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박민영 “자기복제 슬럼프, 아직도 연기에 목말라요”

입력 2017-08-13 08: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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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①] 박민영 “자기복제 슬럼프, 아직도 연기에 목말라요”

히딩크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전 진출 후 “나는 아직도 목마르다”는 말로 이탈리아 전을 앞둔 각오를 전했다. 성실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11년차 배우 박민영이 히딩크 감독의 말을 빌려 연기에 대한 갈증, 욕구, 더 정확하게는 간절함을 표현했다.

“몇 년 동안 캔디 캐릭터에 국한된 역할을 했었어요. 물론 캐릭터마다 색깔을 다르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더라고요. 자기 복제를 한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나는 이런 거 말고도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면서 배우로서의 자존감이 떨어져 있었죠. 캔디가 아닌 다른 감정을 쏟아내고 싶었어요.”

때마침 만난 작품이 KBS2 드라마 ‘7일의 왕비’였다. 박민영은 드라마 시놉시스를 접하자마자 생각했다. “쏟아낼 수 있겠다”고.

“‘죽을 힘을 다해 연기하겠다’고 밝히고 들어간 작품이 '7일의 왕비’이었어요. 그 약속을 지킨 것 같아서 아쉬움은 남지만 후회하진 않아요. 잘 해내고 싶었고 어쩌면 스스로에게 한 말일지도 몰라요. 모든 걸 다 쏟아 내보자!”


그동안 연기를 하면서 수많은 눈물을 흘려봤지만 ‘7일의 왕비’에선 눈물의 깊이가 달라야만 했다. 단순히 연인과 헤어져서 흐르는 눈물이 아닌, 생사의 갈림길에서 혹은 부모님이 나의 실수로 죽음에 이른다든지 쏟아내야하는 감정이 묵직했고 박민영은 “소녀의 눈물이 아닌 여인의 눈물이어야했다. 도전이었다”고 정리했다.

“시청자분이 쓴 글을 봤는데 ‘7일의 왕비’가 아니라 ‘7리터의 눈물’이라고 제목을 바꿔주셨더라고요. 그 정도로 눈물을 많이 흘렸어요. 근데 피부가 여린 탓에 알레르기 약까지 먹어가면서 촬영했습니다. 나중에는 화장이 다 지워져서 민낯으로 그냥 찍기도 했어요. 연우진 오빠가 ‘볼 빨간 거 말고는 괜찮아. 예뻐’라고 해줘서 ‘예쁘다는 건가? 그럼 됐다’라고 위안 삼았었어요.(웃음)”

하지만 ‘7일의 왕비’는 박민영이 쏟은 열정과는 반비례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평균 7~8%대였고 다행히 동시간대 2위로 탄력 받으며 마무리됐다. 이에 대해 박민영은 “기대에 미치진 못했지만 털어냈다”고 주인공으로서의 책임감을 언급했다.

“‘7일의 왕비’는 정해져 있는 새드 엔딩이었죠. 일본드라마 ‘1리터의 눈물’도 마찬가지였는데 저는 그 드라마를 정말 재미있게 봤거든요. 솔직히 새드 엔딩이 진입 장벽이란 생각을 못했었어요. ‘7일’을 뺐어야 했나요? 그냥 ‘왕비’로 했다면요? (웃음) 또 저희 드라마가 앞에 아역 분량이 2주였거든요. 시청률 흐름을 알고 촬영을 했었고 갑자기 성인 배우들이 등장한다고 해서 시청률이 가파르게 오를 수도 없는 거잖아요. 어느 정도는 마음의 준비를 했었죠. 상심할 뻔 했지만 후발주자였고 제가 흔들리면 안 되니까 다 털어내고 ‘괜찮다’면서 다녔어요. 초월하니까 연기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그는 “플랜B를 이루고자 노력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나를 믿어줘서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7일의 왕비’를 비롯해 ‘힐러’ ‘영광의 재인’까지 박민영은 이정섭 감독과 세 작품을 함께 했고 이정섭 감독 역시 “민영이는 걱정하지 않아. 알아서 해”라고 박민영을 신뢰했다.

“저는 언제부턴가 플랜 B,C를 생각하고 행동하게 됐어요. 그래, 시청률이 낮으면 연기, 드라마에 대한 좋은 평가를 들어보자가 제 플랜B였죠. 신기하게도 우리 팀 모두가 비슷한 생각이었나봐요. 대사 NG내는 사람도 없었고요 시청률에 연연하기 보다는 다들 너무 행복하게 촬영했어요. 오히려 종영 때는 2등을 해서 저희끼리 ‘4회 연장했어야했느냐’며 행복해했죠. 종방연 끝나고 댓글을 보기 시작했는데요. 저에게 모든 질타가 쏟아질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열심히 했다’는 글이 꽤 보여서 다행이었습니다.”


박민영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7일의 왕비’는 11년차 배우 박민영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었다. 그는 “히딩크 감독은 아니지만 나는 아직도 목마르다. 도전하고 싶다”고 향후 활동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2006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데뷔한 후 현재까지 11년 연기 활동을 하면서 느꼈을 감

“연기 갈증이 조금은 풀렸어요. 제가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데뷔했는데 그렇게 웃음을 드릴 수 있는 작품을 또 해보고 싶어요. 꼭 진중해야만 연기는 아니잖아요. 망가지는 역할을 정말 잘 할 수 있거든요. 저란 사람 자체가 눈물보다는 웃음에 더 가깝기도 하고요. 코미디를 못할 거 같다는 이미지가 있나봐요. 전혀 아닙니다. 또 영화는.. 현실적으로 남자 캐릭터가 더 매력적인 영화가 많기도 하고, 드라마계에서 제가 더 환영 받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서른 살이 넘다보니 영화 쪽으로도 욕심이 나더라고요. 회사에 작은 역할이라도 괜찮으니 도전해보고 싶다는 제 뜻을 전하기도 했죠. 아마 조만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문화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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