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김아중 “‘품위녀’ 인상적…여배우끼리 작품해보고 싶다”

입력 2017-10-17 14: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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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원톱 여배우로 작품 활동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남성 위주의 영화가 범람하고 그 안에서 여성의 역할은 소모되는 데 지나지 않는다. 물론 여배우를 주연으로 하는 작품도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결과는 기대감 만큼 충족시키지 못하는 편이다.

배우 김아중은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 또한 지나간다”고 남성화돼 있는 엔터 콘텐츠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영화계 남성화….분명 트렌드고 언젠가는 지나갈 거예요. 멜로나 말랑말랑한 장르를 추구하는 욕구는 여전히 있고요. 지금도 남성 위주 작품을 답답해하는 관객들이 있잖아요. 여성이 주체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종영된 tvN 드라마 ‘명불허전’에서 흉부외과의 최연경 역을 맡았다. 직업 정신이 투철한 자신만만한 캐릭터다. 하지만 화제성을 독차지한 건 ‘명불허전’의 남자 주인공 김남길 그리고 김남길과 최연경의 로맨스였다. 흉부외과의 최연경 자체에 대한 집중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허임(김남길 분) 캐릭터 자체가 도드라질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어요. 허임에게서 출발한 드라마였거든요. 그래서인지 그런 반응들에 서운하지 않았어요. 허임에서 시작하다보니 여자 캐릭터를 만들었고 최연경은 조금 기능적인 역할만 했죠. 아쉬웠던 건 최연경이 흉부외과 의사로서 임진왜란을 경험한다는 설정이 있었는데 허임과 떨어져야 로맨스가 더 애절하다는 판단에 최연경의 전문적인 부분을 깊숙하게 보여드리지 못했던 거예요. 최연경 역할을 소화하려고 의학적인 준비를 많이 했었는데…. 아쉬우니까 다음에 또 의사 역할을 해보고 싶어지더라고요.”


모든 장르에 관심이 많지만 김아중은 주체적인 캐릭터를 선호한다. 민폐녀와는 거리가 먼 역할을 추구한다. 그는 “민폐녀는 없어져야할 캐릭터”라고 작품 속 여자 캐릭터를 정확하게 분석해냈다.

“이성적인 판단이 어렵고 감정적으로 많이 흔들리면서 사건을 그르치고 특별한 반성이나 시정이 없는 사람이 민폐녀라고 불리죠. 자신이 한 잘못을 반성하고 시정하면 민폐녀가 되지 않아요. 민폐녀가 존재하는 이유는 남자 주인공이 무언가를 해결하게 만들어야하니까죠. 그런 여자 캐릭터는 없어져야 해요. 아마 남자 배우에게 민폐녀를 물어봤어도 비슷하게 답했을 거예요. 여자를 우유부단하게 만들어야만 전개된다? 절대 극이 좋아질 수 없죠. 모두가 현명한 판단을 해도 치달을 수 있는 사건이 존재한다면 남녀 캐릭터가 전부 주체적일 수 있지 않을까요?”

김아중은 “나는 민폐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다만 민폐녀가 되어야한다면 확실하게 연기 했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드라마 ‘싸인’에서는 조금 답답했던 적이 있어요. 100% 민폐녀가 아니었던 건 SBS 드라마 ‘원티드’의 정혜인이었죠. ‘저렇게 혼자 다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이를 잃어버렸지만 사고 능력이 뛰어난 역할이었어요.”


김아중은 “최근에는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좋은 현상”이라며 JTBC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를 언급했다.

“다 보진 못했지만 ‘품위 있는 그녀’가 인상적이었어요. 여배우들의 페이소스도 주체적이었고요. 그렇게 여배우들과 함께 작품에 출연하다면 좋을 거 같아요. 여배우들끼리 만나면 기싸움으로 홍보되거나 루머가 만들어지기도 하는데요. 의외로 여배우들 그릇이 넓답니다. (웃음) 작품을 같이 했던 여배우들과도 다 잘 지내고 있어요.”

김아중의 말을 듣다보니 그가 출연하는 작품마다 흥행을 이끄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배우로서 연기만 하기보다는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을 지녔다. 김아중은 “극본이란 무엇인지를 많이 공부한다. 좋은 작품을 보는 감각이라기보다는 노력에서 나온 결과”라며 “좋은 극본을 선택하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은 없지만 좋은 글을 쓰고 좋은 연출을 하는 책은 있다. 작가, 연출가를 희망하진 않지만 좋은 작품에 참여해 같이 만들어내는 한 사람으로서 공부하려고 한다”고 13년차 배우의 노하우, ‘노력’을 이야기했다.

“데뷔하고 지금까지 아쉽고 미숙했던 부분은 있지만 그래도 잘 해온 거 같아요. 물론 아쉬움을 상쇄할만한 잘한 일은 없지만요.(웃음) 소신껏 작품을 잘 선택해왔고 나쁘게 가고 있진 않은 것 같습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킹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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