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범죄도시’ 진선규 “진짜 조선족이냐는 반응에 쾌재 불렀죠”

입력 2017-11-11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진짜 조선족이냐는 반응에 ‘앗싸, 성공이다!’를 외쳤어요.”

최근 65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범죄도시’에서 관객들이 가장 눈여겨본 사람 중 하나는 단연코 배우 진선규다. 극중 ‘위성락’ 역을 맡아 ‘장첸’(윤계상 분), ‘양태’(김성규 분)와 신흥범죄조직을 꾸리며 악랄한 연기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특히 자연스러운 중국어와 조선족 말투 때문에 관객들에게 “진짜 중국 사람인가봐”라는 반응을 가장 많이 받았다. 이에 진선규는 쾌재를 불렀다고.

“연변 사투리를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 계셨어요. 극 중에 중국어 통역하시는 분이 바로 선생님이에요! 원래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봐주시는 건데 저희 때문에 거의 매일 함께 하셨어요. 배우다보니 개그 프로그램 등에서 들은 연변 사투리는 바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수업 첫 날에 대본 한 페이지를 못 나갔었어요. 한 달 반 동안 윤계상과 김성규와 정말 노력해서 대본 연구를 했어요. 나중에 선생님이 ‘이제 형들은 조선족이라 해도 믿겠다’라고 하더라고요.”

실제 진선규는 자신이 배운 중국어를 사용해보려 서울 신림 근처에 양꼬치집을 찾기도 했다고. 그는 “음식 주문을 할 때 중국어를 써보기도 했다. 자신 있게 주문하진 못했지만 가게 주인 분께서 알아들으시긴 하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또 촬영 중 머문 숙소에서는 직원들이 그에게 “체크아웃?”이라며 영어로 말을 걸어 당황스러웠지만 재미있는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진선규는 파격적인 삭발을 시도하기도 했다. 순하디 순한 인상 때문에 ‘위성락’의 날카로움이나 잔인함이 외형적으로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 결국 작품을 위해 머리를 과감 없이 잘라냈고 ‘위성락’ 캐릭터가 마치 제 옷을 찾은 듯 했다. 그는 “삭발 하나에 모든 것이 해결됐다”라며 “아무것도 어울리지 않다가 머리 한 번 깎았을 뿐인데 상황이 180도 달라져 버렸다”라고 말했다.

“강윤성 감독님이 이 작품을 준비하는데 6년이 걸리셨대요. 입봉을 하려고 17년을 기다렸고요. 그러니 얼마나 절실하셨겠어요. 함께하는 배우도 당연히 그런 마음으로 하길 바라셨겠죠. 그런데 제가 워낙 말주변이 없고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라 절실함이 보이지 않으셨는지 처음에는 ‘범죄도시’를 못할 뻔 했었어요. 그러다 다시 기회를 주셔서 이 ‘위성락’을 하게 됐죠.”


그 동안 진선규는 연극이나 영화에서 선한 역할을 도맡아왔다. 이에 주변 사람들 역시 악역을 하는 그의 모습에 깜짝 놀라워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건 진선규, 바로 그 자신이었다. 그는 “‘나도 이런 모습이 있다’는 걸 거의 처음으로 알게 된 것 같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내 모습을 발견하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라며 “괜히 내 눈빛을 피하는 사람을 보면 희열감을 느끼기도 했다”라며 배우로서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에 대해 기뻐했다.

‘범죄도시’를 보는 맛 중에 하나는 윤계상과 진선규 그리고 김성균의 강렬한 연기 호흡이다. 이 셋이 한 프레임 안에 있을 때 숨 쉬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은 긴장감이 조성됐고 잔인함이 배가 돼 악역의 절정을 보여줬다. 이런 강렬한 연기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세 사람의 부단한 연습과 노력 때문이다. 주어진 한 달 반의 연습기간에 그들은 대본을 붙들고 살았고 아이디어를 냈고 장면을 만들어냈다. 모든 것이 훌륭한 팀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진선규는 특히 윤계상에게 고마웠다고 강조했다.

“솔직히 계상이가 주인공인데 분량이 많은 게 당연하잖아요. 그런데 계상이는 그 분량을 다 저희에게 줬어요. 자신이 돋보이기보다 작품이 돋보이는 게 더 중요하게 생각한거죠. 그리고 거의 매일 만나서 우리가 나오는 장면을 한 번 해보고 어색한 게 있으면 고쳐보고 아이디어 내서 새롭게 만들기도 했어요. 마치 연극 연습을 하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한 달 이상을 연습했으니 진짜 촬영 때는 합이 잘 맞을 수밖에 없어요.”


서로 보듬고 토닥이며 함께 촬영에 임했고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폭발적인 흥행을 일으켰기에 요즘 이들에겐 서로를 향한 격려 문자가 가득하다. 진선규는 “서로 각자 인터뷰기사나 인물 기획 기사 같은 게 나오면 문자로 보내준다”라며 “생애 처음 있는 일이다. 나에 대한 기사가 나오고 호평을 들으니 기적 같다. 우리 세 사람은 손익분기점만 넘길 바랐는데 생각지도 못한 사랑을 받으니 믿을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박스오피스 기록을 볼 때마다 믿겨지지 않았어요. 2~3등할 때만 해도 정말 좋았는데 추석 이후에 1등을 계속해서 진짜 내가 찍은 영화인가 싶기도 하고요. 계상이는 ‘우리는 지금 아무나 붙잡고 감사해도 모자를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벽 보고 인사를 해도 이상한 게 아니다’라고 하며 기뻐했어요.”

많은 이들에게 칭찬을 받고 있지만 진선규는 누구보다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민준호 연출에게 들은 말이 가장 기분이 좋았다고. 그는 “준호랑 10년 이상 일했으니까 누구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준다. 전작 중에 칭찬 들은 건 없었다. 그런데 ‘범죄도시’를 보고 준호가 ‘오~ 선규 이제 영화 계속 해도 되겠네’라고 하더라”며 “신인 시절부터 함께 한 친구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만한 칭찬이 없었던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충무로의 샛별이 된 진선규는 계속해서 전진한다. 올해 ‘특별시민’, ‘불한당’, ‘남한산성’ 그리고 ‘범죄도시’까지 자신의 몫을 확실히 해낸 그는 최근 ‘암수살인’ 촬영을 마쳤고 11월 중순에 ‘사바하’ 촬영에 임한다. 게다가 영화 관계자들 중 그를 찾는 이가 많아져 그는 더 바빠질 예정이다.

“물론 배우를 시작하면서 누구나 주연을 꿈꾸겠죠. 저도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지금까지 연기한 것을 생각했을 때, 사람들과 더불어 만드는 작품이 정말 좋은 작품으로 남았던 것 같아요. 장르에 상관없이요. 저를 찾는 분이 많아지거나 분량이 늘어난다고 해도 제 욕심만 부리는 배우는 되고 싶지 않아요. 계상이가 제게 준 기회처럼 저도 함께 하는 배우들과 작품을 위해 욕심을 부리고 싶어요. 어떤 환경에서도 노력하고 성실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