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韓관객은 세계 최고!”… 뮤지컬 ‘캣츠’ 3인방의 진심

입력 2017-06-08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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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5월 11일에 태어나 40년 가까이 사랑을 받고 있는 고양이들이 있다. 이들은 전 세계를 ‘야옹, 야옹’하고 돌아다니며 7300만 명 이상에게 감동을 선사했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감명을 주고 있다. 뮤지컬 ‘캣츠’이야기다. 강산이 네 번이 바뀌는 동안 ‘캣츠’를 향한 관심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변함없다는 것’과 ‘변화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삶을 투영하는 ‘젤리클 고양이’들의 이야기는 변치 않은 감격을 느끼고 나날이 발전해가는 기술과 배우들의 연기력은 진화되고 있다.

올해 한국을 찾는 ‘캣츠’는 진화된 고양이들의 가장 최신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조금 더 고양이다운 분장과 의상으로 한층 업그레이드 됐고 안무 역시 화려하게 바뀌었다. 그 변화된 모습을 갖춘 새로운 고양이들을 만났다. ‘올드 듀터로노미’ 역의 브래드 리틀, ‘그리자벨라’ 역의 로라 에밋 그리고 ‘럼 텀 터거’역의 윌 리처드슨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오전에도 연습을 하고 있었다. 겨우 연습실을 빠져나와 공연장 안에 있는 카페에서 만날 수 있었다. 원래 ‘미스토펠리스’ 역의 크리스토퍼 파발로로도 나오기로 돼있었지만 빡빡한 연습 일정으로 도저히 시간을 뺄 수가 없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하 배우들과의 일문일답)


-그 동안 공연됐던 ‘캣츠’와 달라진 점이 있다고 들었다.


로라 에밋(이하 ‘에밋’) : 올해 공연은 2014년 런던 웨스트엔드 버전을 가장 많이 차용했다. 핵심적으로 바뀐 부분은 없지만 예전 ‘캣츠’와 차이점이 있다면 메이크업과 의상 정도다. 검비 고양이 ‘제니 애니닷’의 안무와 해적 고양이 ‘그로울 타이거’의 음악이 조금 바뀌었다. 예전에 보셨던 관객이라면 달라진 점을 좀 느끼시지 않을까. 큰 변화보다 조금 더 최신 버전이라고 말하고 싶다.

브래드 리틀 (이하 ‘리틀’) : ‘캣츠’는 2003년 이후 한국에서 한국어 공연과 영어 공연으로, 또 다른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보였다. 모든 모습을 관객들이 좋아해줬다. 14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캣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작품의 힘이 아닐까. 각국의 실력파 배우들이 지금까지 훌륭한 무대를 만들어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 에밋이 맡고 있는 ‘그리자벨라’도 콘셉트는 살짝 바뀐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에밋 : 웨스트엔드에서 니콜 셰르징거가 ‘그리자벨라’로 무대에 올랐다. 셰르징거가 다른 그리자벨라들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배우였기 때문에 캐릭터의 변화가 있었다. 병들고 늙은 고양이가 아닌 화려한 삶을 보냈다가 타락하며 나락으로 떨어지는 고양이다. 그래서 연출가는 내게 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떠올리며 연기를 하길 바랐다. 아마 그가 가수로서는 화려하게 성공했지만 내면적으로 상처와 아픔으로 인해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했으니까. 그런 면에서 ‘그리자벨라’가 닮았기 때문에 연출가가 내게 요구한 것이 아닌가 싶다.

윌 리처드슨(이하 ‘리처드슨’) : 럼텀 터거도 이번엔 록스타 콘셉트이지만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없다. 메이크업과 의상 변화 정도다. 이 캐릭터를 연기하며 반항아적인 면모부터 인기도 많은 캐릭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지만 후반부에 종족을 정말 아끼고 다른 고양이들을 누구보다 생각할 줄 아는 진실성 있는 럼텀 터거를 보여줄 수 있어서 좋다. 지금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캣츠’는 단순히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보면 인간의 삶을 생각하게 된다. 배우들도 연기를 하면서 공감하는 부분이 있나.

