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김해숙 “내 목표요? 여성 오달수·이경영 되는 것”

입력 2017-10-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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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촬영을 했어요.”

김해숙은 ‘희생부활자’를 찍으며 그 어느 때보다 모친이 가장 많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또한 가장 충격적이고 가슴 깊이 모정이 와 닿았다고 말했다. 수많은 작품에서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며 ‘국민 엄마’ 타이틀을 갖고 있는 김해숙이 이러한 말을 한 이유는 영화를 보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희생부활자’는 삶의 유일한 희망인 아들 진홍(김래원 분)에게 전셋돈을 주러 가다가 강도를 만나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명숙(김해숙)이 7년 뒤 희생부활자(RV : Resurrected Victims)가 돼 돌아온 이야기다. 자신을 죽인 사람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돌아오는 희생부활자 명숙의 칼날은 다름 아닌 아들 진홍을 향한다.

평소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김해숙은 ‘희생부활자’ 시나리오를 보고 “충격적일 정도로 완벽한 시나리오다. 공포, 액션, 거기에 감동까지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라고 극찬했다. 또한 곽경택 감독이라면, 이 어려운 장르를 멋지게 만들 거라는 믿음이 있어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개가 빠르고 반전도 있어서 숨 쉴 틈이 없이 빠져드는 작품이었어요. 특히 수많은 엄마 역할을 해왔지만 이 역할만큼 충격적인 건 없었어요. 정말 자기 목숨보다 사랑하는 아들인데 왜 죽이려고 다시 살아났는지, 처음에 이해가 안 됐지만 다시 읽으면서 수많은 엄마의 모습 중에 또 하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보시면 다들 이해하실 것 같아요.”


이미 ‘도둑들’에서 ‘씹던 껌’으로 이미지 변신을 한 바 있는 그지만 이번 영화에서의 도전은 색달랐다. 길바닥을 끌려 다니고 77톤의 물을 맞으며 연기를 해야 했다. 또 목소리도 조금씩 변화시켜야 했고 감정선도 분노에서 사랑으로 연결지어야 했다. 김해숙은 “몸과 마음과 정신을 다 썼다”라고 말했다.

“제 인생의 획을 그은 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힘을 들였어요. 길바닥에 끌려 다니는 장면은 다칠까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다치면 저 때문에 촬영을 못 하게 되니까. 거의 100톤 가까이 되는 물을 맞으며 연기를 하기도 했는데 순간 제가 액션 배우로 다시 태어나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게다가 감정도 극과 극으로 달려야하고 RV로도 연기를 해야 하니까 힘들었지만 뿌듯해요.”

덧붙여 다음에 액션 도전 할 계획이 있는지 물으니 “이제는 힘들 것 같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얼마나 그가 고난도 액션을 소화했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이었다. 그러면서도 다음 작품에서는 “여성 보스 역을 한 번 맡아보고 싶다”라며 “손짓 하나로 명령을 내리는 어둠의 역할을 만나고 싶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김래원과는 벌써 세 번째 모자호흡이다. 영화 ‘해바라기’,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 이은 호흡이다. 이미 서로 “아들”과 “엄마”라고 부를 만큼 애정이 돈독한 사이다. 매일 같이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오랜만에 연락해도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정다운 관계다. 김혜숙은 ‘희생부활자’ 제작보고회에서 “래원이 어머님, 자꾸 제 아들이라고 불러서 죄송하다”라며 웃음을 자아낸 바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김)래원이는 말이 필요 없는 배우다. 한 번 상대배역이 되면 시너지가 소진되기 마련인데 래원이와 하면 색다른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다. 이제는 정말 내 아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서로에 대한 믿음이 깊고 그게 연기까지 이어지니까 자꾸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해숙에게 평소 김래원의 모습에 대해 물으니 “살갑지도 않고 전화도 잘 안 한다. 서운할 정도로 문자 한 통 없는 아이”라며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엄마~ 너무 보고 싶다’라고 문자를 툭 보낼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마음이 확 풀린다. 전화 오면 너무 반갑다”라고 말했다.

“처음 래원이를 만났을 때는 애가 말수가 적었어요. 그런데 연기하면 몸을 불사르더라고요. 너무 빠져서 걱정이 될 정도였어요. 그러다 점점 무뚝뚝하게 어리광도 부리고 살짝 기대기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다가도 말을 하면 재치 있게 잘 해요. 절 웃게 하는 아이에요.”

대한민국 여배우로서 늘 언급이 되는 사람 중 하나인 김해숙은 자신의 나이에도 도전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많은 여배우들이 그렇지 않음도 잘 알고 있어 안타깝기도 하다고. 특히 중년이 되면 더 그 길이 좁아지는 탓에 사명감을 가지고 더 열심히 일해 길을 넓히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도 말했다.

“여배우가 ‘나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연기를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럼에도 선배 윤여정, 나문희, 김혜자 선생님이 열심히 연기의 길을 걷고 계시기 때문에 저도 뒤따라 걷고 있는 거라 생각해요. 저도 이제 후배들을 위해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방법은 제가 더 도전하고 많은 작품에 도전하며 여배우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라 생각해요. 여배우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브라운관과 스크린, 여기저기서 김해숙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이유도 그 덕분이다. 김해숙은 “내가 욕심이 많은 편이기도 하다”라며 “주인공보다는 캐릭터가 좋으면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작은 역이라도 존재감을 만드는 것이 배우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제 꿈이 여성 ‘오달수’, ‘이경영’이 되는 거예요. (웃음) 욕심이 엄청 많은 가봐. 물론 주인공도 하고 싶죠. 어떤 이들은 주인공이 아니면 안 된다는 분도 계시지만 특별히 전 그렇지 않아요. 그냥 그 연기가 하고 싶으면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배우에게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만큼 행복한 게 어디 있겠어요? 그래서 작은 역할도 너무 감사하죠.”

김해숙의 다음 작품은 ‘허스토리’(가제)이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벌인 많은 법정 투쟁 중에 전무후무하게도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내어 일본 사법부의 쿠테타로 불리었던 관부 재판 실화를 다룬 영화다. 그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시간이 지난 뒤 그 분들의 삶을 돌아보는 영화다”라며 “우리가 몰랐던 일들을 알 수 있고 이야기가 좋아서 참여하게 됐다”라고 말하며 앞으로의 마음가짐을 전하기도 했다.

“제 정신과 몸이 허락하는 날까지 연기를 하는 것, 그것이 제 목표예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사람 인생이잖아요. 지금 연기하는 이 순간이 제겐 가장 중요합니다. 더 열심히 해야죠.”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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