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레터플로우, 이 남자가 20대를 노래하는 법

입력 2017-06-05 0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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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플로우, 사진=쇼파르뮤직

싱어송라이터 레터플로우와의 인터뷰는 마치 심리학개론을 듣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그의 심리와 생각,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는 어떤 음악적 접근보다 더 그의 두 번째 정규앨범 ‘누군가의 하루 완성집’가 어떤 앨범인지를 잘 설명해 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군가의 하루 완성집’은 다른 누구도 아닌 레터플로우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앨범이기 때문이다.

일단 ‘누군가의 하루 완성집’은 20대의 하루를 말하는 앨범이다. 그리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 레터플로우는 자신의 하루를 담기고 했지만, 레터플로우에게 이 작업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하루 완성집’은 20대의 하루를 말하고 싶었다. 내 하루를 말하면 누군가는 공감하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입을 연 레터플로우는 “원래는 ‘누군가의 하루’라는 타이틀로 14가지 테마를 가지고 7트랙의 파트1이 나오고 또 7트랙의 파트2를 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처음 구상을 하나씩 해가다보니까 점점 어려워지더라. 내 욕심을 담기 어렵더라”라고 앨범을 완성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를 밝혔다.

이어 “위로라는 말이 인디씬에는 유행처럼 번진 거 같더라. 내 이야기를 들려줬을 때 자연스럽게 위로가 돼야 위로인데, 그걸 욕심을 내다보니까 ‘내 하루는 이렇다보니까 공감하고 위로를 받으세요’라는 느낌이 되어 버리더라. 또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까 파트2는 좀 무거운 주제만 남더라. 꿈에 대한 고민이라든지, 20대가 느끼는 남들에 대한 시선이나, 새벽의 느낌 같은 걸 하고 싶었는데, 주제도 무거운데 나도 생각이 많고, 매너리즘을 느꼈다. 나도 우울한데, 주제까지 우울하다는 느낌이더라. 이 앨범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라고 ‘누군가의 하루 완성집’이 어렵사리 완성된 앨범이라고 털어놓았다.

레터플로우가 앨범작업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이유는 그의 성격에서 기인한다. 그는 많은 생각과 고민, 또 그에 따른 우울함을 품고 살아가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원래도 좀 우울한데 (앨범 작업하면서)더 우울해졌다”라고 말한 레터플로우는 “인간과 위로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 스트레스나 고민이 위로 한 두 번으로 털어지는게 아니지 않나. 계속 그런 상태로 사람들을 만나다보니까 다들 걱정해서 집밖에 안 나갔다. 그러니까 안 나온다고 또 걱정하더라. 그래서 억지로 나가서 웃고 있으면 또 괜찮은 줄 알더라. 그런 걸 겪으면서 위로라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완성집’을 내게 됐다”라고 ‘누군가의 하루 완성집’이 어떤 마음으로 만든 앨범인지를 설명했다.
‘누군가의 하루 완성집’ 중에서도 레터플로우의 심경을 가장 잘 대변하는 노래는 타이틀곡이 아닌 11번 트랙 ‘새벽’이다.

스스로도 ‘새벽’을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고 밝힌 레터플로우는 “이 곡이 이 앨범에서 제일 하고 싶었던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밤에 잠을 못자는 이유가 졸린데, 오늘이 가는 게 아쉬워서 못 잔다고 하더라. 20대는 특히 더 그런 거 같다. 보통 하루의 마무리는 새벽과 같을 거 같다. 제일 내가 의도했던 대로 나온 곡이기도 하다”라고 곡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렇다면 왜 ‘누군가의 하루 완성집’에서 레터플로우가 가장 이야기하고 싶었던 ‘새벽’이 아니라 ‘충분해’가 타이틀곡이 됐을까. 이는 리스너의 입장을 생각한 회사 측의 제안과 이를 받아들인 레터플로우의 양보가 어우러진 결과다.

레터플로우는 “너무 생각을 많이 하다보니까 비주류 음악이 되더다. 처음 데모를 만들고 주위 사람들에게 들려주니까 ‘너의 스트레스나 고민이 느껴진다’며 좋지 않다고 하더라. ‘네가 하고 싶은 곡을 너무 때려 넣었다’고 하더라. ‘새벽’이라는 곡도 고민이 담겨있어서 많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줄만한 곡을 타이틀로 하자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타이틀곡으로 결정된 ‘충분해’는 레터플로우가 ‘많은 걸 내려놓고’ 작업한 곡이다.

