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크①] 성우 박영남 “‘짱구’는 내 분신이자 건강의 비결”

입력 2017-07-26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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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51년차 박영남(70)은 자타공인 베테랑 성우다. 그의 이름은 모를 수 있으나 대한민국에서 박영남의 목소리를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사람은 단언컨대 없을 것이다. 70대에도 현역 성우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박영남. 그의 대표작은 ‘날아라 슈퍼보드’ 손오공, ‘아기공룡 둘리’의 둘리, ‘짱구는 못말려’의 짱구, ‘개구리 왕눈이’의 왕눈이, ‘원피스’의 쵸파 정도가 되겠다. 특히 ‘짱구는 못말려’ 짱구는 1998년 TV로 방송된 극장판부터 지금까지 거의 대부분(2012년 휴식기 제외)의 시리즈를 도맡아 소화해왔다. 우리가 아는 짱구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박영남이다.

“작업할 때마다 완전히 짱구가 되어서 녹음해요. 저도 그런 힘이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짱구를 녹음할 때는 힘 있고 즐겁게 하게 되더라고요. 내 나이를 생각하지 않게 되죠. 평소에도 ‘나는 짱구다’하고 살아요. 동네에서도 다들 ‘형님~’ 말고 ‘짱구 형님~’이라고 부른답니다. ‘박 여사’보다 ‘짱구 형님’이라고 불리는 게 더 좋아요.”

박영남은 매주 수요일 투니버스에서 방송되는 ‘짱구는 못말려’ 시즌17의 짱구 역할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벌써 20년 가까이 함께해온 ‘5살 꼬마’ 짱구는 박영남에게 아들 같고 손자 같은 존재다. 20일 개봉한 극장판 25주년 기념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 습격!! 외계인 덩덩이’에서도 짱구 목소리를 열연했다. 박영남은 극장판 짱구 시리즈물 가운데 이번 작품을 ‘베스트’로 꼽았다.

“이번에 나온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 습격!! 외계인 덩덩이’를 극장판 중에서 제일 재밌게 봤어요. 내용이 밝아서 정말 좋더라고요. 원래 고난과 역경이 많거나 어두침침한 분위기의 작품은 좋아하지 않아요. 이전 짱구 시리즈도 물론 밝았지만 이번에는 특히나 모험하는 과정이 신 나고 재밌더라고요. 가족과의 정, 친구들과의 정, 외계인 덩덩이와의 정이 다양하게 그려지는 점도 좋고요. 희로애락이 다 담긴 작품이죠.”


놀라운 점은 약 20년 전 첫 극장판 시리즈물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액션가면 대 그래그래마왕’ 속 짱구 목소리가 지금도 변함없다는 것이다. 사람의 목소리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지만 그럼에도 분명 놀랍다. 특별한 유지 비결이 있을까.

“글쎄요. 좋은 약을 따로 먹는 건 아니에요(웃음). 목소리를 위해서 따로 노력하는 부분은 없어요. 긍정적인 마인드 덕분이 아닐까요? 항상 가만히 있는 성격이 아니에요. 누군가가 있으면 대화하고 혼자 있을 때는 노래해요. ‘과수원길’ 등 동요를 좋아하거든요. 제 목소리로 안 부르고 캐릭터 목소리로 부르곤 하죠. 뭐든지 다섯 살 짱구와 함께 하다 보니 소리가 안 변하는 것 같아요. 다 짱구 덕이죠.”

‘짱구=나 자신’일 정도로 ‘짱구 사랑’이 지극한 박영남이지만 한때 잠시 짱구의 곁을 떠나기도 했다. 건강상의 이유였다. 건강관리에 있어서 철저한 박영남지만 2012년 위염으로 인해 잠시 휴식했다. 박영남의 ‘짱구’ 하차는 당시 팬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동료들과 제작진에게 티는 안 냈지만 몸 상태가 안 좋았어요. 소리를 내다가도 헛구역질이 올라오더라고요. ‘짱구’의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쉬기로 결정했어요. 저는 한 번 하는 거면 완벽하게 해야 하는 사람이거든요. 제가 쉰다고 하니 전화가 빗발치듯 오더라고요. 짱구 엄마 역할의 강희선 성우도 ‘같이 하자’고 얼마나 전화가 왔는지…. 팬들도 많이 걱정해줘서 미안하고 고마웠어요. 사람들이 이렇게 짱구에 관심을 많이 주는 줄 몰랐죠. 건강관리를 잘해서 빨리 돌아와야겠다 싶었죠.”


박영남은 한 차례 쉼표 후 현재 더욱 힘차게 달리고 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짱구와 함께다. 건강을 염려하는 팬들에게 박영남은 ‘힘 있는’ 메시지로 우려를 불식했다. 긍정적인 마인드와 활동적인 일상, 오고가는 칭찬을 통해 건강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아침에 산책을 한 두시간씩 해요. 일찍 자고 일어나 규칙적인 생활을 하죠. 성우는 소리 내는 직업이잖아요. 하다 보면 기가 빠지거든요. 그럴 땐 동료들과 서로 ‘기분 좋은 말’을 주고받으며 에너지를 채워요. 한 번은 많이 피곤한 상태였는데도 ‘국보급 목소리’라는 말을 듣고 전율을 느꼈어요. 칭찬은 사람을 지치지 않게 만드는 것 같아요. 하나 더, 짱구를 연기하면서 스스로도 밝아지고 짓궂어졌어요. 고민을 해도 오래 하지 않고 빨리 식히죠. 긍정적인 마인드도 건강 유지 비결 중 하나예요.”

그렇다면 우리는 박영남의 ‘짱구’를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그에게 언젠가 찾아올지도 모르는 이별의 시기를 물었다. ‘네버 엔딩’이라는 동화 같은 답이 돌아왔다.

“짱구는 제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분신 같은 존재예요. 제가 힘이 있는 날까지 짱구와 함께해야죠. 영원히 짱구를 하고 싶어요. 사인을 할 때도 ‘영원한 짱구’라고 쓰거든요. 짱구는 영원할 거예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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