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짱구는 못말려’ 하시모토 감독 “‘짱구’는 영원한 내 히어로”

입력 2017-07-20 16: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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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째 변함없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짱구가 25주년 기념 극장판으로 돌아왔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습격!! 외계인 덩덩이’로 지난 4월 일본에서 개봉한 후 태평양을 건너 한국 관객들을 만나러 왔다.

이번 극장판에는 안드로메다를 넘어 저 먼 우주에서 온 새 친구 ‘덩덩이’와 함께한다. ‘짱구=엉덩이’ 공식답게 ‘덩덩이’는 이름도 모습도 엉덩이를 연상케 하는 요상한 캐릭터다. 덩덩이가 쏘는 ‘꼬마꼬마 파워’로 인해 짱구의 엄마와 아빠는 25년 전 아이의 모습이 된다. 이를 되돌리기 위해 덩덩이와 짱구 가족은 덩덩이의 아버지를 찾아 떠난다.

이 과정을 하시모토 마사카즈 감독이 연출을 맡아 긴장감 있는 어드벤처로 그려냈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폭풍을 부르는 정글’(2000)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태풍을 부르는 황금스파이 대작전’(2011)의 콘티를 담당했던 하시모토 마사카즈. 그는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엄청 맛있어! B급 음식 서바이벌!’(2013)과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나의 이사 이야기 선인장 대습격’(2015)를 연출했다. 특히 ‘나의 이사 이야기 선인장 대습격’은 일본에서만 흥행 수익 22억9000만엔을 기록해 역대 짱구 시리즈 최고 흥행장에 등극했다. 2016년 일본 영화 비평가 대상과 애니메이션 부문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습격!! 외계인 덩덩이’는 하시모토 마사카즈가 선보이는 세 번째 짱구 연출작이다. 어른과 아이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유머 포인트와 더불어 지난 스물네 편의 극장판 아이템을 곳곳에 숨겨 놨다. ‘극장판 짱구’의 팬이라면 군중 속 월리를 찾듯 극장판 아이템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하 하시모토 마사카즈와의 일문일답>


- 이번 25주년 극장판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25주년이라고 해서 특별히 소재나 캐릭터를 바꾸는 건 짱구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가장 짱구답게, 평소 모습대로 만드는 것에 중점을 뒀다. 그렇다고 그냥 지나가기에는 섭섭하니까 24주년 작품까지 나온 캐릭터를 이번 작품에 포함했다. 그간의 캐릭터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를 보는 재미이기도 하다. 극장판 한 편당 한두개의 캐릭터나 아이템이 곳곳에 나온다.


- 예를 몇 가지 든다면.

맹구(일본 이름 보우)가 키홀더를 꺼내는 부분이라든가. 서커스 장면에 관객들 사이에도 지난 극장판 속 인물들이 등장한다.


- 한국 지도와 전라도 사투리 등 한국 관객들을 배려한 장치가 눈에 띄더라.

내가 지시한 것은 아니다. 한국판으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한국 스태프가 결정한 것 같다. 일본판에는 일본 지명이 나온다. 한국판에서는 아무래도 한국 관객들이 익숙한 설정으로 바꾸는 작업을 거쳤을 것이다.



- 덩덩이 캐릭터의 기묘한 외형은 어떻게 탄생했나.

디자인 담당자에게 ‘너무 귀엽게는 만들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겉으로 보이는 귀여움 때문이 아니라 점점 알아가면서 캐릭터를 좋아할 수 있도록 그리고 싶었다. 과정이 중요하니까. 여러 디자인 가운데 엉덩이 모양으로 생긴 모습이 내 생각과 일치했다. 그림을 만든 뒤에 이름을 이름을 정했다.


- 덩덩이의 성격이 어쩌면 민폐나 밉상으로 보일 수 있는데.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덩덩이는 나쁜 아이가 아니다. 그는 필사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때 주변을 배려하지 않는다. 그런 아이 같은 모습이 나쁘게 보일 수는 있다. 순수하고 좋은, 착한 아이다.


- 짱구 엄마와 아빠가 아이로 돌아가는 설정은 왜 만들어졌나.

‘꼬마꼬마 파워’를 맞은 후 짱구 부모님은 25년 전 아이의 모습이 된다. 특히 짱구 엄마는 4살로 짱구보다도 더 어려진다. 첫 번째로 엄마와 아빠 간의 나이 차로 인해 엄마와 아빠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하고 싶었다. 두 번째 이유는 어른이 아이로 변하는 것 때문에 여행의 난이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어른의 눈이 아닌 아이의 시선으로 아이의 세상을 바라보는 것 또한 목적 중 하나였다.



- 짱구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인기 많은 캐릭터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본인이 말하고 싶은 것을 다 말할 수 없지 않나. 자유롭게, 자기 멋대로 살 수 없다. 그러나 짱구는 자유분방하게 멋대로 사는 캐릭터다. 짱구를 통해 대리만족하는 부분이 있기에 어른들도 좋아하지 않나 싶다.


- 일본에서 짱구는 어떤 위치인가.

국민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방송으로 치면 훨씬 더 오래된 캐릭터다. 앞으로도 불멸의 캐릭터를 이어갈 것이다.


- 하시모토 마사카즈 감독에게 짱구란.

짱구는 나에게 ‘영웅’ 같은 존재다. 짱구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모든 사람이 해줬으면 하는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내가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것을 짱구를 통해서 할 수 있었다. 그는 나에게 ‘영웅’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머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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