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①] 권율 “‘귓속말’ 강정일, 소시오패스로 볼 수 없어”

입력 2017-06-07 1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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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①] 권율 “‘귓속말’ 강정일, 소시오패스로 볼 수 없어”

인터뷰를 하다보면 많은 배우들이 악역 캐릭터에 굉장한 매력을 느낀다는 걸 알게 된다. 이런 욕심은 부드럽고 선한 얼굴을 가진 배우들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나는데 SBS 드라마 ‘귓속말’에서 강정일 역을 맡은 권율도 이 작품을 통해 소름끼치는 악역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귓속말’은 제게 감정적으로 굉장히 고되고 힘든 작업이었어요. 계속 극한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날이 서고 예민해지는 걸 느꼈어요. 매번 어떤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었고 제 스스로 목을 졸라가며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꽤 살벌한 종영 소감이다. 그럼에도 권율은 강정일과의 이별을 섭섭해 하고 아쉬워 했다. 그는 “마치 오랫동안 펜팔을 해 온 친구와 하루아침에 연락이 끊긴 것 같은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그가 이토록 강정일에 애착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권율은 지난 작품에서 재벌 3세의 아들로 권력과 무자비함을 동시에 지닌 대학생 역을 맡았고, 또 ‘싸우자 귀신아’에서는 악령에 씌인 남자를 연기했다. 결코 악역이 처음이 아닌 그가 강정일을 아끼는 이유(?)가 궁금했다.

“강정일의 행동은 절대로 합리화 될 수 없는 행동인 것은 맞죠. 하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자기의 목표를 세워놓고 거기에 맞서는 사람들과 대립하는 거에요. 앞으로 달려가는 과정 속에서 과거의 연인도 원수도 뿌리치고 달려가는 그런 캐릭터였어요.”

시청자가 아닌 그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가 해석한 강정일의 모습은 목표 지향적인 인물이었던 것이다. 권율은 “강정일은 소시오 패스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귓속말’은 법과 권력을 악용하고 이용하는 세력들의 이야기를 그러내면서 선악의 구분을 명확하게 그어놓지 않아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권율 역시 제작진으로부터 “강정일을 악역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그러나 강정일의 심리와 행위가 결코 단순하지 않았기에 이를 연기하는 권율도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했다. “나도 모르게 예민해졌다”는 것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강정일의 감정은 그동안 제가 일상에서 결코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이었어요. 그 감정을 쫓아가다 보니 매 장면을 처절하게 찍어야 했어요. 사실 저는 제가 어떤 연기를 한다고 해서 그 주변 인물들을 불편하게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데도 저도 모르게 어두운 기운을 내뿜게 됐던 것 같아요. ‘난 지금보다 훨씬 날카롭게 벼려져 있어야 해’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앞서 이 글을 시작하면서 많은 배우들이 악역에 욕심을 낸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욕심낼 가치가 있는 것은 언제나 얻기 힘들다. 악역도 마찬가지다. 육체가 힘들어 지든 정신이 피폐해지든 반드시 어떤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권율은 이 작품을 통해 많은 감정을 소비해야 했고 내면에 있는 어둠과도 마주해야 했다. 그래서 이제 권율은 일종의 회복 단계에 들어서야 한다.

“다음 작품은 아무 생각도 안 들게끔 액션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베를린’의 하정우 선배처럼 고층 빌딩에서 떨어지고 총격전도 하고요. 몸을 좀 고되게 만들고 싶네요. 그리고 그동안 너무 상처난 곳만 들여다 본 것 같아서 평범한 살을 만지고도 싶어요.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도 재미있겠죠?”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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