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진지희 “‘빵꾸똥꾸’, 감사한 애칭이자 뛰어넘어야 할 숙제”

입력 2017-09-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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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성장.’ 배우 진지희에게 붙는 여러 수식어 중 하나다. 그런데 직접 만나 보니 이 수식어가 정말 잘 어울리는 배우가 됐다.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야, 이 빵꾸똥꾸야!”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그는 어느덧 성숙한 연기자의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여전히 귀여운 매력이 얼굴에서 보이지만 진지희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성숙함으로 가득 찼다. 정말로 ‘폭풍성장’했다.

19세에서 20세로 넘어가는 이 때, 진지희는 영화 ‘이웃집 스타’로 주연을 맡으며 성인배우로의 도약을 하고 있었다.


● “티격태격하며 친해진 한채영, 지금은 언니·동생하며 지내”

‘이웃집 스타’에서 진지희는 대외적으로는 혜미(한채영 분)의 이웃사촌이지만 실제로는 그의 딸로, 지금까지 자신의 존재를 어쩔 수 없이 숨기며 살아온 중학생 ‘소은’ 역을 맡았다. 늘 혜미와 티격태격하지만 누구보다 엄마의 앞길을 생각하고 엄마를 아끼는 마음이 큰 캐릭터이기도 하다. 영화로는 첫 주연이기도 한 진지희는 어느 때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작품에 임했다.

“여자가 주인공인 대본이 별로 없잖아요. 게다가 주인공이 돼서 이야기를 이끌어야 하니까 책임감이 더 컸어요. 부담도 됐지만 이 작품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도 많을 거라 생각하며 촬영에 임했어요. 또 성숙하지만 통통 튀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어서 이 작품을 선택했어요.”

소은은 여느 중학생처럼 아이돌 스타를 좋아한다. 극중에서 엄마와 열애 중인 ‘갓’지훈(임슬옹 분)을 좋아하는 소은은 엄마의 전담 악플러가 돼 웃음을 남긴다. 실제로 여러 방송에서 아이돌 그룹 ‘비투비’를 좋아한다고 말한 진지희는 “정말 팬심을 담아 연기를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임슬옹 오빠라 실망하진 않았나”라고 장난스럽게 묻자 진지희는 “아, 임슬옹 오빠를 제일 좋아한다고 했어야 했는데”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사실 임슬옹 오빠가 저와는 붙는 장면이 별로 없거든요. 그런데도 저와 한채영 언니와 친해지고 싶다고 하시면서 직접 제주도 촬영장까지 오셨어요. 같이 밥을 먹는데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도 모르게 긴장했어요. 하지만 오빠가 여동생이 있어서 그런지 저에게 잘 맞춰주시고 챙겨주시는 덕분에 빨리 친해진 것 같아요.

엄마 역할인 한채영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그는 “처음에는 서먹서먹했는데 티격태격 싸우는 장면이 많아서 그런가. 싸우면 정든다고 하지 않나. 정말 언니·동생과 같은 사이가 됐다”라며 “도도할 것 같은 첫인상과는 달리 가정적이고 사람을 잘 챙겨주신다. 나를 되게 많이 예뻐해주셨다”라고 말했다.

“(한)채영 언니가 ‘나는 안 웃으면 사람들이 많이 오해를 한다’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사실 저도 언니 표정을 보면서 눈치를 좀 보긴 했는데 언니도 저랑 똑같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서로가 일종의 탐색전을 벌이다 서로 마음의 빗장을 풀고 친하게 지냈어요. 제주도 촬영 중 쉬는 시간에는 언니와 많이 만나서 놀기도 했어요.”


● “‘지붕 뚫고 하이킥’, 연기 생활하며 가장 큰 행운…늘 감사”

8년 전,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야, 이 빵꾸똥꾸야!”라며 버럭 화를 내는 모습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진지희는 어느 덧 19세가 됐다. 그와 함께 세월을 보낸 이모·삼촌 팬들은 성장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언제나 “예쁘게 자랐다”, “잘 컸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꺼낸다. 이에 대해 그는 “잘 자랐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칭찬을 들으면 어깨가 으쓱해지기 보다는 더 겸손해야겠다는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다.

“‘빵꾸똥꾸’라는 애칭은 제겐 정말 소중해요. ‘지붕 뚫고 하이킥’을 하게 된 것 자체가 제겐 행운인 것 같고요. 7~8년이 지나도 ‘빵꾸똥꾸’가 잊혀지지 않았다는 건 정말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걸 알게 돼요. 그래서 늘 감사하게 생각해요. 저도 가끔 케이블 채널에서 재방송 하는 것을 보거든요? 보면서 저도 깜짝 놀라요. 저 아닌 다른 아이인 것 같아요. 어떻게 저렇게 했지?(웃음) 신기해하면서 봐요. 놀라워요. 그 땐 어떻게 저렇게 화내는 연기를 했는지.”

연기자 생활을 한지 어느덧 14년이 됐지만 한창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는 19세 청소년이기도 하다. 이에 진지희는 자신이 지금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묻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고. 그는 “고등학생이 되면서 연기자로 가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 그런데 친구들을 보면 뭘 해야 할지, 자신이 뭘 잘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에 비하면 난 상대적으로 적성을 빨리 찾은 거였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은 자신의 활동 영역을 넓혀보자는 꿈도 꾸게 됐다. 그냥 머릿속에서만 상상했던 해외활동도 진지하게 생각하는 중이다. 진지희는 “어렸을 때 그냥 외국영화에 나오고 싶다는 귀여운 꿈을 꾼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연기에 대한 애착이 커져서 그런지 그냥 꿈으로 남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더라”며 “수능을 마치면 영어회화를 해보려고 한다. 해외활동이 목표는 아니다. 하지만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하지 않나”라고 웃음을 짓기도 했다.

앞서 말했듯, 진지희는 올해 19세로 고3 수험생이다. “뇌의 절반 이상이 입시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한 그는 함께 꿈을 키워나가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 더 의욕이 생긴다고 했다. 그는 “친구들 중에 활동은 안 하지만 배우를 꿈꾸는 친구들이 많다. 나보다 더 재능 있는 친구도 있고 연기에 대해 이론적으로 잘 알고 있는 친구도 있다. 그런 친구들의 간절함을 보면 저절로 반성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연극영화학과를 가려고 해요. 다른 과를 가볼까 생각도 했는데 공부를 엄청 잘해야 하더라고요. (웃음) 또 촬영과 병행하려면 성실하게 대학 생활을 하지 못할 것 같기도 하고요. 원하는 학과에 붙으면 이론적으로 제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배우게 되는 게 가장 기대가 돼요. 자신 있는 과목이요? 그나마 언어영역? 수학은 정말 못해서 큰일입니다.”

곧 성인 연기자로 접어드는 진지희는 다양한 장르를 접하고 싶은 바람을 남겼다. 드라마 ‘시그널’의 김혜수와 같은 ‘걸크러쉬’ 캐릭터나 로맨틱 코미디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초심을 잃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에 대해 많이 연구하고 싶고요. 맡은 역마다 잘 소화해 색다른 모습을 보이는 진지희가 되고 싶습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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