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VIP’ 박훈정 감독 “‘신세계2’ 나도 하고 싶다…계속 얘기 중”

입력 2017-09-08 15:25:00

박훈정 감독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영화 ‘신세계’가 따라붙는다. ‘신세계’는 그의 연출 대표작이자 한국 느와르 영화의 대표작으로도 꼽히는 수작이다. 느와르와 수컷 냄새 물씬 풍기는 작품들을 진득하게 연출해온 박 감독은 스스로도 ‘느와르 매니아’라 자부한다. “멜로 영화는 어때요?”라는 기자의 말에 웃으며 전혀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전작 ‘신세계’가 경찰과 깡패들의 치열한 심리전 그리고 그 안의 묘한 브로맨스를 그렸다면 이번 ‘브이아이피’는 뜨겁다기보다 서늘하다. 국정원과 형사, 북한의 보안성 요원과 북에서 온 사이코패스 살인마 VIP의 공방전을 다뤘다. 이들은 단절된 관계 속에서 각자의 이득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심리전이 긴장감을 자아낸다(관객에 따라 갈등 구조가 단순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국정원 요원은 장동건이 경찰청 형사는 김명민이 더불어 공작원은 박희순이 맡았다. 당초 박 감독이 신인 배우로 계획했던 VIP 김광일은 청춘스타 이종석이 연기했다. 남자 영화 잘 만들기로 소문난 박훈정 감독과 네 배우의 호흡은 어땠을까. 박 감독을 만나 ‘브이아이피’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Q. ‘브이아이피’의 시작은 언제부터인가요.

A. 영화에 대한 메모는 오래전부터 해왔었죠. 본격적으로 구상한 건 2016년 3~4월 즈음이요. ‘북에서 중요한 인물을 모셔왔는데 괴물’을 토대로 국가 공권력이 더해졌을 때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한 번 만들어봐야겠다 싶었어요. 하지만 원래는 영화 말고 책으로 쓰려고 했었어요. ‘대호’ 이후에 정신적인 방황을 하면서 영화와 연출에 대해 고민이 많았거든요.


Q. 정신적의 방황의 이유는 ‘흥행 실패’ 때문인가요.

A. ‘대호’는 첫 블록버스터였고 모든 대중을 만족시켜야 했어요.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았죠. 저에게는 버거웠어요. 한국 영화 시장의 상황이 제 성향과 맞지 않는다는 고민이 되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는 ‘장르물’인데 대중적이지 않거든요. 장르물은 매니아를 위해서 만들면 되죠. 대중을 만족시키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브이아이피’를 만들면서도 그 고민은 여전했어요. 일반 관객들은 ‘세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장르 매니아들이 보기에는 아쉬울 거예요. 가운데서 줄타기를 잘 해야 하는데 제가 그럴 능력이 되는지 고민이 많았어요. 걱정이 많이 되네요.



Q. 영화가 다 끝난 후에도 프롤로그에서 김광일이 여학생을 살해하는 장면이 잔상으로 남더라고요. 그만큼 강렬했어요.

A. 그 장면을 두고 연출적인 고민이 많았어요. 폭력적이니까 멀찍이서 먼 화면으로 처리할까 싶기도 했죠. 소녀에게 있어서는 지옥도인 상황이잖아요. 여성 관객들에게는 좀 더 공포로 다가올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김광일 무리의 악행을 영화에서 한 번은 보여줘야 했어요. 그래야 이후 이들이 처벌을 받을 때 응징이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Q. 배우 캐스팅도 화제가 됐어요. 누가 제일 먼저 캐스팅됐나요. 연출 데뷔작 ‘혈투’를 함께한 박희순인가요.

A. 네. 박희순에게서 가장 먼저 답이 왔어요. 이종석은 먼저 연락이 왔어요. 원래 김광일 역할에는 신인급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했어요. 꽃미남에 이미 스타인 기존 배우들이 하려고 할 것 같지 않아서 생각을 안 하고 있었죠. 그런데 이종석은 배우로서 욕심이 있는 친구더라고요. 제가 ‘너는 배우로서, 나는 연출자로서 둘 다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 네 스타 이미지에서 악역을 만들어야 하는데 나는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죠. 처음 만났을 때부터 역할에 딱이라고 생각했어요.

김명민은 예전부터 같이 작업해보고 싶었어요. 사람들은 ‘하얀 거탑’(2007)을 이야기하지만 저는 ‘뜨거운 것이 좋아’(2000) 때부터 봐왔어요. 조연인데도 그 배우만의 느낌이 있더라고요. ‘언젠가 꼭 같이 해보겠다’ 마음먹었죠.


Q. ‘신세계’ 박성웅의 출연이 반갑더라고요.

A. 박성웅이 연기한 캐릭터가 닳고 닳은 중견 간부잖아요. 능글맞은 느낌이 딱일 것 같아서 제안했어요. 연기할 필요가 있나요.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되는 거거든요(웃음). 박성웅이 특별출연이냐 우정 출연이냐 묻더라고요. ‘특별한 우정’으로 정리했어요.



Q. [박훈정 감독=느와르]가 공식 같아요. 특별히 느와르 장르를 선호하시나요.

A. 느와르도 카테고리 안을 보면 종류도 성격도 다양해요. ‘신세계’는 정서적 브로맨스가 있는 작품인데 ‘브이아이피’는 차갑고 드라이한 느와르예요. 저는 인물들 간에 감정적인 교류가 없는 이런 스타일의 느와르를 하고 싶었어요. 느와르 안에서 세분화하는 작업을 해나가고 싶어요. ‘브이아이피’를 통해 제가 하고 싶던 것을 풀어냈긴 했는데 걱정은 많아요. 남들이 안 하는 것을 자꾸 하다 보니 지치네요. 쉬운 길을 가볼까….


Q. 차기작 ‘마녀’는 어떤 작품인가요.

A. 전복(顚覆)에 대한 영화예요. 실험적인 작품이에요. 이제 실험은 ‘마녀’까지만 하려고요.


Q. ‘신세계2’를 기다리는 관객들이 많아요.

A. 그건 투자 배급사에 물어봐야할 것 같아요. 진행과 모든 권한이 그곳에 있거든요. 재작년부터 계속 얘기 중이고 협의 중이에요. 작품에 대한 메모는 많이 해뒀어요. 스핀오프로도 하고 싶고 그리고 싶은 이야기는 많아요. 저도 ‘신세계2’ 하고 싶어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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