서 살 것인지 고민했던 거라고 생각해요. 굉장히 진취적인 신여성 이었던 것 같아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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