먼저 ‘충분해’는 레터플로우가 처음으로 공동 작업을 시도한 곡이다.

레터플로우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신념이 있었다. 싱어송라이터는 내 이야기를 내 음악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내 음악이라고 할 수 없을 거 같았다”라고 그간 공동작업을 하지 않았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누군가의 하루 완성집’의 작업 과정은 이 신념마저도 내려놓게 만들었다.

레터플로우는 “내가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려고 했다”라며 “2015년에 ‘누군가의 하루’ 파트1이 나왔다. 그리고 12월에 단독 공연을 했고, 그때 계획은 2016년 3월에 파트2를 내는 거였다. 그럴 자신도 있었다. 그런데 뭔가 안 되더라. 그래서 시간을 늦춰서 가을에 내기로 했는데도 안 나오더라.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표현이 안 되더라. 그렇게 힘든 시간을 지내고 있으니, ‘이렇게 안 되는 걸 가지고 욕심을 내면, 평생 한마디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나더라. 겁이 났다. 문득 내가 음악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정을 하자고 생각했다. 이렇게 인정을 한 것도 불과 6개월 전이다. 작년 10월 말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도 많이 내려놨다고 하지만, 반 정도 허물어 진 거 같다. 앞으로 많이 허물어내려고 한다. 한살이라고 어릴 때 내려놓고 성숙해지자는 생각을 많이 한 거 같다”라고 생각의 변화를 밝혔다.

이에 레터플로우는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았고, 이택승 작곡가를 만나 ‘충분해’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레터플로우는 “처음에 다른 작곡가에게 작업하자고 했는데, 결과물의 반응이 안 좋았다. 그래서 다시 이택승 작곡가에게 1년간의 내 작업물을 다 보내드렸다. ‘이런 느낌의 이런 주제를 담고 싶은데 만들어줄 수 있나’라고 해서 만들어진 곡이 ‘충분해’다”라고 밝혔다.

또 레터플로우의 ‘내려놓음’은 ‘충분해’뿐만 아니라 앨범 전체에도 적용이 됐다.

레터플로우는 “파트1때는 감성적인 음악에만 치중했다면 이번에는 드라마틱하고 가창적인 부분을 들려주고 싶었다. 그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 이야기를 하면서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중간지점을 찾자고 했다. 앨범 전체적으로 밝은 느낌이 있는 건 스스로 타협을 한 거다. 나는 마냥 무겁게 만들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건 내 욕심이었던 거 같다”라고 ‘누군가의 하루 완성집’이 자신의 의도가 100% 담긴 앨범이 아니라고 말했다.

레터플로우, 사진=쇼파르뮤직


자신의 의도가 100% 담기지 않았다는 건 - 적어도 레터플로우에게는 - 그만큼 앨범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레터플로우는 “100% 만족하는 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담은 게 아니라서 6~70% 정도만 만족하는 거 같다”라고 ‘누군가의 하루 완성집’라고 자평했다.

이어 그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만족하는 거 같다. 내 욕심과 부족함도 많이 담긴 애증의 앨범이 될 거 같다. 나중에 30대가 되고, 음악이 좀 더 깊어지고, 인간적으로도 깊어졌을 때 이걸 보면 귀여울 거 같다”라며 웃었다.

앞서 말했듯이 ‘누군가의 하루 완성집’은 20대의 하루를 말하는 앨범이다. 지금까지의 작업 속도를 볼 때, ‘누군가의 하루 완성집’은 현재 1990년생 만 27살인 레터플로우의 20대 마지막 정규앨범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하루 완성집’의 3~40%의 아쉬움은 레터플로우에게 30대가 되기 전에 또 한장의 정규앨범을 내고 싶다는 의욕을 심어주었다.

레터플로우는 “이번 앨범이 30대 이전 마지막일 수도 있는데 30살 전에 하나 더 내고 싶다. 웬만하면 2집 앨범을 작업할 때보다 조금 더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 아닌 희망을 가지고이다. 앨범에 수록 안 된 곡이 있는데 이곡들은 너무 많은 고민이 담겨서 듣기 거북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 컴퓨터에만 있기로 했다. 거기서부터 3집을 시작하려한다 이번 앨범이 너무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는 아직까지는 레터플로우의 바람일 뿐 구체화된 계획은 아니다.

