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토크③] 김영웅 “김윤석, 송강호의 다큐 같은 일상 연기 좋아요”

입력 2017-07-05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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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토크③] 김영웅 “김윤석, 송강호의 다큐 같은 일상 연기 좋아요”

배우 김영웅의 시작은 어디일까. 다름 아닌 연극 무대다. 그는 꽤 오랫동안 극단 생활을 해왔고 그 곳에서 훈련을 받았다. 그 무대는 김영웅에게 발성과 호흡을 가르친 동시에 경제적인 어려움도 가르쳤다.

그러나 김영웅은 소위 말하는 대학로 출신이 아니다. 그가 연기를 시작하고 떠나온 무대는 대학로가 아닌 부산이었다.

“1988년도에 부산에서 청소년 극단이 하나 생겨서 단원 모집 공고를 봤어요. 당시에 공부에도 취미 없고 늘 말썽만 부리다가 청소년 극단을 모집한다니까 왜인지 모르게 이걸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한 곳에서 많은 걸 배웠고 연극제 나가서 상도 받았어요. 그 때 ‘이걸 해야 겠다. 내가 이걸 잘하는 모양이다’라고 생각한 게 제 배우 생활의 시작이에요.”

그러나 늘 그렇듯 극단 생활은 쉽지 않았다. 서울의 대학로에서도 만만치 않은 연극 배우 생활은 지방인 부산에서는 더 심할 수 밖에 없었다. “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서울 아니면 지방에 극단이 있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고 말할 정도니 그 고충을 미루어 짐작해 본다.


“그런 사정이니 조금씩 배우들이 서울로 떠났죠. 처음에는 굉장히 반감이 컸어요. ‘왜 지방에서는 연극을 못하지’, ‘다 떠나면 누가 부산 연극을 지키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결혼하고 생각이 바뀌었죠. 경제적 이유와 별개로 제가 무대 위에서 보여주눈 연기에 한계를 느꼈죠.”

과거 김영웅과 함께 극단에서 연기를 해 온 이들이 김윤석, 송강호 같은 배우들이다. 그는 “같이 연극을 했던 형들이었다”며 “그 때 참 고민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아무래도 고전을 주로 무대 위에 올리니까 일상적인 말투가 아닌 것으로 연기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그냥 대본에 쓰인 활자를 읽는데만 급급한 거에요. 그 때 김윤석, 송강호 선배들이 ‘왜 우리는 표현을 안하고 글만 읽고 있는거냐’고 고민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그 분들이 서울로 떠났죠.”

그 때의 고민이 바로 김영웅이 지향하는 연기관을 형성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다큐 같은 연기’ 혹은 ‘옆 집에서 불쑥 튀어나와 던지는 한마디가 연기가 되는 순간’을 바라는 것도 과거의 고민을 통해 얻은 결과다.

그래서 김영웅은 배우와 배역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다고 믿는다. 좋은 연기는 배우의 실력과 함께 그가 살아온 인생과 결코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고도 말한다.

“톱의 위치에 있는 김윤석, 최민식, 설경구, 송강호 선배들도 결국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지금처럼 각자의 스펙트럼이 확실한 연기를 보여주는 것 아닐까요? 배우는 결국 배역이라는 가면을 쓰지만 그건 결국 유리 가면 같은 거에요. 자신도 모르게 실제 모습이 투영될 수 밖에요. 그래서 배우의 실제 삶도 굉장히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그도 때로는 악역에 심취한 나머지 일상에서도 영향을 받곤 한다. 그럴수록 김영웅은 배역을 비우고 다시 채우는 과정에 집중하며 그의 일상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애쓴다.

“연기에 체력만큼 중요한 것이 마인드 컨트롤인 것 같아요. 때로는 작품을 만나 배역을 창조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지만 그럴 때일수록 자기를 잘 컨트롤 하고 있어야 하죠. 그래서 전 쉴 때 영화도 많이 보고 책도 많이 읽으려고 해요. 배우로서도, 자연인으로서도 좋은 삶을 살고 싶어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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