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하루’ 변요한, 짐승이 된 남자 “본능으로 연기”

입력 2017-06-09 1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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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변요한은 선배 김명민을 통해 영화 ‘하루’를 접했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2016)에서 정도전과 그의 호위무사 이방지로 호흡을 맞춘 김명민과 변요한. 드라마 촬영 막바지 김명민은 ‘하루’ 후보에 변요한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서 러브콜을 보냈다. 이후 변요한의 ‘하루’ 출연은 성사됐다. 그러나 이는 계기일 뿐, 변요한이 ‘하루’에 합류한 이유는 따로 있다.

“‘육룡이’ 촬영이 없는날 ‘하루’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처음에는 술술 읽히더라고요. 나중에는 읽을수록 복잡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타임루프라는 장르로만 본다면 전작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도 있으니 ‘하루’를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시간이라는 같은 소재에서 시작하지만 다른 메시지를 주는 점이 좋았어요. ‘하루’에 담긴 용서와 희망의 메시지요.”

‘하루’는 매일 눈을 뜨면 딸이 사고를 당하기 2시간 전을 반복하는 남자 준영이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 시간에 갇힌 또 다른 남자 민철을 만나 그 하루에 얽힌 비밀을 추적해 나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준영과 민철은 사건에 뛰어드는 모습이 극과 극이다. 가슴 아픈 비극이 처음 반복되는 날 준영은 기묘한 현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 한 번 더 돌이킨 후에야 이성적인 시선에서 사건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사고에 얽힌 또 다른 인물 택시기사의 번호를 미리 알아두고 그에게 전화를 시도하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한다.

반면 민철은 처음 하루가 돌아왔을 때부터 짐승처럼 달려든다. 오직, 아내를 구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본능’으로 움직이는 남자. 말보다 멱살과 주먹이 먼저 나가는 민철은 필요할 땐 자학까지 서슴지 않고 시도할 정도다.

“준영은 드라마의 밸런스를 잡는 인물이라면 민철은 더 혼란스럽고 긴박하게 만드는 캐릭터예요. 더 패기 있고, 뜨겁고, 집념의 사나이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하루가 반복되다 보니 매순간 연기할 때 헷갈리고 어렵더라고요. 민철의 감정과 압박감이 어느 정도인지 감도 안 잡히고요. 분석보다는 현장에서 본능적으로 연기하고 싶었어요. 계산하지 않고, 본능적인 목표 하나만 보고 갔죠.”


영화에서 다시 만난 김명민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앞선 인터뷰에서 김명민은 변요한의 연기 열정을 극찬하다 변요한이 앰뷸런스를 손으로 내리치다 차량이 움푹 파인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과한 열정에 내가 두려움을 느낄 때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현장에서도 그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저에게는 ‘더 열심히 해라’는 말로 들려서 더 큰 힘이 됐죠. 제가 과감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선배가 많이 배려해주셨어요. 첫 촬영에 선배 멱살을 잡았는데 ‘편하게 잡아라’고 열어주셔서 감정 가는대로 연기할 수 있었어요. 저는 후배로서 선배가 젊었을 때보다 훨씬 더 열정적으로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경험도 적고 배워야 할 부분은 많은 제가 가진 건 뜨거움과 열정이니까요. 앰뷸런스 장면이요? 치고 나서 손은 괜찮았어요. 완충제도 있었고요. 그저 대본에 있는 대로 연기한 거예요(웃음).”

김명민과 합뿐 아니라 택시 기사 강식 역할의 유재명과 벌이는 격투신도 인상적이다. 좁은 택시 안에서 두 사람이 치열하게 벌이는 사투는 보는 사람까지 지치게 만든다. 날 것의 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철저하게 맞춰서 만든 장면이라고.

“잘 짜인 ‘막 싸움’이죠. 유재명 선배와의 첫 촬영이었어요. 드라마 ‘미생’ 이후에 ‘하루’에서 오랜 만에 만난 건데 첫날부터 멱살 잡고 들어간 거죠(웃음). 여러 번 촬영했어요. 저는 넓은 뒷좌석에 있어서 수월했는데 아마 선배가 정말 힘드셨을 거예요. 게다가 말을 하면서 액션을 해야 하니까 되게 힘들더라고요. 사실 이 장면 때문에 ‘하루’를 하고 싶었어요. 민철과 강식과 나누는 대사에 감독님이 전하고 싶었던 ‘하루’의 복잡적인 메시지가 들어가 있어요. 연기하면서도 처음 느끼는 감정을 느꼈죠.”

지난해 여름 누구보다 치열하게 촬영한 ‘하루’를 1년여 지난 6월 15일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쉼 없이 달려온 변요한은 당분간 쉴 계획이라고. 피규어 제작에 푹 빠졌다는 변요한은 “어젯밤에도 하나 완성했다”면서 해맑게 웃었다. 재충전을 마친 후에는 어떤 작품에서 변요한을 볼 수 있을까.

“언제까지 연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 배워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굳이 잘하는 것을 하고 싶지 않아요. 내가 못하는, 경험해보지 못한, 어려운 작품을 하고 싶어요. 학교 다닐 때부터 그런 작품을 하고 싶어 했어요.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작품을 하면 나중에 실제로 극한의 위기가 왔을 때 인생의 노하우와 지혜가 생길 것 같아요. 작품을 통해 많이 배워가고 싶어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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