레터플로우는 “3집은 아무것도 생각안하고 있다. 해야겠다는 생각만 있지, 어떻게 해야겠다는 안하고 있다. 단독공연을 하고나서 완전히 비우고 시작하려한다. 일단은 많이 놀 거다. 사람도 많이 만나고 여행도 다니고, 이런 저런 일도 겪어보고 세상을 알아보고 싶다. 내가 활동적인 사람이 아니다. 쉬는 날 집에 있는 거 좋아하고, 카페 있는 거 좋아하고, 스케줄 가고 그런 거밖에 없다. 사람 많은 걸 또 별로 안 좋아하다보니 겪는 게 없다. 세상을 겪는 게 없더라 그래서 더 할 말이 없어지는 거 같다. 사람도 만나고 그래야하는데 경험 부족으로 욕심을 못 채운 거 같다”라고 30살 이전에 보다 많은 경험을 쌓고 제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앨범을 내고 싶은 바람을 드러냈다.

레터플로우가 30대가 되기 전에 또 한 장의 앨범을 내고 싶은 이유는 그가 어린 시절 상상했던 뮤지션의 모습과도 관련이 있다.

레터플로우는 “어릴 때부터 28살이면 자리를 잡을 줄 알았다. 뭔가를 했을 때 26살이면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 되고 28살에 뮤지션으로 자리 잡아야지 했는데, 이미 그 나이는 지나서 ‘서른 전에만 만들자’ 그런 마음이다. 그렇다고 내가 욕심이 많거나 야망이 있는 건 아니다. 가장 와 닿을 수 있는 예가 단독공연을 했을 때 500석을 매진할 수 있는 정도가 음악인으로서의 목표였다. 그 정도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계획에서 많이 벗어났다. 그래서 더 조급했던 거 같다”라고 20대가 끝나기 전에 자신이 그렸던 계획을 완성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렇다면 지금의 레터플로우는 30대의 레터플로우는 어떤 모습으로 그리고 있을까.

레터플로우는 “30대 때 목표는 회사 들어오기 전에는 그런 욕심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30대 중반에 김동률, 이적, 유희열 같은 정도의 인지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싱어송라이터의 대표주자이지 않나. 그 뒤를 잇는 게 레터플로우가 되고 싶다. 원래 그 정도 욕심이 없었는데 생겨버린 거 같다. 싱어송라이터의 계보를 잇는 뮤지션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레터플로우가 이런 욕심을 갖게 된 이유는 아마도 음악이 선사한 좌절과 희망 때문일 것이다. 레터플로우에게 있어 음악은 많은 좌절을 선사하는 존재임과 동시에 이것 아니면 안 되는 절대적 존재이기도 하다.

레터플로우는 “음악은 그냥 평범하게 사는 게 싫어서 시작했다. 나는 그 어떤 것도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 축구를 했는데 축구도 그랬고, 음악은 더더욱 그랬다. 학교 다닐 때 음악 성적이 형편없었다. 그때 너는 소리로 뭐 할 생각하지마라고 듣기도 했다. 또 22살 때까지 완창 할 수 있는 노래가 없었다. 23~4살 때부터 그걸 인정하고 ‘완창을 못하니까 내가 부를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서 노래를 하자’고 했다. 고음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음악을 하자고 했다. 그렇게 오히려 다 내려놓으니까 되더라. 그동안 안 되던 게. 그런데 사람이 또 간사하더라. 욕심이 생겨서 이번 앨범은 또 못 내려놓겠더라”라고 음악을 시작한 계기를 밝혔다.

이어 그는 “살면서 하려고 했던 건 다 한 거 같다. 하고 싶은 게 많지 않았다. 한번 꽂히면 그건 계속 하니까 그런 거 같다. 그리고 음악으로 실망과 좌절을 많이 겪었다. 하고 싶은 게 음악이니까. 하고 싶은 게 많으면, 이게 안 되면 저거하며 되는데, 하고 싶은 게 이거 하나니까 안 되면 무너져 버리는 거다. 내가 재능이 없는 것도 아는데, ‘이거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이다”라고 음악에 대한 마음가짐을 밝혔다.

결국 ‘누군가의 하루 완성집’은 불특정다수의 20대의 이야기인 동시에 20대 싱어송라이터 레터플로우가 성숙해져가는 과정에서 느낀 복잡다양한 감정의 집합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앨범에 복잡함이 담겨있다. 성숙해져가는 과정이라는 표현이 맞는 거 같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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