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토크②] 이외수 “작가면 글만 쓰라고? 로봇 되라는 이야기”

입력 2017-08-30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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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토크②] 이외수 “작가면 글만 쓰라고? 로봇 되라는 이야기”

이외수 작가는 앞선 인터뷰에서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종종 언급했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비주류로 분류되고 다시 타의에 ‘종북 좌파’로 낙인찍혀온 그의 지난 삶은 분명 외로움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런 그가 세상과 소통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이 바로 SNS였다. 어쩌면 이외수 작가는 이 시대의 많은 작가 중 가장 SNS를 많이 그리고 잘 활용한 사람 중 한명일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Q. 왜 과거의 당신은 사람을 사귀는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었던 걸까?

A. 많은 사람들은 자기 눈에 보이는 것을 믿는다. 그러다 보니 내 겉모습을 보고 나를 신뢰하지 않은 것 같다. 난 솔직하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운동도 할 수 있고 그림도 그릴 수 있다고 말을 해도 그걸 믿지 않더라. 직접 보여드리면 믿는 분도 종종 있긴 했지만.


Q. 이런 관계 형성의 어려움 때문에 SNS를 시작하게 된 것일까?

A. 아까 말한대로 자신의 눈으로 보고 확인을 해야 믿는 분들과 달리 SNS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무한한 상상력으로 상대를 판단하게 되는 공간이다. 그것이 내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또한 글로 다가가야 하는 공간이어서 내가 호감을 사기에는 좋은 환경이었던 것 같다.


Q. 그동안 SNS에서 청년들을 위한 발언과 별개로 정치적 발언들을 해서 문제가 되곤 했다.

A. 예나 지금이나 난 가식보다는 진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가 SNS에서 그동안 사회에 대한 부패나 악습에 대해서 직언을 해왔다. 그런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그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방산비리 같은 것은 국가를 위기에 빠뜨리는 중대한 범죄다. 맹렬히 지탄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정치적 잣대로 바라보는 자들은 나를 종북 좌파라고 하고 사회적 활동도 못하게 올가미를 씌우는 정치적인 작태는 앞으로 없어져야 한다.



Q. 문화계 블랙리스트 이야기도 있고 사찰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것이 무서운 이유는 역시 자체검열을 하기 때문 아닌가.

A. 맞다. 소위 ‘알아서 기게 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젊을 때는 그럴 수도 있다. 젊을 때는 삶의 무기를 많이 갖추지 못하는 시기이고 그러면 불안할 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비굴하게 남의 눈치를 봐야 겠느냐.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지기 위해서 사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다운 행동을 못할 때는 불행해지는 것이다. 절대 행복할 수 없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나 체제 속에서 인간은 불행해 진다.


Q. 작가 뿐만 아니라 개인으로도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가치일 것 같다.

A. 어떤 분들은 내게 '당신이 소설가라면 소설을 써야지. 왜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느냐‘고 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곧 등산가는 산만 올라가고 식당 하는 분은 음식만 만들라는 이야기다. ’본인의 일 외에 아무것도 관심 갖지 말라‘는 것은 기계가 되라는 이야기와 같다. 차라리 그런 분들은 로봇을 구입하시길 권유한다. 작가에게 오로지 글만 쓰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사고다. 마치 뇌를 빼놓고 사는 이들이 할 말이다.

→③편에서 계속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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