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크①] 장영남 “언제 쉬냐고요? 쉬는 걸 못 견디겠어요”

입력 2017-05-31 1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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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배우는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빛을 발하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인터뷰를 통해 소개할 장영남이 그런 배우다. 늘 기대 이상의 연기로 작품을 돋보이게 만든다. 당연히 모든 연출자들이 그를 찾을 수밖에 없다.

장영남은 내공으로 다져진 연기로 작품의 흐름에 맞는 캐릭터를 선보인다. 지난해에는 영화 ‘극비수사’, ‘해어화’, ‘나를 잊지 말아요’, 드라마 ‘화려한 유혹’, ‘여왕의 꽃’ 등에 출연하는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올해도 그가 출연한 영화 ‘공조’, ‘임금님의 사건수첩’이 관객들을 만났고, 촬영을 마친 사전 제작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가 방송 중이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여러 작품을 촬영하고 있다.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믿음울 주는 배우라는 것을 방증한다.

그런 장영남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를 만나기 위해 몇 달의 시간을 기다렸다. 빠듯한 스케줄에 좀처럼 시간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인터뷰 이틀 전 촬영이 없다는 연락을 받아 바로 시간을 잡았다. 인터뷰 당일 만난 장영남은 좀처럼 하지 않던 인터뷰와 사진 촬영에 수줍어했다.

“저 지금 잘하고 있는 거죠?”라고 수없이 물어보며 “이런 게 처음이에요”라고 하다가도 유쾌하고 진솔하게 속마음을 털어놨다.

현재 장영남은 올해 7월 첫 방송예정인 MBC ‘왕은 사랑한다’에서 고려 ‘충열왕’(정보석)의 정비이자 ‘왕원’(임시완)의 어머니이며 대원제국의 황제 쿠빌라이 카안의 딸인 ‘원성공주’ 역을 맡았다. 원성공주는 원을 향한 뜨거운 모성애를 지닌 여인으로 장영남은 왕실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막강한 여인으로 나서게 된다.

‘왕은 사랑한다’는 강원도에서 한창 촬영이 진행 중이다. 예상보다 촬영 스케줄이 늦어지고 있지만 배우들은 즐겁게 임하고 있다고. 장영남은 “분위기가 좋다. 말썽을 부릴 배우도 없고. 다들 잘 어울려 메신저 방도 여러 개 있다. 나는 권력이 강한 역할이라 ‘원(원성공주) 라인’을 중심으로 여러 단체방이 만들어지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올해 초 개봉해 781만 관객을 돌파했던 영화 ‘공조’에서 자매로 활약했던 윤아를 드라마로 다시 만나기도 했다. ‘공조’에서 철없는 동생의 머리를 과감히 후려치던 언니였다면 ‘왕은 사랑한다’에서는 예비 시어머니다. 장영남은 “윤아(은산 역) 집안에 돈이 많다. (웃음) 그래서 아들을 왕으로 세우기 위해 윤아와 혼사를 맺으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처음에 윤아가 나온다고 하니까 정말 반갑더라고요. 그런데 캐릭터가 워낙 상반돼서 마냥 관대할 수가 없었어요. 원성공주 자체가 날이 서 있고 표독스러워 캐릭터라 연기할 때는 또 편하게 대할 수가 없더라고요. 촬영 초반부터 만나지 않아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왕은 사랑한다’는 사전제작이지만 대부분 드라마 촬영장은 거의 ‘생방송’처럼 방송 당일 촬영을 하는 경우도 생기기도 한다. ‘쪽대본’으로 촬영 직전에 대사만 외워 조각 퍼즐을 짜 맞추듯 진행이 돼 질이 낮은 작품이 탄생돼 비난을 받는 작품 수도 꽤 된다. 이에 대한 장영남의 생각을 물었다. 다행히 그는 ‘쪽대본’에 시달린 적은 전혀 없었다고. 그는 “정말 그렇게 촬영하면 아마 살이 떨릴 것 같다”라고 말했다.

“드라마 환경이 많이 바뀌긴 했어요. 가끔은 도장 찍어내듯이 한 씬 찍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어요. 사실 배우들은 연기를 하기 전에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체화가 돼서 편안하게 연기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죠. 우리가 하는 일이 감정을 전달하는 건데 그냥 대사만 달달 외워서 NG만 안 나게 끝난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면 정말 갑갑하죠. 연기 자체가 조바심이 나고 불안한 작업이에요. 고민이 많아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극의 시작인 대본에서부터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말 위기가 찾아올 거예요.”

현재 촬영 중인 드라마 전에도 장영남은 SBS ‘엽기적인 그녀’를 촬영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그가 촬영했던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했다. 쉼 없이 일을 했다는 증거다. 그는 “들짐승 하이에나처럼 뭔가 계속 찾고 싶어 하는 것 같다”라며 “연기에 대한 갈망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극단 생활 때 좀처럼 쉬질 않아서 그게 습관이 된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극단 선생님께서 연기자는 물레를 돌리는 마음으로 일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급하지 않고 계속해서 돌려야 한다고요. 그렇지 않으면 결국 쓸모가 없어진다고 하셨죠. 그래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쉬는 걸 못 견디고요. (웃음)”

끊임없이 연기한 덕분일까. 그는 사랑 받는 연기자 중 한 사람으로 떠올랐다. ‘씬 스틸러’라는 말에 대해 “예전에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좋았다”라고 말했다.

“제가 장진 감독님과 연극도 하고 덕분에 영화 ‘아는 여자’에도 출연을 했었어요. 그러면서 ‘장진 사단’, ‘씬 스틸러’라는 말을 듣게 된 것 같아요. 처음에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좋았어요. 그만큼 제가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거니까요. 신기하기도 했어요.”

→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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