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①] 유승호 “배우 하기 싫었다…최소한의 도리”

입력 2017-07-22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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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배우는 연기로 말한다’고 한다. 어쩌면 유승호는 이 격언에 가장 잘 맞는 인물일지도 모른다. 어디선가 목격담이 흘러나오기는커녕 그 흔한 SNS 계정도 가지고 있지 않다. 오로지 자신이 맡은 캐릭터만 가지고 대중과 소통하며 전달하고 싶은 바를 표현한다.

최근 종영한 MBC ‘군주-가면의 주인’ 역시 유승호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겨있는 작품이다. 역경을 딛고 오로지 백성들을 위한 군주로 거듭나는 과정을 이 드라마에서 유승호는 세자 이선 역을 통해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전(前) 대통령님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많은 분 들이 SNS를 통해 자신의 의사표현을 했었잖아요. 그걸 보면서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뭔가를 말하고 싶었어요.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나라가 이렇게 된 것은 당신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대사가 나와요. 마치 저한테 그 말을 하는 것 같았어요. 그 후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서 국민들이 바라는 리더가 이런 것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죠. 그게 국민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했어요.”


유승호가 바랐던 대로 ‘군주’ 속 그의 모습은 백성을 보듬고, 부패한 기득권 세력을 뿌리 뽑는 왕의 모습을 갖췄다. 결말에 이를 때까지 세자 이선은 늘 성장하고 변화했다. 그만큼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유승호에게는 많은 과제들이 동시에 주어졌다.

“시청자 분들이 세자를 보면서 ‘답답하다’고 하셨던 것은 저도 알고 있어요. 세자가 극 중에서 어느 사건을 통쾌하고 시원하게 해결하는 건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것들은 역시 어벤져스 같은 슈퍼 히어로가 아니면 힘들죠. 거기다가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의 캐릭터들은 전부 명확하게 선악으로 나누기 힘들다고 느꼈어요. 정답도 없고 애매했다는 느낌? 그래서인지 연기를 할 때도 조금 애매했었죠.”

그럴 때마다 그를 지탱한 것은 역시 ‘군주’에서 함께 한 동료들이었다. 유승호는 이선 역의 엘, 가은 역의 김소현 등을 비롯한 많은 주변 인물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었다. 극 중의 모든 사건은 세자를 중심으로 돌아갔고, 세자가 없는 장면에서조차 그의 행동에 영향을 받았다. 그만큼 작품 자체와 시청자 모두 유승호에게 거는 기대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배우들과 친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처음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후반부에 펼쳐질 일들이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죠, 그래서 더 웃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죠. 그러다보니 친해지기 위해 명수 형과 고양이 이야기도 하고 소현이에게 장난도 많이 쳤고요.”


그 결과 ‘군주’는 방송되는 내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는 물론, 유승호의 연기력을 재확인한 작품이 됐다. 종영 후 숙면과 친구들을 만나는 것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지만 유승호의 시선은 벌써부터 다음을 향해 있다.

“군 제대 후에 ‘조선 마술사’, ‘봉이 김선달’이 흥행 면에서 힘들었잖아요. 그 때는 역시 ‘내가 무엇을 해야 잘될 것인가’를 고민했어요. 흥행 여부에는 분명 배우의 탓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군주’가 끝나고 난 지금은 ‘어떻게 해야 이 작품만큼 잘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가 고민이네요. 그리고 문득 ‘군주’ 속 세자의 상황이 ‘리멤버’ 때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제가 편하게 생각하는 것 위주의 연기만 하는 건 아닌가 싶더라고요.”

유승호는 그의 지난 선택을 되돌아보며 “개인적 사정이 깊은 캐릭터가 연기하기에 재밌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제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자신을 시험해 볼 의사도 가지고 있다.

“사실 어렸을 때는 이 일을 싫어했어요. 일의 재미를 느낀 건 얼마 되지 않아요. 한 컷 한 컷이 모여서 하나의 신(scene)이 되고 그것들이 쌓여서 작품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게 참 소중해요. 특히 이번 작품에선 저의 행동 하나가 드라마에, 시청자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걸 느꼈어요. 이렇게 배우가 되어가는 거겠죠?”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산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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