에밋 : 맞다. 단순한 고양이의 삶 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투영시키며 연기를 하라는 지시를 들었기 때문에 거기에도 집중을 하고 있다. 사회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많이 생각하며 연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고양이 다운 모습도 보여야 하기 때문에 그에 맞게 열심히 하고 있다.

리틀 : T.S.엘리엇의 시를 읽어보면, 고양이의 생활, 행동 등을 정말 세심하게 표현했다. 정말 그의 집에 고양이가 가득할 것 같다. (웃음)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그 시에 아름다운 음악을 입혔지만 우리는 T.S.엘리엇 시 속에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연기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그 연기를 통해 관객들이 다양한 답을 얻어갈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 모든 관객들이 각기 다른 고양이들에게 공감대를 갖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제일 잘 해낸다면, 공연을 보고 난 후 ‘고양이’들에게 더 잘 대해주시지 않을까. (웃음)


- 각자 맡은 고양이가 자신과 닮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

리틀 : 내가 맡은 ‘올드 듀터로노미’는 안무가 가장 적다. 그리고 내가 이 팀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제일 많다. 그래서 내가 캐스팅 된 게 아닐까.(웃음) 놀라운 건 연출가와 캐스팅 감독이 내 사생활을 다 알지 못하지만 내 성격을 꿰뚫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우리 아버지는 목사님이셔서 교회 성도들을 이끄시는 모습을 많이 보고 자랐다. 그런데 내게서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느껴졌는지 이 역할로 캐스팅을 하더라.

리처드슨 : 럼텀 터거처럼 옷을 화려하게 입진 않지만 자신감 있고 멋지게 보이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웃음) 배우들은 평소에 자신이 어떤 캐릭터를 잘 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는 ‘럼텀 터거’가 하고 싶은 역할 중 하나였기 때문에 그런 면모를 닮아가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



- ‘캣츠’는 배우들이 무대 위해서 쉬지 않고 계속 움직인다.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나.

리처드슨 : 체력이 많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각자 연습을 하면서 체력을 다른 방법으로 유지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하루 종일 움직이며 체력을 기른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우리보다 강도 높은 안무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배우들도 있다. ‘캣츠’는 아마 현존하는 뮤지컬 중에 체력적으로 가장 힘든 작품일 거다.

리틀 : 이 뮤지컬의 가장 큰 오류가 하나 있다면 보통 고양이들은 10~15분을 놀다가 지쳐 잠이 든다. 그런데 우리는 아니다. 쉴 새 없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완전 ‘슈퍼캣’이다. (웃음) 보통 우리가 8시간 정도 연습을 하고 있는데 죽을힘을 다해 연습을 하고 있다. 이런 팀은 처음이다. 연습실에 24시간 상주하는 물리치료사가 있다. 계속 치료를 받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경기를 준비하는 운동선수들의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에밋 : 오프닝 부분이 가장 힘든 부분이다. 내겐 도전이기도 하다. 10~15분 동안 춤과 노래를 계속 춰야 하니까. 또 ‘그리자벨라’ 같은 경우는 다른 고양이들과는 달리 감정 연기를 해야 된다. 그래서 군무를 추면서 밝은 모습이지만 솔로 무대는 상반된 분위기이기 때문에 그걸 해내는 것이 내 숙제이자 즐거움이기도 하다.


- ‘캣츠’가 배우들의 꿈이자 무덤이라는 말이 있다. 배우들에게 ‘캣츠’란 어떤 의미일까.

에밋 : 공연 자체가 명작일 뿐만 아니라 뮤지컬 역사상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모든 캐릭터가 특별하고 다양해 연기적으로 표현하는 재미가 크다. 무엇보다 이 공연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리처드슨 : 다른 배우와 마찬가지겠지만 나는 ‘캣츠’를 보면서 자랐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만약 이 공연을 마라톤에 비유하자면, 선수들이 정말 힘들게 뛰지 않나. 그러면서 계속 도전하고 싶어 한다. 배우도 마찬가지다. 한계에 다다를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는 점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그리워지게 된다. 과거에도, 나중에도 ‘캣츠’만큼 힘든 공연은 없겠지만 그래도 계속 하고 싶을 것이다.

