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희생부활자’ 곽경택 감독 “또 모성애? 어쩔 수 없는 선택”

입력 2017-10-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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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새로운 소재여도 제가 ‘된장’같은 사람인데 어쩌겠습니까?”

2015년 ‘극비수사’ 이후 2년 만에 ‘희생부활자’로 돌아온 곽경택 감독은 새로운 소재로 돌아와 관객들에게 기대감을 안겼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이 다시 살아 자신을 죽인 사람에게 복수를 한 후 사라진다는 소재와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를 안고 관객들을 찾았지만 곽경택 감독이 정말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가족’과 ‘사랑’이었다. 또 ‘모성애’냐는 이야기를 들을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에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사회현상에서 모성애로 풀어간 것에 대해서는 사실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왜 참신하고 독특한 소재를 진부하게 풀려고 하느냐는 말들이 있었죠. 하지만 왠지 가족 이야기로 풀어가야 할 것 같았어요. 그 쪽에 마음이 더 갔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리 진부해야 하다고 해도 어쩌겠습니까? 제가 된장 같은 사람인 걸요. 하하.”

곽경택 감독이 이 이야기를 모성애로 끌고 간 것은 몇 년 전에 있었던 뉴스 때문이었다. 전교1등을 하던 한 학생이 어머니의 학대를 못 견뎌 그만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이야기였다.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과 이에 관련한 부모들의 극단적인 교육열의 결과가 이토록 비참하게 드러난 것을 보고 곽경택 감독은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이 뿐만이 아닌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뉴스를 보고 나니 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고 밝혔다.

“요즘 뉴스를 보면 속상한 소식이 참 많아요. 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좋은데 아직 절반의 인생도 살지 않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하고, 가족들이 서로를 미워해서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요. 세상을 보는 안타까운 시선이 저절로 생길 수밖에 없더라고요. 영화에도 나오지만 한강이 서울의 슬픔이라고들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점들을 영화를 통해 짚어주고 싶었어요. 고집을 좀 피웠죠.”


그런데 왜 ‘희생부활자(Resurrected Victims)였을까. 곽경택 감독은 사람들의 호기심에서부터 이야기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에 하도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나니까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나보다. 그래서 이 소재가 가능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좀비나 유령과는 차별성을 둬야겠다고 고민을 하며 시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원래 내가 황당한 이야기는 안 좋아한다. 그래서 진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라며 “또 ‘좀비’는 내 성장과정에는 없던 거라 익숙하지 않아 오히려 ‘귀신’의 느낌과 비슷하도록 외형과 동선에 대해 생각을 하며 작품을 만들어갔다”라고 덧붙였다.

배우 김해숙과 김래원의 연기를 통해 곽경택 감독의 메시지는 표현됐다. 김해숙은 아들 진홍(김래원 분)의 전셋집 돈을 전해주러 가는 길에 살해를 당하고 7년후 ‘희생부활자’가 돼 돌아오는 엄마 ‘명숙’ 역을 맡았다. 김래원은 사법 연수원을 통과해 검사가 됐지만, 검사가 된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에 휩싸인 아들 ‘진홍’ 역을 맡았다.

곽경택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는 누구도 혹평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시사회를 통해 봤을 때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위안을 삼았다. 저건 누구도 뭐라고 하지 못할 연기력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숙 씨는 어떤 역할이라도 해내실 줄 알았어요. 어머니 역할을 물론 ‘씹던 껌’ 역도 하셨으니까요. 시나리오를 드렸더니 그 동안 안 해 본걸 할 수 있겠다며 출연 허락을 하셨죠.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끌려가기도 하시고 빗물을 많이 맞으셨죠. 김래원은 치열하게 연기를 했어요. 래원이가 20대 때 인기를 누리고 살았잖아요. 그런데 그 인기가 얼마나 허무한 지 깨닫고 철저한 자기반성을 하더라고요. 연기에 대한 진지함도 더 강해졌고요.”


신선한 소재와 좋은 배우들을 가지고 촬영을 했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박하익 작가의 ‘종료되었습니다’의 절반 정도의 내용과 함께 나머지는 곽경택 감독이 상상력을 더해 채운 ‘희생부활자’는 곽경택 감독이 영화인으로 살아가며 가장 바닥으로 고꾸라진 시간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내 한계가 여기까지라고 느끼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꽉 막히는 기분? 이번에 진짜 바닥까지 내려간다는 기분을 느꼈어요. 무너지는 기분? 죽음, 부활, 죗값, 용서, 벌, 복수 등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거든요. 글 쓸 때부터 최종 편집할 때까지 머리를 쥐어짜내야 했습니다. 술 안 마신 날이 없었던 것 같아요. 매일 아침 쓰린 속을 붙잡은 것 같은데. 하하. 주변사람들도 영화가 완성될 때까지 내 괴팍한 성격을 많이 받아줬어요.”

이제 ‘희생부활자’를 떠나보내고 나니 일단 시원섭섭하다고 했다. 3년간 전전긍긍하며 안고 있던 작품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제 곽경택 감독은 자신이 제작에 나선 ‘암수살인’에 집중한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때는 ‘암수살인’ 촬영 현장에도 다녀왔다. 그는 “‘암수살인’은 독특한 수사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 차기작이요? 구상하고 있는 것은 있어요. 또 만들고 싶은 작품들을 몇 개 들고 있는데, 모르죠. 모든 작품이 타이밍이 맞아야 관객들과도 만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제 목표는 매년 한 작품씩 개봉을 시키는 건데, 내년에도 뵐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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