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토크①] ‘군주’ 김영웅 “조연으로 짧고 길게? 나와는 안 맞아”

입력 2017-07-05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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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토크①] ‘군주’ 김영웅 “조연으로 짧고 길게? 나와는 안 맞아”

간혹 기사에서 어느 배우를 향해 ‘○○ 전문 배우’라고 지칭할 때가 있다. ‘의사 전문 배우’, ‘로코 전문 배우’, ‘악역 전문 배우’ 등의 방식으로 말이다. 이런 타이틀은 분명 어느 역할을 실제 모습과 착각할 만큼 훌륭하게 연기해 낸 배우에 대한 찬사다. 그러나 반면에 누구도 의식하기 못하는 사이에 그 배우의 능력에 한계를 정해놓는 표현이기도 하다.

현재 MBC ‘군주-가면의 주인’에서 양수청장 조태호 역을 맡은 김영웅 역시 위의 방식대로 굳이 분류를 하자면 악역 전문 배우에 속한다. JTBC ‘라스트’에서의 배 중사,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곽한수 형사 역을 맡아 연기한 그다. 결코 악역 전문 배우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다.

“배우에게는 내면에 정말 많은 결이 있어요. 저 역시도 그렇죠. 그런데 감독님들은 많은 결들 중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것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 최근에 악역을 많이 맡지 않았나 생각해요. 하지만 배우로서 악역 외에 좀 더 다양한 걸 표현해 보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이번 ‘군주’에서는 정말 비굴한 악역을 맡았지만 다음 사극에서는 충신 역할도 해보고 싶고 제 스스로 코믹 연기는 정말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비록 이번 ‘군주’에서도 대중은 배우 김영웅의 악역 연기 밖에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가 이 드라마에서 시청자의 분노를 유발하며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데 기여한 것만은 분명하다.

“아무래도 사극이다 보니까 밖에 나가도 제가 그 조태호 역의 배우라는 걸 잘 모르세요. 그래도 확실히 간접적으로 반응이 오긴 와요. 모임에 나간 아내가 ‘군주’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고, 가은(김소현)이 뺨을 때린 다음날 중학생인 딸 친구 다섯 명이 몰려와서 ‘아저씨가 진짜 때린 거에요?’ 라고 물을 때 보면 확실히 반응이 다르다는 걸 느껴요.”

김영웅은 이 작품에서 편수회 대목(허준호)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을 보여주면서 출세를 위해 백성들을 핍박하는 양수청장 역을 맡아 열연했다. 여기에 세자 이선 역의 유승호와도 대립했다. ‘리멤버’ 이후 또 작품 속에서 악연을 맺게 된 그들이다.

“어느 기사에서는 저보고 ‘유승호 전담 악역’이라고 하더라고요. 승호도 ‘군주’ 첫 대본리딩 때 저를 보고 지그시 웃더니 리딩이 끝난 후 다가와서는 ‘선배님 저 좀 그만 괴롭히세요’ 하던데요? 개인적으로 유승호라는 배우와 두 번이나 호흡을 맞춘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었어요. 나이는 어려도 작품을 대하는 태도나 현장에서의 행동을 보면 후배가 아니라 동료로서 대하게 돼요. 다음 작품에도 혹시 승호를 괴롭히는 역으로 만나게 되면 조금 다른 방식으로 괴롭혀 봐야죠.”

배우 김영웅에게 있어 유승호와의 두 번째 만남이라는 개인적인 우연 외에도 ‘군주’는 특별한 작품이다. 극단 생활을 통해 잔뼈가 굵은 그지만 이 작품이 배우 김영웅의 첫 사극이기 때문이다.


“처음 ‘군주’ 대본을 4회까지 받아본 후에 이 조태호 캐릭터는 정말 색깔이 확실해서 제가 아니 누가 해도 본전은 뽑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도 제가 하면 이 확실한 캐릭터에 저 나름대로의 악역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고민을 했어요. 조태호가 사극 캐릭터긴 하지만 워낙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잖아요. 강자에겐 한없이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척하는 건 물론이고 출세를 위해 어느 줄에 서야 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알고 처음 조태호를 만났을 때 ‘이 놈은 절말 비굴한 놈이구나’라는 생각부터 들었어요.”

하지만 김영웅이 조태호를 경멸하면서도 이 캐릭터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 역시 이름조차 없는 단역에서 시작해서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다만 김영웅과 조태호가 다른 점은 같은 출세 지향임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은 자신의 노력으로, 또 한 사람은 편법으로 감투를 썼다는 것 그 차이 뿐이다.

“부산에서 연기를 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을 때는 저 스스로 ‘여기까지는 올라가야 겠다’는 목표로 잡은 지점이 있어요. 지금 이 순간도 제가 정한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의 일부죠. 이왕 이 일을 시작한 만큼 언젠가 한 작품을 책임지는 주인공도 해보고 싶어요. 그러려면 지금보다 훨씬 유명해져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그의 말에서 묘한 위화감을 느낀다. “주연을 하겠다”, “배우로서 유명해 지겠다”는 말들은 그동안 만난 배우들과의 인터뷰에서 자주 들을 수 없었기 때문. 마치 배우는 노골적으로 주연의 자리와 유명세를 노려선 안되는 것인양 다른 배우들이 피해오던 말들을 그는 거침없이 밖으로 꺼냈다.

“어떤 분들은 ‘조연으로서 짧고 길게 가겠다’는 분들도 있죠. 주연 부담이 싫다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조금 달라요. 배우로서 조금이라더 더 많은 모습을 충분히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런 목표를 이룰만큼의 배짱도 없이 부산에서 가족들을 이끌고 상경할 수는 없죠.”

→②편에서 계속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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