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최강희 “우울증 겪던 시절, 결혼에 대한 생각 변화”

입력 2017-06-07 17: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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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최강희 “우울증 겪던 시절, 결혼에 대한 생각 변화”

배우 최강희와의 인터뷰는 ‘동안’ ‘4차원’ 등 그의 앞에 붙는 수식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최강희를 제3자의 시선에서 정의내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최강희는 연예인 최강희와 인간 최강희 사이 괴리에서 우울증을 경험했다.

“고백하자면 교회를 열심히 다니고 있어요. 매일 새벽 예배를 하죠. 제가 힘든 시기를 경험했거든요. 제 자신이 불안해서 교회를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어요. 2013년에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었고 지나고보니 그게 우울증이었더라고요. 드라마 ‘7급 공무원’이 끝나고 커튼 치고 집 안으로 들어가버렸죠. 대인기피가 그 시작이었고 사람들이 보는 나와 실제 내가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유명해지면서 더 그런 증상이 심해졌죠. 신앙을 갖게 되면서 제가 귀한 존재라는 걸 깨달았고 지금은 자존감이 완전 회복됐어요. 드라마 ‘하트투하트’(2015)가 회복 시작이었고 ‘화려한 유혹’(2015)을 하면서는 다 극복했습니다.”

그는 “독특한 배우, 4차원, 동안 등등 피하고 싶었다. 내게 붙는 타이틀이 실제 나와는 많이 다르다면서 꼬인 생각을 했던 것”이라며 “그렇다보니 수식어가 제 전부고, 4차원 최강희가 아니면 제가 없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다시 나로 돌아와야겠다고 다짐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벌써 20년이 됐나봐요. 저는 우연히 연기자가 됐고 그래서 배우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냥 연기 하면서 대리만족을 많이 했고 성격 개조에 좋더라고요. 제가 맨처음 맡은 역할이 모범생이었거든요. 그 자체가 웃겼어요. 대리만족 확실히 됐죠. 다양한 성격을 연기하면서 저도 자신감을 얻었고요. 하지만 다른 사람 시선, 인기, 얼굴에 집착하면 이 배우라는 직업은 마약이고 독약이에요. 한 번 먹으면 괜찮아지는 신경 안정제 같은 거죠. 우울증이 걸리는 이유고 이 길을 원하는 사람들은 꼭 알아뒀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우울증을 겪던 시절에도 연기를 그만둘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할 수 없었다. 최강희는 “그만 두면 할 게 없다”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했다.

“‘애자’ 때부터 ‘스카프나 떼어다가 외국 가서 팔까’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외국 가서 장사하기에 전 영어도 못하고... 그러면 한국에서 살아야하는데 배우로 얼굴이 알려져 있잖아요. 아! 그럼 나는 리허설 때만 연기를 잘하니까 리허설 배우가 될까? 라는 고민도 했었어요.”

많은 고민과 함께 흘러온 20년. 최강희는 KBS2 드라마 ‘추리의 여왕’을 통해 도약을 다짐할 수 있었다. 그는 “밭고르기처럼 새로 시작하는 느낌, 다시 씨를 뿌리는 느낌을 준 작품이다. 이제는 정말 아줌마 역할도 할 수 있고 여성스러운 캐릭터, 보이시한 인물도 연기할 수 있다.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실제 저는 ‘추리의 여왕’ 유설옥과 전혀 달라요. 모든 사건에 관심이 없거든요. 논리적인 성격도 아니고요. (웃음) 그래서 추리하는 유설옥이 궁금해졌고 어렵기도 했죠. 연기하면서는 대리만족했어요. 로맨틱 코미디물은... 할까요? (웃음) 사실 지금 로맨틱이 뭔지 잘 모르겠거든요. 기회를 주시면 많은 또래 여자 시청자들이 즐거워하실 수 있는 작품을 했으면 좋겠어요.”


‘로맨틱이 뭔지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들으니 최강희의 연애관, 결혼관이 궁금해졌다. 그는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부정적이었는데 우울증을 경험하면서 바뀌었다”고 말했다.

“지금 애인은 없어요. 그런데 결혼 생각은 있죠. 원래는 전혀 없었거든요. 우울증을 겪고 좋은 사람들을 교회에서 많이 만나고, 건강한 부부들과 소통하다보니 결혼이라는 그림이 그려지더라고요. ‘추리의 여왕’에 함께 출연한 권상우 가정을 보면서도 힐링이 많이 됐어요. 남편감으로는... 눈치 보지 않는 사람이요!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지적하지 않는 사람! 생각이 달라도 인정해주고 재미있어 해주는 사람! (웃음) 그냥 저를 바꾸려하지 않는 사람이면 좋겠고 저 역시 상대방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죠.”

분명 우울했던 시절은 최강희 인생에 여러 변화를 줬고 큰 전환점이었다. 이와 관련해 최강희는 “치유하는 과정에서 말의 힘을 믿게 됐다”며 향후 활동까지 힘주어 약속했다.

“여러 감정적인 일을 경험하면서 저는 의도적으로 안 해도 될 부정적인 말을 안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망쳤어’ ‘어차피 그렇게 될텐데..’ 이런 거요. 겸손이 미덕이라면서 최악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아니라고 굳이 부인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저는 자존감을 회복하면서부터는 글자, 말의 능력을 믿게 됐고 긍정적으로 솔직해졌어요. 그래서... 결론은 ‘추리의 여왕’ 이후에 빨리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웃음)”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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