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크①] 고수희 “‘엘리펀트 송’, 절대로 놓치지 않을 거예요”

입력 2017-10-25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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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상은 별로였는데 보면 볼수록 끌리는 것들이 있다. 사람이거나 음식이거나 또 다른 무엇이든 말이다. 그런데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가 더 추가가 된다. 바로 ‘작품’이다. 배우 고수희에게 연극 ‘엘리펀트 송’은 그랬다. 처음 대본을 받고 “이건 내가 안 해도 될 것 같은데?”라고 말했지만 벌써 세 번째 공연을 하고 있다. 이 작품에 점점 끌리는 것이 그 이유다.

“처음에 이 연극 제작자들이 다 제가 아는 사람들이어서 거절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어요. ‘다음 공연에 날 부르지 않으면 어쩌지?’라고 걱정이 돼요.(웃음) 작품 속에 이렇게 풍부한 것들을 포함하는 연극을 찾아보기 쉽지 않거든요. 게다가 이 방대한 양의 대사를 관객들이 다 흡수하고 공감하는 작품도 드물고요. 늘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연극이에요.”

‘엘리펀트송’은 정신과 의사 로렌스 박사의 실종 사건을 둘러싸고 병원장 그린버그와 마지막 목격자인 환자 마이클 그리고 마이클의 담당 수간호사 피터슨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리극을 팽팽하게 그려낸 것은 물론 상처받은 소년의 사랑에 대한 갈망을 그린 작품. 배우 자비에 돌란이 주연으로 이 내용으로 영화를 찍기도 했다.

고수희가 연기하는 피터슨은 수간호사이자 마이클을 가장 잘 이해하는 친구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마이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피터슨은 그린버그 박사에게 그에 대해 잘 알려주고자 한다. 영화에서는 그린버그와 피터슨이 아이를 잃고 헤어진 부부로 나오지만 연극에서는 그 관계가 삭제가 됐다. 고수희는 그 부분에 대해 살짝 아쉽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 역시 그린버그와 피터슨과의 관계를 조금 드러내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의 관계가 단순하게 보일 테니까. 하지만 제작진은 연극적으로 이 작품에 다가서고 싶다고 말했고 이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데 집중하고 싶어했다”라며 “그래서 스스로 피터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을 했다. 3년 째 여전히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고수희는 이번 공연에서는 세세한 면을 조금 더 신경을 썼다. 극 중에서 중요한 소품 중 하나인 ‘초콜릿 박스’를 쳐다보는 것이다.

“그린버그는 마이클이 견과류에 알레르기가 있는 걸 몰라요. 그래서 방에 들어갈 때 곧 그린버그가 마이클에게 줄 견과류가 들어간 초콜릿 박스를 한 번씩 쳐다봐요. 안타까운 마음으로요. 결국 로렌스는 그걸 파악하지 못하고 초콜릿 박스를 마이클에게 건네긴 하지만요. 그런데 정말 신기한 건 관객들 중에 제 행동을 파악하는 분이 있더라고요. 그러면 뭔가 통한 것 같고 감동스럽죠. 마치 오늘 밥값 한 기분이에요.”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떨까. 고수희는 ‘엘리펀트 송’을 하면서 좋은 ‘팀워크’를 느끼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연이 계속 반복돼서 할 수 있다는 건 연기 호흡도 좋지만 팀워크가 좋다는 걸 의미한다. 20년을 연기하면서 이렇게 팀워크가 훌륭한 팀을 만나보기 힘들다. 서로 배려해주고 분위기가 좋다”라고 말했다.

“이 작품에서 전 홍일점이잖아요. 상대 배우들이 저를 아껴준다는 게 느껴져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마이클’을 연기하는 아이들이 다 착해요. 공연이 끝나고 제가 정리를 다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나와요. (전)성우, (곽)동연이, (박)은석이, 모두 어른스러워요. 그래서 제가 더 기댈 때가 더 많아요. 연기도 잘 하고 착하기까지 해요. 심지어 잘생겼잖아.(웃음)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 제일 놀라운 사람은 고영빈 오빠예요. 오빠가 그렇게 수다쟁이인지 몰랐거든요. 재연 때는 조용히 공연만 하다가 삼연 때는 본색이 드러난 것 같아요. 완전 분위기 메이커예요.”

‘엘리펀트 송’은 11월 26일 막을 내린다. 약 한 달의 시간이 남은 가운데 고수희는 “매번 공연을 할 수록 아쉬움이 남는다. 왜 사람이 다 끝나야 뭘 빠트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나. 배우에게 작품이라는 게 그렇다. 늘 아쉽고 후회가 된다. 그래서 공연이 내게 또 찾아올 때 어김없이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공연을 마치면 가장 하고 싶은 건 여행을 가는 거예요. 영화, 연극 그리고 드라마까지 하면서 에너지를 소진한 것 같아 충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어떤 나라에 가고 싶냐고요? 미국에 한 번 꼭 가보고 싶어요. 가끔 주변에서 ‘연극한다는 애가 미국에서 연극 한 편 안 보고 왔다는 거야’라는 말을 농담처럼 하시는데 그런 경험도 좋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작품이 다 마치면 영어회화를 조금 배워보려고 해요. 이럴 줄 알았으면 미국에 살았던 은석이한테 조금 배울 걸 그랬어요. 하하.”

→베테랑 토크②로 이어집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나인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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