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토크①] ‘조작’ 박정학 “엄지원 열린 자세에 비열한 연기 가능”

입력 2017-09-13 11: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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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토크①] ‘조작’ 박정학 “엄지원 열린 자세 덕 좋은 장면 나와”

배우 박정학은 중견 연기자 중에서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졌다.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속 악랄한 남편부터 ‘사임당, 빛의 일기’ 속 임금의 충직한 호위무사에 이르기까지 그는 어떤 역할을 맡겨도 제 옷을 입은 듯 하다.

그는 최근 SBS 월화드라마 ‘조작’에서도 박응모 역을 맡아 극 초반 전개를 이끌었다. 특히 권소라 검사 역을 맡은 엄지원과의 대립 장면은 만만치 않은 연기 내공을 가진 배우들이 만난 장면이 얼마나 에너지가 넘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Q. ‘조작’ 속 엄지원과의 취조 장면은 박응모 역의 비열함이 가장 잘 드러났다. 당시 촬영을 어땠나.

좋은 연기가 나온다는 건 촬영 당시에 서로 주고 받는 것이 좋아야 한다. 일종의 교류가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엄지원이라는 배우가 굉장히 열려 있는 사람이었다. 서로 주고 받는 과정이 굉장히 좋았다.


Q. 최근 ‘조작’도 그렇고 늘 선이 굵고 남성적인 역할을 맡는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한 배우로서의 고민이 있나.

예전에 MBC의 한 시트콤에서 나문희 선생님 아들로 나와 허술하고 무능한 남편 역할을 해본 적이 있긴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출들은 한 배우가 지닌 이미지에 국한돼 활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나 역시 아직까지 내가 가진 것의 30% 정도 밖에 보여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영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Q. 연기의 시작은 연극 무대에서부터인 것으로 안다. 처음에 왜 배우가 되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나.

누나가 대학생 때 사귀던 남자친구가 있었다. 그 분이 연극하고 공연을 좋아해서 누나와 함께 나를 종종 데리고 다녔다. 그러다가 한 연극을 봤는데 무대 위 배우들의 모습을 보고 아주 막연하게 ‘저걸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집안에서 내가 배우가 되는 것에 대한 반대가 아주 심했다.


Q. 집안에서의 반대 뿐만 아니라 배우 초기에는 경제적 어려움도 심했을 텐데.

난 집안의 도움을 못 받고 연극을 했다. 아는 선배의 집에 3년 동안 함께 살기도 했다. 나의 20대를 설명하라고 하면 늘 지하 냄새, 소극장 냄새 같은 것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사실 예전에는 결혼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어려운 길인걸 뻔히 아는데 누구를 데려와 고생을 시키려는 거냐는 생각도 했다. 지금은 아내가 극단도 운영하고 아카데미도 관리하면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고마운 마음이 크다.


Q. 아내 분이 어려웠던 때부터 연기 활동에 큰 힘이 되어준 것 같은데.

한번은 금전적으로 너무 치이니까 형님이 ‘내가 하는 사업장으로 와서 도와달라’는 제안을 했다. 그 때는 이미 아이도 있었고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그 때 아내에게 자초치종을 이야기 했더니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후에 아내가 ‘당신은 거기서 3개월도 못 버틴다’면서 ‘내가 떡볶이 가게라도 할게’라고 말해줬다. 지금도 그 때의 고마움을 늘 가지고 있다. 그런 시기를 지내는 와중에 어느 영화의 섭외 제안이 왔다. 영화 ‘무사’에 출연해 달라는 이야기였다.

→ ②편에서 계속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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