리틀 : 다른 공연과 달리 ‘캣츠’는 다 같이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독보적이다. 물론 공연을 준비하며 안무와 보컬을 따로 연습하는 경우는 있지만 사실 전원이 한 팀으로 묶여서 간다고 보면 된다. 독단적인 행동이나 개별적인 행동을 찾아보기 힘들다. 다른 공연은 주연, 조연, 앙상블이 나눠져 있지 않나. 하지만 우리는 이들을 ‘앙상블’이라 부르는 것을 싫어한다. 우리는 한 팀이다.


- 브래드 리틀 같은 경우는 한국 관객들에게 매우 친숙한 배우다.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에너지가 있나.

리틀 :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공연을 한 번 보시면 어떤 느낌인지 아실 것 같다. 한국관객보다 힘이 나게 하는 사람들은 없다.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배우들에게 응원을 해주는 사람들은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런 말을 정말 많이 했기 때문에 배우들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 (웃음) 그러니 진심으로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에밋 : 관객들이 굉장히 열정적이라고 들었다. 단순히 좋아하는 것이 아닌 공연의 질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들었다. 전문적인 지식도 많이 갖고 있다고 하더라. 관객들의 수준도 높다고 하고.

리처드슨 : 공연을 보러 오실 때 고양이 분장을 하고 오시는 분들이 있다고도 들었다. 배우들과 소통을 나누는 부분을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인터미션 때 고양이들이 객석으로 나가지 않나. 그 때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궁금하다.



- 브래드 리틀은 ‘빵 아저씨’라는 별명이 있지 않나, 다른 배우들은 어떤 애칭을 갖고 싶은지.

에밋 : ‘빵 아저씨’라고 부른다고? (웃음) 글쎄. 내가 애칭을 지으면 재미가 없지 않나. 관객들이 지어주셨으면 좋겠다.

리틀 : 계속 ‘빵 아저씨’라 불리니까 이번에는 ‘고양이 빵’, ‘빵 고양이’? 관객들이 재치 있게 만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다. 이렇게 배우에게 ‘애칭’을 지어주는 것도 한국의 독특하고 재미있는 문화이다. 얼마나 배우들에게 애정을 갖고 지켜봐주는지 알 수 있다.


- 공연을 하면 자유 시간이 있는데 한국에서 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에밋 : 산이나 공원을 좀 가보고 싶다. 사실 많이 알아보질 못해서 주변에서 추천을 해주신다면 가보고 싶다.

리처드슨 : 롯데월드나 워터파크 가보고 싶다. 브래드가 어디로 데려갈지 다 정하고 있으니 그를 믿고 있다.

리틀 : 투어를 시작하면 평일에는 오후 시간대에 공연이 없어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또 10개 넘는 도시를 다니기 때문에 지방을 돌면서 대표적인 음식을 맛보려고 한다. 그래서 순대국집을 한 번 데려가 보려고 한다. 그래서 일단 먹이고 설명하려고 한다.


- 브래드 리틀은 한국 뮤지컬 시장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은데, 추후 계획이 있는지.

리틀 : 한국 뮤지컬은 지금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처럼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지금 아시아에서 공연되는 뮤지컬은 영국이나 남아공에서 제작돼서 공연이 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을 거점으로 해서 공연을 제작해보고 싶다. 물론 영어로 작업을 해야 해서 배우들은 해외에서 데려와야겠지만 한국에서 기획을 한다면 제작부분에서 비용절감도 되고 수출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 이번 공연에서 한국 관객들을 위해서 퍼포먼스가 있을지. 예전엔 빅토리아가 한국어로 노래를 불렀다.

리틀 : 보여드릴 수 있는 부분이 제한돼 있다. 작품성을 해칠 수 있는 것은 제재를 가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진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연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것을 구상해두고 있을지 모른다.

리처드슨 : 이번 연출가 같은 경우는 런던 오리지널 팀에서 20년을 있었기 때문에 예전 한국 공연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또 지금은 ‘캣츠’가 변화를 겪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기존 공연과는 새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신선함을 느끼시지 않으실까.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클립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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