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토크①] 전인권 “대표곡 ‘걱정말아요 그대’, 난 표절 안 해요”

입력 2017-08-16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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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전인권,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베테랑토크①] 전인권 “대표곡 ‘걱정말아요 그대’, 난 표절 안 해요”

무려 30년이다. 전인권은 ‘아마존’이라는 카바레에서 낮에 통기타를 치며 18세에 처음 무대를 경험했다. 이후 7년 뒤 ‘맴도는 사랑’으로 정식 데뷔한 후 들국화 등 팀을 떠나 솔로로 활동한지만 30년이 됐다. 그의 음악은 이미 한국 대중음악 역사의 한 획을 그었고, 후배들에 의해 리메이크되며 세대를 거쳐 자리 잡고 있다. 들국화와 전인권밴드의 열혈 팬인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최근 전인권은 촛불 집회와 tvN 드라마 ‘응답하라1988’ OST ‘걱정말아요 그대’로 어린 친구들에게 각인된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전인권은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데뷔했을 때만해도 30주년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30대가 끝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노래 부르는 내 모습이 40대, 50대에도 어울리더라. 다행이다”라고 30주년 소감을 전했다.

“문제가 많이 있었던 사람이고 저는 직접 강물에 뛰어든 삶을 살았어요. 절대 돌아오지 않았죠. 학벌은 달리지만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았고 성실하게 일을 해왔습니다. 그렇게 살지 않았으면 지금의 저는 망가져있었을 거예요.”

지난해 국정농단사태로 촉발된 촛불집회에서 애국가와 ‘걱정말아요 그대’를 부르며 국민들을 위로했다. 하지만 이후 위로곡 ‘걱정말아요 그대’는 독일밴드 블랙푀스 노래와 비슷하다는 표절 시비에 휘말렸고 비슷한 시기에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안철수를 칭찬하며 적폐가수로 공격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전인권에게는 강물에 온몸을 던질 수 있는 베짱이 여전히 내재돼있었다. 정치와의 의도치 않은 편가르기와 표절 시비에도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다.

“비록 가수지만 정치인으로서 어떤 사람이 마음에 든다는 것 정도는 말할 수 있지 않나요?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게 아니에요. 모두가 후보에 대해 판단을 하듯 저 역시 그랬던 것뿐이죠. 크게 이슈화 돼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때의 분노가 이후 논란으로까지 이어진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정확하게 ‘걱정말아요 그대’ 표절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게 팩트고요. 노래의 성격 자체가 다르거든요. 표절 시비가 일었던 독일 밴드를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 밴드도 갑자기 유튜브 조회수가 껑충 올랐더라고요. ‘지나간 것은~’ 부분만 독일 노래와 비슷하고 이후 전개는 전혀 달라요. 일부분만 모아놓고 표절이라고 하면 안 되죠.”

그는 ‘걱정말아요 그대’를 자신의 대표곡으로 꼽으며 표절 의혹 이후의 행보를 귀띔했다.

“‘걱정말아요 그대’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이자 저의 대표곡입니다. 저는 이혼 후 우울증을 앓았고, 내 파트너가 없어지자 나라는 사람도 없어진 기분이었어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라는 가사처럼 제 인생도 다 의미가 있더라고요. 독일의 한 지인으로부터 ‘표절 논란에 신경 쓰지 않는다. 음악으로 소통하자’는 취지의 블랙푀스 측 메시지를 전해 받았어요. 현재 닐 영, 스콜피온스 등과 한국 비무장지대 DMZ에서 평화콘서트도 열 계획을 만들고 있고요.”

가수 전인권,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도 전인권을 알아본 팬들이 그에게 사진 촬영과 사인 요청을 해왔다. 전인권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나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다르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감사하게도 나를 외면하는 사람이 없다”고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이야기했다.

“예전처럼 그대로 나를 반겨줘요. 마음 약한 가수들이 있는데 그것에 속으면 안 됩니다. 특히나 곡을 쓰는 사람들은 마음이 더 아프거든요. 음표를 달고 세상을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섬세한 일이잖아요. 특히 록 밴드, 록가수들은 발라더보다 더 여려요. 밴드 합이 맞아야빛이 나는 작업이니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거든.”

더불어 “‘걱정말아요 그대’ (표절) 논란 역시 듣는 분들이 판단해 주실 것. 자신 있기 때문에 상처 받지 않았다”며 “폭넓은 사랑, 인류애를 느껴주신다면 감사할 뿐”이라고 거듭 곡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제 전성기는 작년, ‘걱정말아요 그대’를 촛불집회 현장에서 불렀던 때라고 생각해요. 정말 근사했죠. 내게 광화문은 역사와 같습니다. 제가 2010년, 1년 정도 정신병원에 들어가 있었는데 당시 방송국에 ‘전인권이 죽었다’ ‘전인권이 폐인됐다’ 등 소문이 돌았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그 병원에서 2~3일에 한 번씩 흘러나왔던 노래가 ‘걱정말아요 그대’이기도 해요. 정말 큰 힘이 됐었죠.”

전인권은 자신의 진심을 전하고 음악 인생 30년을 되돌아보는 소극장 공연을 진행 중이다. 8월 8,9,10일에는 ‘사랑’을 주제로 공연했으며 오는 8월 18,19,20일에는 ‘평화’를 주제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다.

그는 “지금 가장 큰 걱정은 티켓파워다. 가수에겐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공연이든 최선을 다할 것이다. 논란 이후에도 내 밴드 멤버들 아홉 명 모두 나를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더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며 “들국화 첫 공연 때 7명 앞에서 노래했었다. 관객만 있다면 만족할 때까지 할 것이다. 큰 문제는 없다”고 새 출발을 다짐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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