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만나다] ‘구해줘’ 작가 “드라마판 ‘그것이 알고싶다’? 누가 될까 걱정”

입력 2017-09-27 18: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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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작가 “드라마판 ‘그것이 알고싶다’? 누가 될까 걱정”

첫 작품부터 범상치 않다. OCN 오리지널 드라마 ‘구해줘’를 집필한 정이도 작가의 이야기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 출신인 정이도 작가는 2012년 OCN 초대 공모전 수상자다. 당시 성수대교 참사를 모티브로 한 작품을 집필, 사회적인 문제를 극적인 요소로 결합하는 독특한 능력을 지닌 정이도 작가는 24일 종영된 ‘구해줘’를 통해 눈여겨볼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보통 ‘처녀작’(장편 입봉작)은 순수 창작물을 시도하는데 반해 정이도 작가는 웹툰 ‘세상 밖으로’(조금산 작가)의 각색을 시도, 원작과 다른 차원의 메시지를 이야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정이도 작가는 “애초 원작의 ‘광팬’이었다”며 “원작에서는 상미가 골목에서 아이들에게 ‘도와줘’라고 내뱉는다. 그 장면을 보고 수많은 아이의 절박함을 외면했던 어른들과 부조리한 시스템이 떠올랐다. 그래서 힘없는 약자의 작은 외침에 외면하지 않았을 때 어떤 희망이 만들어지는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이 작품을 집필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원작과의 차별점은 분명하게 있었다. 이야기의 흐름과 전개, 그리고 배우들이 연기하는 톤은 분명 원작 속 캐릭터와 달랐다. 정이도 작가는 “원작을 배제한 부분은 거의 없다. 오히려 글을 쓰면서 원작의 많은 장면과 대사, 감정을 녹여 내려고 애썼다. 원작이 가진 장면들이 워낙 좋았다. 굉장히 긴장되고 에너지가 넘쳤다. 굳이 차별점을 두려고 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 작품이 가진 특별한 장점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원작과 우리 작품 각각의 장점을 살리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구해줘’는 사이비 종교 집단에 맞서 첫사랑을 구하기 위한 뜨거운 촌놈들의 좌충우돌 고군분투를 그리는 사이비 스릴러물이다. 무지군고 구선원이라는 공간적인 장소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영부 백정기 역의 조성하를 비롯해 작품을 끝내고 곧바로 입대한 옥택연까지 군더더기 없는 출연진으로 중무장하고 있다. 특히 버릴 게 하나 없는 각 캐릭터는 ‘구해줘’ 최대 장점이다. 그렇다면 작가가 꼽는 최대수혜자는 누굴까.

정이도 작가는 “처음 대본을 리딩할 당시 마지막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처음 드라마 입봉을 하는 작가로서 여러분을 만나게 된 건 내겐 행운이다. 작품이 끝났을 때도 배우들 역시 이 드라마에 참여한 것이 행운이었으면 한다’고 했다. 다행히 작품에 참여한 모든 배우가 좋은 평가를 받아서 행복하고 감사하다. 그래서 모두가 최대 수혜자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모두가 최대 수혜를 입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공포물이 아닌데도 이상게 무섭고 소름 돋는다는 ‘구해줘’이다. 드라마판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평가가 나오며, 사이비 종교와 그 집단에 대해 한번 곱씹게 된다. 이런 평가에 대해 정이도 작가는 “작품을 구상할 당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룬 사이비 종교에 관한 자료를 참고하고 공부했다. 그런 면에서 드라마판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말이 오히려 해당 프로그램에 누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또 특정 종교의 외압 여부에 대해서는 “다양한 사이비 종교과 그 집단을 참고해 그 특징들을 글로 녹여낸 것은 맞지만, 그 과정에서 외압은 없었다. 우리 사회의 병들게 하는 문제들에 대해 외면하지 않고 이야기 해주는 것 또한 작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신념을 밝혔다.

정이도 작가는 “다른 무엇보다 우리 사회 약자들의 절박하고 간절한 신음들에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강자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약자들에게 진정한 위로와 희망을 주는 종교의 모습을 더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종교‘를 정의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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